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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문 발행하는 의사

    [딴짓 20]정신의학신문 정정엽 대표

    '마음다루기'로 직장인 정신건강도 다뤄

    기사입력시간 2017-09-15 04:59
    최종업데이트 2017-09-15 09:41

    [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복지부의 2011년 전국 정신질환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정신질환의 평생유병율이 27.6%로 여러 외국의 정신질환 평생유병율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 알코올과 니코틴 사용장애를 제외한 주요 정신질환 평생유병률도 전체 14.4%에 달하고, 자살시도자의 75.3%가 하나 이상의 정신질환을 경험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정신질환 경험자가 정신의료서비스를 이용하는 비율은 15.3%로 아직 선진국에 비해 많이 낮은 수준이라 정신건강의학과 치료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줄여 치료 접근성을 높이는 게 중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국내 환경 속에 양평에서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시절 군 생활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운영한 경험을 살려 직장인을 대상으로 정신건강의학 프로그램을 보급하고 정신 및 건강에 관한 신문을 발행하는 의사가 있다.
     
    다름아닌 ‘정신의학신문’을 발행하며 ‘마음다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정정엽 대표다.
     
    그를 만나 신문 발행에 대한 이야기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높이는데 일조하기 위한 첫 단계로 진행 중인 직장인을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향상 프로그램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진: 정신의학신문 정정엽 대표(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출처: 정신건강의학신문 제공)

     
    "의사들이 직접쓰는 정신&건강 뉴스"

    정신의학신문은 ‘의사들이 직접 쓰는 신문’을 모토로 모든 정신과의사들을 발행인으로 하는 정신과 의사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진 신문사다.
     
    초기 30명 정도가 모여 ‘정신의학신문사’로 법인을 설립했는데 현재는 핵심적으로 참여하는 인원이 6명 정도로 운영진의 지인들로부터 한 달에 한 편 정도씩 기고를 받고 있다. 원고료는 별도로 지급하지 않는다.
     
    신문 사업을 통해서는 사실상 수입을 기대하기 어렵다. 올해 5월부터 발행을 맡았는데 아직은 신문 발행으로 인한 본인 수입은 전혀 없는 상황으로, 젊은 정신과의사들 사이에 본 사업에 대한 공감대와 응원 덕분에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의사들이 참여하고 혜택도 돌아갈 수 있도록 정신건강 관련 사업도 하고 국가과제도 수주할 수 있는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 사명을 ‘정신건강의학연구소’로 변경하고 산하 법인 추가 설립도 검토 중에 있다.
     
    정신의학신문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의 기사뿐만 아니라 ‘아는의사’라는 일반의학 코너를 포함해 매일 한두 꼭지 정도는 기사를 발행하고 있다. 정신의학신문 내에 별도의 섹션으로 만든 ‘아는의사’는 ‘닥터단감’ 애니메이션으로 알려진 유진수 외과 전문의가 운영하고 있다.
     
    사진: 정신의학신문 홈페이지 첫 화면 일부(출처: 정신의학신문 홈페이지 캡쳐)


    '마음다루기'를 통해 먼저 직장인 정신건강 높이기에 집중


    정신의학연구소의 사업분야에는 정신건강 관련 모든 분야가 해당되는데, 우선 일차적으로 직장인들의 건강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마음다루기’라는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다른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과 함께 만들어 기업과 계약을 맺고 소속 직원이 상담하러 올 수 있는 근로자지원프로그램(EAP: Employee Assistant Program)을 운영하고 있다.
     
    해당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직원 개개인이 속한 회사 조직 전체의 정신건강을 높임으로써 직원 개인의 정신건강과 더불어 궁극적으로 대한민국의 정신건강을 높이는 것으로, 정신의학신문의 목표이기도 하다.
     
    마음다루기는 12주 프로그램으로 적게는 10명에서 많게는 40명씩 그룹을 지어 진행한다.
     
    강의를 듣고 체험한 것을 일주일 동안 어플리케이션 등을 통해 기록한 후 그 다음 주에 모여서 평가하는 것을 반복하는 과정인데, 12주는 습관이 될 수 있는 기간이 2개월에서 3개월임을 고려해 정한 기간이다.
     
    해당 프로그램은 일종의 생활습관 교정을 통해 정신건강을 도모하는 것으로, 스트레스 관리는 물론 타인과의 관계를 원활하게 하고 스스로 행복하게 느끼고 본인 인격 수양 등 실생활에 반영해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부딪혔을 때 자동으로 반응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정신생활에 습관화돼 나타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차가 갑자기 앞으로 끼어들 경우 나타내는 반응을 보면, 화를 내고 쫓아가는 사람, 화만 내고 마는 사람, 이해하고 넘어가는 사람 등 다양하다. 이를 생각적, 감정적, 의지적인 측면 등으로 나눠 중간 중간에 어떻게 하면 이를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마음으로 만들 수 있을까를 도와준다.
     
    ‘마음다루기’는 ‘마음 챙김’이랑 ‘인지 치료’가 융합된 개념이다. 공황장애 등 정신과적 질환이지만 불안증세로 호흡곤란이라는 신체증상을 보이는 경우 복식호흡 등을 통해 내부적으로 편안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함으로써 외부적인 상황에 경계반응을 보이지 않도록 치료한다.
     
    현재 마음다루기 프로그램에 활용할 수 있는 ‘마인드힐(Mind Hill)’이라는 앱은 베타서비스를 진행 중에 있고, 마음다루기에 관한 책도 집필 중에 있다.
     

    이미지: 현재 베타서비스 중인 마음다루기 앱 '마인드힐' (출처: 정신건강의학신문 제공)


    진료와 사회를 돌보는 일 병행하고 싶어 

    ‘마음다루기’라는 단체를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프로그램은 2014년 한양의대에서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전문의를 취득하고, 양평에서 군의관으로 복무하며 운영했던 조직단위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인 ‘드림캠프’에서부터 관심이 생겨나 시작하게 됐다.
     
    본인이 군의관으로 근무하던 당시에는 군 사단마다 드림캠프가 있었는데, 군 생활에 적응하지 못하는 장병들을 대상으로 재충전할 수 있는 기관이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집단 상담을 하면서 전문 프로그램 도입을 고려하던 중 북 치는 걸 생각하게 됐고, 이시형 교수가 한 부대마다 한 기업의 후원을 맺어주며 운영하던 정신건강프로그램인 ‘세로토닌 드럼클럽’의 도입을 부탁해 첫 시도한 게 지금 마음다루기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인연이 됐다.

    앞으로의 목표는 삼사일 정도 진료를 보면서 하루 이틀은 사회를 돌볼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정신의학신문도 정신과의사들이 만들어가는 신문이자 정신의학이 일상생활에 꼭 필요한 부분인 만큼, 우리나라 모든 사람들이 보는 신문이 됐으면 좋겠다.
     
    또 사회 정신건강 개선을 위해서 보다 많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으면 좋겠다.


    후배들에게 한마디

    아직은 경험이 길지 않아 지금 하는 일에 대해 평가하거나 권하지는 못하겠다. 

    이년 정도 지나 경험이 쌓이고 나서 그때가 되면 한마디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