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환자안전연합회는 19일 성명서를 통해 “보건복지부는 과도하게 책정돼 건강보험 재정을 낭비하는 헌혈환급예치금 관련 혈액수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인하하라. 445억원대로 누적된 헌혈환급적립금을 신속히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원하라”고 촉구했다.
혈액관리법 제14조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헌혈증서 발급제도’와 헌혈자 또는 헌혈자의 헌혈증서를 양도받은 사람이 의료기관에 헌혈증서를 제출하면 무상으로 수혈을 받을 수 있는 ‘수혈비용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헌혈증서를 제출한 환자에게 무상수혈을 해준 의료기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 대한적십자사에 위탁해 관리하고 있는 헌혈환급적립금에서 해당 수혈비용을 보상받고 있다.
환자단체는 “헌혈증서를 통해 보상되는 수혈비용은 건강보험 적용되는 급여 수혈비용 뿐만 아니라 고액의 비급여 수혈비용도 모두 보상해준다. 이 때문에 많은 수혈을 받는 환자들에게는 경제적 혜택이 적지 않다. 백혈병·혈액암·중증외상 등의 환자가족들이 친척·지인 등에게 헌혈증서를 어렵게 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환자단체에 따르면, 헌혈환급예치금은 헌혈자가 향후 수혈을 받으면 보건복지부 장관이 수혈비용을 대신 지급해 주기 위해 2018년 기준 헌혈 1건당 2500원씩 혈액수가로 적립한다. 헌혈환급예치금을 처음 시행한 1977년에는 헌혈 1건당 혈액수가가 3500원이었다가 1981년 1000원으로 대폭 인하된 후 수혈비용 보상율이 계속 늘었다. 2003년 1500원이었고 2005년 2000원으로 인상됐다. 2007년 2월 마지막으로 2500원으로 인상된 이후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다.
환자단체는 “혈액관리법 제15조제3항 및 혈액관리법 시행령 제8조에 따르면, 헌혈환급예치금은 헌혈의 장려·혈액관리와 관련된 연구·특정수혈부작용에 대한 실태조사 및 연구·혈액원 혈액관리업무의 전산화에 대한 지원 등도 사용 용도를 포함하고 있다. 주된 용도는 수혈비용의 보상”이라고 밝혔다.
환자단체는 “2005년 이후에도 헌혈증서를 통한 수혈비용 보상이 계속 증가함에 따라 헌혈환급적립금이 고갈될 위기에 처했다. 당시 복지부는 2007년 2월 당시 2000원이던 헌혈환급예치금 혈액수가를 2500원으로 인상하는 조치를 했다”고 설명했다. 환자단체는 “같은 해 12월 암환자의 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하는 암환자 산정특례제도를 시행했고, 암환자 건강보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기존 20%에서 10%로 크게 줄었다. 이에 비례해 수혈비용 부담도 대폭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환자단체는 "그러던 중 비급여였던 수혈 관련 항목의 건강보험 급여화가 확대됐다. 2009년 7월 암환자 산정특례제도가 더욱 확대돼 건강보험 의료비 본인부담률이 기존 10%에서 5%로 줄어들었다"라며 "실손보험이 수혈비용까지 보상하고 가입률이 대폭 늘어나 헌혈환급예치금 혈액수가를 통해 매년 누적되는 헌혈환급적립금 규모가 약 50억원에 이르게 됐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실에 따르면 2007년 한해동안 헌혈환급예치금 혈액수가와 이자수입으로 총 82억5947민7070원의 재정이 마련됐다. 이 중 27.3%인 22억5374만357원만이 헌혈증서를 통해 환자의 수혈비용으로 보상됐다. 이로 인해 2007년 57억9942만9923원이 신규로 누적 헌혈환급적립금에 포함돼 407억3960만4445원이 됐고, 2018년 8월 기준 약 445억원(446억9128만6810원)에 이르는 막대한 건강보험 재정이 대한적십자사에 위탁 관리돼있다.
헌혈환급예치금 관련 혈액수가·이자수입·잡수입 총액에서 환자가 헌혈증서를 의료기관에 제출하고 수혈비용을 면제받는 비율(헌혈환급금 비욜=수혈비용 보상금 비율)이 2004년 151.4%. 2005년 101.3% 이후 급격히 감소해 2006년 88.1%, 2009년 76.1% 2010년 46.3%가 됐다. 2013년부터 29.5%로 내려가 2017년 27.3%로 20%대에 머물러 있다.
환자단체는 “2013년 이후 매년 헌혈환급금(수혈비용보상금) 비율이 20%대에 불과하다면 매년 약 50억원대의 헌혈환급적립금이 불필요하게 적립됐다. 이렇게 은행 금고에 고스란히 보관된 헌혈환급적립금은 당연히 국민이 내는 건강보험료에서 충당된다”라고 했다.
환자단체는 “매년 약 50억 원의 건강보험 재정이 환자를 위해 사용되지 않고 은행에 예금됐다. 매년 이자수익이 4억~5억 원에 이를 정도로 건강보험 재정 누수가 심각하다.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혈액 관련 건강보험 수가를 인상하는 역할만 할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건강보험 수가를 찾아서 인하하는 역할도 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단체는 “헌혈환급예치금을 통해 마련되는 헌혈환급적립금이 대표적인 예이다. 지금이라도 헌혈환급예치금 혈액수가를 현행 2500원에서 적정한 수준으로 신속히 인하해야 한다”라고 했다. 이어 “복지부 장관이 대한적십자사에 위탁관리하고 있는 445억원대의 혈액환급적립금 중 혈액관리법과 혈액관리법 시행령에 규정된 사용 용도로 사용할 일정 금액을 제외하고 모두 건강보험 재정으로 환원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