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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 "사명감 없이 못하는 외과의사...미달·중도포기에 20년 전 절반에 그쳐"

    [기피과문제]③ 외과 전공해도 요양병원‧미용 시술로 진로 변경…10년간 수가 집중 인상 등 대책 필요

    기사입력시간 2021-01-27 17:01
    최종업데이트 2021-01-28 00:40

    2021년 전공의 모집현황에서 기피과 기피 현상이 이전보다 더욱 크게 눈에 띄었다. 특히 소아청소년과는 수도권 빅5병원에서조차 전부 정원을 채우지 못했다. 기피과 문제는 수십년간 이어져온 해묵은 난제다. 의료 전문가들은 이제야말로 정부와 각 전문학회가 뭉쳐 기피과 문제를 적극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메디게이트뉴스는 해마다 미달을 면치 못하는 전문과목을 대상으로 현황과 원인, 해결책을 알아보기 위한 기획시리즈를 마련했다.
     
    ①소아청소년과, 저출산·저수가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지원율 29.7% 존폐 위기
    ②비뇨의학과, 병원별 전공의 '빈익빈부익부' 심각...지원율도 70% 전후에 그쳐
    ③외과, 미달·중도포기에 20년 전의 절반에 그쳐...전공해도 요양병원·미용 시술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은 "이제 외과는 정말 의학을 사랑하고 사명감 있는 소수만 지원하는 과가 됐다"고 말한다. 사진=삼성서울병원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외과의사 봉달희, 낭만닥터 김사부, 브레인, 뉴하트, 하얀거탑 등 인기리에 방영됐던 국내 의학 드라마들의 특징은 모두 외과 의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이다. 환자의 생사가 오가는 외과의 특성상 환희와 안도, 절망과 고통이 공존한다. 이 같은 아이러니함이 드라마 단골 소재로서 외과 의사를 집중조명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눈에 보이는 환자의 상처에 즉각적으로 대응해 이를 치료하는 외과 의사들의 전쟁 같은 사투가 시청자들에게 마치 액션물 같은 짜릿함과 감동, 생명의 소중함을 동시에 일깨워주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의 외과는 좀 다르다. 외과는 벌써 수십 년 전부터 기피과로 전락해 버린지 오래다. 실제로 외과는 몇 년째 꾸준히 전공의 모집에서 미달사태를 면치 못하고 있는데 특히 2020년엔 176명 정원에 128명만이 지원해 경쟁률이 73%에 그쳤다. 2021년도 다르지 않았다. 178명 정원에 141명만이 지원하면서 경쟁률은 79%를 기록했다. 
     
    대한외과학회 이우용 이사장(삼성서울병원 외과 교수)은 최근 메디게이트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제 외과는 사명감 없이는 오기 힘든 소위 메리트 없는 과에 불과하게 됐다"고 하소연했다.
     
    외과 계열 수가가 낮다보니 경제성도 낮고 매번 밤샘 당직 등 응급환자들을 돌봐야 하다보니 특별히 사명감이 있는 일부 젊은 의사들을 제외하고 외과를 지원하지 않게 됐다는 것이다.
     
    설상가상 환자의 생명이 달린 위험한 수술이 잦다 보니 수시로 발생하는 의료분쟁에 수술실 CCTV 설치 등 이슈도 외과 의사들을 힘들게 하는 이유 중 하나다.
     
    이 이사장은 "소아청소년과는 올해 심각한 미달 사태를 처음 겪어 놀랄 만하지만, 외과는 이미 10~20년 이어져 온 일이라 놀라기도 지쳤다"며 "오래 이어져 온 만큼 체계적인 대책이 있지 않고선 문제해결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에 따르면 외과는 새로 들어와야 할 젊은의사들이 적어 아직도 교수들이 밤늦게까지 수술하고 당직을 서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문제는 지방으로 갈수록 더 심각해지는데, 환갑을 넘긴 노 교수도 매일 당직을 서는 일도 많다. 그렇다고 따로 수당이 더 나오는 것도 아니다.
     
    상황이 열악하다 보니 20년 전 1년에 260명씩 배출되던 외과의사는 현재 일년에 160명에 그친다. 이 중 20% 정도가 탈락하거나 중도 포기하고 나면 한해에 배출되는 외과의사는 130명에 불과하다. 매년 배출되는 총 의사 수가 20년 동안 1000명이 늘었지만 오히려 외과의사는 절반 가량 줄어든 셈이다.
     
    이 이사장은 수십 년간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 온 열악한 근무 환경부터 차근차근 개선해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 이사장은 "외과의사들이 제대로 일 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줘야 한다. 특히 외과 계열은 개원 중에서도 제일 인기가 없는 과"라며 "외과를 전공하고도 3분의 1은 요양병원으로, 나머지 5분의 1은 미용 시술이나 점을 빼는 일을 하고 있다. 앞으로 수가 인상을 10년 동안 집중적으로 올리는 등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수술 과정에서 고의성이 없다면 법적 면책을 주는 제도도 마련돼야 한다. 의학적으로 고위험도의 수술은 평균적으로 어느 정도 사망과 합병증이 동반되지만 이런 기본적인 부분에서 조차 의사에게 모든 책임을 물으니 대안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외과학회 차원에서 좀 더 적극적인 자세로 문제해결에 앞장서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수술 등 바쁜 일정 탓에 정책 입안 과정에 제대로 참여하지 못했다면 앞으론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볼 생각"이라며 "근거 데이터를 모으고 국민 인식을 바꿀 수 있는 캠페인과 공청회도 꾸준히 이어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제 수술만 하는 외과의사는 되지 않겠다. 지금부터라도 장기 계획을 갖고 적극적으로 문제해결을 위해 나설 것이다"라며 "오래 이어온 문제의 실타래를 끊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