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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슬립테크] 일본 뉴로스페이스, 24시간 교대 근무자·시차 뒤바뀐 항공사 근무자 수면건강관리

    파나소닉 노키아 등 수면건강 제품 인기...수면시간 OECD 최저 일본, 수면산업 잠재 시장 57조원

    기사입력시간 2020-06-04 11:22
    최종업데이트 2020-06-08 09:52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2018년 일본의 평균 수면시간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우리나라는 일본 다음으로 수면시간이 적다). 20세 이상 성인에 국한하면 전 국민의 약 40%가 하루 평균 수면시간 6시간 미만이며, 남성 직장인의 평균 수면시간은 40년 전과 비교해 약 10% 줄었다.

    코트라(KOTRA)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일본은 수면을 건강관리의 주요 요소이자, 노동생산성과의 상관관계가 높다는 것을 부각하고 있다. 수면시간이 짧을수록 경제적으로 악영향이 나타나며 수면시간을 1주당 1시간 늘리면 단기적으로 1.1%, 장기적으로는 약 5%의 생산성 향상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에 따르면 수면 부족으로 일본이 입는 경제적 손실은 매년 약 15조엔에 이른다.  

    일본 수면 관련 비즈니스는 잠재력이 있으며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다. 일본 전문지 침구신문(寝具新聞) 조사결과, 침구류, 수면에 특화한 가전 및 전자기기, 각종 소비재 및 관련 서비스 등을 포함한 일본 수면산업 시장규모는 1조2359억엔(14조원)으로 잠재시장은 3조(33조원)~5조엔(57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코트라는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 정책도 수면 관련 비즈니스를 확장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됐다“라며 ”수면 부족은 과로사나 산업재해의 원인 중 하나로, 잔업시간을 줄이고 근로자의 수면시간을 확보해 국민의 건강을 증진시키는 것이 해당 정책의 큰 목적“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수면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슬립테크(sleep tech)가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일본의 저명한 경제학자인 모리나가 타쿠로는 2019년에 주목할만한 일본 경제 키워드의 하나로 슬립테크를 꼽을 정도였다.

    뉴로스페이스 '얼리센스', 데이터 기반한 수면건강 개선 제안 
    자료=코트라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뉴로스페이스 홈페이지 

    코트라 일본 후쿠오카무역관에 따르면, 2013년에 설립해 도쿄에 본사를 둔 벤처기업 뉴로스페이스(ニューロスペース)는 일본의 IT기술을 활용한 수면 개선을 비즈니스 모델로 구축한 대표적인 사례다.

    뉴로스페이스는 이불이나 매트리스 밑에 설치해 사용자의 심박수, 호흡, 수면 중의 움직임 등을 감지해 수면 상태를 데이터화하는 제품인 얼리센스(Early Sense)를 출시했다. 이 제품을 통해 얻은 데이터를 기초로 에어컨이나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해 사용자의 쾌적한 수면을 지원한다. 2017년 이후에는 여러 소비자의 방대한 수면 관련 데이터 및 AI를 활용한 분석한 다음,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사용자에게 편안하고 질 높은 수면을 위한 행동·환경 개선을 제안하는 것이 해당 기업의 핵심 비즈니스모델이다.

    뉴로스페이스는 최근 일본 유수의 대기업들과 협업하며 다양한 비즈니스모델을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일본 소고기덮밥 체인점인 요시노야(吉野家)와 협업해 24시간 운영 점포에서 근무하면서 생활리듬이 깨지기 쉬운 종업원에게 최적의 수면 개선 솔루션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코트라는 "해당서비스를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종업원별 수면상태를 파악할 수 있어 생산성 향상과 직원 건강관리를 위한 전략을 세우는 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종업원 입장에서는 복리후생 증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며 "요식업 체인점이나 편의점, 배달업체나 병원 등 24시간 운영되는 사업체를 중심으로 해당 비즈니스 모델에 대한 관심이 고조됐다"고 설명했다. 

