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겠다'는 원대한 목표로 '치매국가책임제'를 의욕적으로 추진하려고 한다. 인지기능 등 이상행동 및 심리 증상(BSPD: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이 심해서 가정에서 돌보기 어려운 중증환자는 앞으로 전국적으로 확충될 '치매안심요양병원'을 통해 단기 집중 치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문제는 지금까지 치매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치료제가 없다는 것이다. 현재 처방되고 있는 치매 치료제는 남아있는 신경세포의 활성을 유지하도록 신경전달물질을 조절하는 약물들이다. 또한 치매에 동반하는 이상행동 및 심리증상 등의 조절을 위해서는 환경요인이나 정서적 지지등의 비약물적 치료법을 적용하거나 증상의 중증도에 따라 기존 항정신성 약물 치료법 등이 적용되고 있는 정도이다. 전세계적으로 4600만여 명이 앓고 있는 치매 치료법을 찾기 위해 지난 20여 년 동안 많은 연구와 치료제 개발 시도가 있었고, 아직 확실하게 성공한 치료제 임상시험은 없으나, 그 동안 축적된 연구를 바탕으로 치매 조기진단이 효과적인 치매 치료의 출발점으로 제시되고 있다.
노인 인구에서 발생하는 치매 중 가장 많은 빈도수를 차지하는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보더라도, 이 질환의 생물학적 요인으로 지목되는 아밀로이드 응집(amyloid plaques)와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이 뇌에 축적되고 확산된 뒤 증상발현으로 치매 진단을 받기까지 보통 20년에서 30년이 걸린다. 따라서 조기진단으로 인해 적절한 치료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면, 치료효과의 효율성은 물론 궁극적으로 치매 유병율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다. 얼마나 초기단계에서 진단이 가능한가? 그것이 중요한 문제이다.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되려면 시작되기 전에 미리 막는 전략이 필요하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뇌 세포 표면 단백질인 베타 아밀로이드의 응집(beta amyloid plaque)과 타우 단백질 엉킴(tau tangles)이 알츠하이머 치매를 유발시킨다. 이 중 베타 아밀로이드 응집은 '주범'이고 타우 단백질 엉킴은 '공범'으로 최근까지 믿어져 왔다. 치료제 개발 연구가 특히 주범으로 단정되던 베타 아밀로이드에 집중했던 가장 큰 이유는 PET(양전자방출단층촬영)으로 뇌 안의 베타 아밀로이드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아밀로이드 타겟의 임상 실패와 알츠하이머 치매는 뇌세포 안의 타우 단백질이 잘못 접혀 발생하는 타우 단백질 엉킴이 더 중요하다는 증거들이 나오면서 주범과 공범이 바뀌었다.
새로운 주범 타우 단백질은 분자량이 5만 개에서 7만 개로 미소관(microtubule) 결합단백질의 일종(post translational modification)이다. 특히, 인산화(phosphorylation)에 의해 다양한 분자적 특성과 기능을 나타낸다. 타우는 미소관의 안정성에 기여하고 있지만, 과도하게 인산화되면서 변질 단백질이 서로 응집해 신경 세포를 파괴시키면 알츠하이머 치매뿐만 아니라 다양한 뇌신경 질환을 유발한다. 정상 타우 단백질이 신경세포의 축삭돌기(axon)에서 주로 발현되는 반면, 타우 단백질 응집체는 주로 신경세포의 세포체와 수상돌기에서 발견되는데 이를 신경원섬유덩굴(NFT: Neurofibrillary tangles)과 신경그물 실(neuropil threads)이라 부른다. 신경원섬유덩굴을 살펴보면 타우 단백질이 가는 실 같이 엉켜있는 이중 나선 섬유(PHFs: paired helical filaments)로 이루어지며 이는 정상적인 타우 단백질과는 다르게 응집되고 과(過)인산화가 일어나 있다.
지난 9월, 일본 교토부립의대 연구팀은 지금까지 뇌척수액에서만 측정할 수 있던 인산화된 단백질 'p-Tau'를 혈액에서 검출하는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연구팀은 혈액 속에 있는 'p-Tau'를 기존보다 1천 배의 감도로 검출할 수 있는 고감도 측정 방법을 개발했다. 20명의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와 건강한 사람의 혈중 ‘p-Tau’를 각각 측정한 결과 환자에서 높은 수치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성인에서 치매를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다운증후군 환자 20명의 혈액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나이가 들수록 ‘p-Tau’ 수치가 높아지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연구하고 실제 검사에 활용할 수 있도록 개선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를 통해 'p-Tau'를 고감도 측정기기로 혈액에서 검출하게 된 것 자체로도 의미가 크지만 개인적으로 타우 단백질의 어느 부분을 감지하는 항체를 만들었는지 무척 궁금하다. 사람의 타우는 6종류의 동형으로 구성돼 있는데, N말단부분의 29 또는 58아미노산 잔기와 C말단의 3개 또는 4개의 반복구조(microtubule-binding domain: 미소관 결합부위라고 함)의 조합에 따라 6개의 동형이 생성된다. 가장 긴 441개 아미노산 배열을 보면 85개의 인산화 가능한 아미노산(45 serine, 35 threonine and 5 tyrosine residues)이 존재한다. 정상인의 뇌에서 추출한 타우 단백질에서 이미 인산화된 ‘p-Tau’가 16군데에서 발견됐고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의 뇌에서 추출한 타우에서는 24군데에서 특이적으로 ‘p-Tau’가 발견됐다.
필자는 일본 연구팀의 발표가 끝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환자에게서 발견된 24개 'p-Tau' 사이트가 중요할 것이라 추측되지만, 이 중에 어느 특정 인산화 사이트가(혹은 특정 사이트 조합이) 타우 단백질 엉킴에 더 중요하고, 특정 인산화 사이트 조합에 대한 항체를 이용하면 더 감도가 좋은 진단방법을 개발할 여지가 많이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좋은 알츠하이머 치매 혈액검사 진단을 통해 대한민국이 치매로부터 자유로운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 Stop Alzheimer’s before it st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