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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대목동병원 사건,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장(腸)내 시트로박터균 증식했을 가능성"

    "신생아들의 장내 균 집락화 빈번, 균 집락화와 패혈증 밀접한 상관관계" 연구논문 다수

    바른의료연구소 "질본, 논문이나 문헌 분석 없이 성급한 역학조사 결론내"

    기사입력시간 2018-05-29 18:38
    최종업데이트 2018-05-29 20:15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이대목동병원에서 숨진 환아들의 장내 분변(장에서 배출되는 배설물)에서 공통적으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배양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질영양제를 투여한지 하루만에 시트로박터균이 장내로 이동해 증식을 할 수 없고, 장내 분변에서 검출되기는 어렵다다. 이를 통해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이미 시트로박터균에 감염됐고 이 균이 장내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바른의료연구소는 29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질영양제 투여로 인한 감염이 신생아들의 패혈증 발생 원인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구소의 이런 의문은 지질영양제 투여 전에 패혈증이 나타났다는 데서 출발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12월 15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들에게 지질영양제를 투여한 이후 이들의 혈액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돼 패혈증을 유발했다면, 혈액이 흐르는 장내 조직에서는 균이 검출되고 혈액이 흐르지 않는 장내 분변에서는 검출되지 않아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장내 분변에서 검출된 데서 의구심이 남는다”고 했다. 

    장내에 이미 시트로박터균 있었을 가능성 

    연구소는 질본의 역학보고서에 제시된 부검 검체의 세균학적 검사 결과를 확인했다. 그 결과, 환아 4명 중 2명의 대장 조직에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으며 모든 환아의 소장과 대장의 분변에서 혈액에서 검출된 것과 유전형(그람음성균이면서 항생제 내성균 ESBL)이 동일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된 것을 확인했다. 한 환아의 경우 대변에서도 균이 검출됐다. 

    연구소는 “환아들의 장 속에 시트로박터균이 생긴 다음 증식했고, 그 다음 집락화(colonization)됐을 가능성이 있다. 시트로박터균이 환아들의 장 점막의 보호장벽이 약해진 상태에서 혈액으로 이동(translocation)해 패혈증을 유발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균 집락화는 신체 내에서 수십만에서 수백만개의 세균이 증식해 하나의 막을 형성하면서 특별한 감염 증상을 일으키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사망 환아 모두의 분변에서 동일한 시트로박터균이 검출됐는데, 이는 환아들의 장관 내에 이미 균의 집락화가 있었다는 뜻”이라고 했다. 이어 “여러 연구논문을 통해 이들의 균 집락화는 패혈증과 관련이 있었다는 사실을 유추할 수 있다. 지질영양제 오염에 의한 혈류감염이라는 질본의 주장은 맞지 않다”라고 했다. 
     
    신생아들의 균 집락화는 흔한 현상, 연구논문 다수 


    연구소는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한 신생아들의 장내 균 증식과 균 집락화가 높은 빈도로 나타난다는 다수의 연구논문을 근거로 제시했다.

    연구소는 우선 2011년 인도에서 총 242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진행된 장내 균 집락화와 혈류감염의 상관관계를 분석한 논문을 소개했다. 그 결과, 태어난지 4시간 이내에 채취한 신생아의 위장 흡인물 중 40%에서 그람 음성균이 관찰되고, 첫 대변의 67%에서 그람 음성균이 관찰됐다. 또 7일 이내의 신생아 99%에서 그람 음성균이 검출됐다 

    2011년 대한신생아학회지에 게재된 '신생아 집중 치료실에 입원한 신생아에서 장내 세균에 의한 장관 집락화와 관련된 위험 인자' 논문에 따르면, 86명의 환아들은 입원 후 한 달 내에 22명(25.6%)에서 그람음성균에 의한 장내 균 집락화가 나타났다. 이 중 3번째로 흔하게 검출된 균이 시트로박터균이었다. 

    연구소는 “연구에서 검출된 시트로박터균 5건 중 4건(80%)은 이 사건에서 검출된 균과 동일한 항생제 내성(광범위 베타-락탐계 항생제 분해효소, ESBL)이 의심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했다. 

    2016년 이탈리아에서 1152명의 신생아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논문에서는 그람 음성균의 집락화에 영향을 주는 요소를 설명했다. 이는 신생아중환자실 재원기간이 긴 경우, 항생제에 노출된 기간이 긴 경우, 모유가 아닌 분유를 오래 먹은 경우 등이었다.