    뉴로스페이스는 일본 2대 항공사 중 하나인 ANA와 공동으로, 해외 출장이나 여행을 마친 다음 귀국 후 시차로 인한 수면 부족이나 집중력 저하를 완화시켜주는 ‘시차 적응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시차 적응을 위해 필요한 빛을 쐬는 방법, 식사 방법, 수면·낮잠·운동의 타이밍, 숙면을 위해 시간대별로 하면 좋은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의 정보 등을 고객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서비스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복수의 벤처캐피털 및 금융기관으로부터 총액 3억4000만엔(약 37억원)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며, 사업확대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파나소닉, 노키아, 치로, 레이캅 등 슬립테크 기업 인기 

    코트라에 따르면 이외에도 다양한 회사들이 슬립테크에 뛰어들고 있다. 일본 파나소닉은 시간대에 따라 자동적으로 전구 색상을 바꿔 숙면과 상쾌한 기상을 도와주는 '실링 라이트'를 개발, 발매했다. 침구 관련 기업 니시카와산업(西川産業)과 협업해 수면 관련 서비스를 공동으로 개발 중이다.
       
    노키아는 매트리스 밑에 설치해 수면 주기와 심박수 추이를 분석해주는 노키아슬립(Nokia Sleep)을 일본에서 발매했다. 해당 제품은 웹 기반 서비스와 연결해 매트리스에 누웠다가 일어나는 움직임과 연동해 조명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기능도 있다. 
        
    일본, 미국, 태국 등에 거점을 두는 전기전자 기업 치로(Cheero)는 소리, 빛, 향기를 통한 숙면 서포트 기기인 슬립피온2(sleepion2)를 판매 중이다. 수면을 위한 음원과 생체리듬과 호응하는 빛, 천연소재 아로마향 등을 통해 질 높은 수면을 유도한다. 
     
    레이캅재팬 '후토콘' 사진=코트라 일본 후쿠오카무역관, 레이캅재팬 홈페이지 

    이불 전용 청소기 ‘레이캅’을 600만대 이상 판매하면서 일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한국계 기업 ‘레이캅재팬’은 신제품 ‘후토콘(FUTOCON)으로 슬립테크 시장에 본격 진입했다.

    이 제품은 본체와 전용 매트리스로 구성됐다. 이불 속 온도를 수면을 취하기에 가장 적합한 33℃±1℃로 유지함으로써 질 높은 수면을 구현해준다. 기존에 쓰는 이불 위에 전용 매트리스를 올리고 취침시간과 기상시간을 설정하기만 하면 된다. 13만8240엔(약 150만원)의 고가 제품임에도 견실한 판매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특히 40, 50대 직장인의 수요가 높다. 

    일본, 수면건강 등 건강관리 서비스 확대 

    일본은 일반 기업을 통해 다양한 건강관리 서비스를 활용하고 있으며 수면 건강관리로도 확대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일본 헬스케어산업의 해외진출 보고서에 따르면, 고객 접근성이 높은 일반 피트니스센터, 드럭스토어 등에서 건강 데이터 측정, 건강상담 등의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일본 피트니스 업체들은 일반인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의료기관과 협력해 재활 및 치매예방, 우울증 치료 등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한다. 일본의 상위 4개 피트니스센터 업체(2018~2019) 매출은 라이잡 그룹(772억엔), 코나미 HD(634억엔), 센트럴 스포츠(542억엔), 르네상스(460억엔) 등이다. 

    라이잡(RIZAP) 그룹은 원래 다이어트와 뷰티 사업 중심이었으나, 최근 전국 183개 의료기관과 제휴, 의사가 각 센터를 순회하면서 고객에게 건강 상담을 해주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시작했다. 

    또한 르네상스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운동지도, 식사· 수면 지원 등 인지기능 저하를 예방하는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하면서 확장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