    연구소는 “신생아중환자실의 신생아에서 장내 균 집락화는 흔하게 발생했다. 대표적인 균이 그람 음성균으로 나타났다”라며 “이번 사건처럼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가진 그람 음성균도 빈번하게 집락화을 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밝혔다. 

    장내 균 집락화, 패혈증 발생과도 밀접한 관련 

    연구소는 장내의 균 집락화와 패혈증 발생 사이의 밀접한 연관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도 제시했다.  

    연구소는 2018년 그람 음성균의 집락화와 혈행성 감염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메타 분석한 논문을 소개했다. 논문에서는 장내 집락화가 형성되면 그렇지 않은 신생아들보다 혈류 감염이 일어날 확률이 3배 이상 높았다. 

    장내 집락화가 형성된 1984명의 신생아 가운데 157명(7.9%)에서 그람 음성균에 의한 혈류감염이 발생했다. 장내 집락화가 형성되지 않은 신생아 3583명 중에서는 85명(2.4%)만이 그람 음성균에 의한 혈류 감염이 발생했다. 연구소는 “그람 음성균의 장내 집락화가 패혈증 발생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고 했다. 

    연구소가 앞서 소개한 2011년 인도에서 신생아 242명을 대상으로 한 논문에서도 그람 음성균이 장에 집락화돼 있던 신생아에서 패혈증 발생 빈도가 높았다. 연구소는 “생후 3~7일 사이에 채취한 위장 흡인물에서 그람 음성균이 자란 신생아의 경우 82%에서 패혈증 증상을 보였다. 생후 3~7일 사이에 채취한 대변에서 그람 음성균이 자란 경우에는 75%에서 패혈증 증상을 보였다”고 했다. 

    패혈증 징후를 보인 178명의 신생아 중 49명(28%)에서 혈액배양 양성 소견을 보였고, 그 중 32명(65%)에서 그람 음성균이 자랐다. 혈액에서 그람 음성균이 자란 32명 중 24명(75%)는 장에서 동정된 균과 유전적으로 동일했다. 

    또한 2000년대 소아 감염과 관련한 대규모 전향적 연구 논문에서도 전체 698명의 신생아의 90%에서 그람 음성균에 의한 장관 집락화가 있었고, 그 중 7.3%에서 동일한 그람 음성균에 의한 혈류감염이 나타났다. 

    "질본, 패혈증의 다양한 가능성 고려 안하고 성급하게 결론내" 

    연구소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은 장내에 집락화된 그람 음성균과 혈액에서 배양된 그람 음성균이 유전학적으로도 완전히 일치했다. 이에 따라 질본은 패혈증의 원인으로 지질영양제가 아니라, 장관 내에 집락화된 그람 음성균에 의한 혈류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을 먼저 확인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연구논문에서 나온 장내 그람 음성균이 집락화된 신생아에서 혈류감염 발생이 높아질 수 있는 위험 요소를 보면 질식 분만(자연분만), 출생 체중이 1.0kg미만, 위장관내 병변, 기계환기(기계를 활용한 인공호흡), 중심정맥관(몸통에서 심장으로 연결되는 정맥) 사용(투여)일수가 긴 경우 등이었다. 또한 괴사성 장염과 그람 음성균의 혈류감염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 

    연구소는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4명의 환아 모두 위장관 병변이라 할 수 있는 로타바이러스 장염이 있었고, 중심정맥관을 가지고 있었으며 기계환기 치료를 받았다”라며 “4명 중 3명에서는 괴사성 장염이 있거나 의심 소견이 있었다”고 했다. 
     
    연구소는 “질본은 역학조사가 문제없다고 했다. 하지만 질본이 시트로박터 프룬디균 패혈증의 다른 원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관련 논문이나 문헌 분석도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연구소는 “사망 환아들은 집락화된 세균에 의해 패혈증 발생 가능성이 높은 경우였다고 본다. 이런 분석이 의학적으로 합당할 것으로 판단된다”라고 했다. 

    연구소는 “이번 이대목동병원 사건에서 의료진들이 형사 처벌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 지금이라도 신생아 사망의 명확한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 질본과 검찰을 비롯한 국가기관들의 책임 있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