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의원에서 주사를 처방받은 후 C형 간염에 걸린 10명의 피해자가 원장과 부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3일 피해자들은 소장을 통해 "자신들이 C형간염에 걸린 사실도 모른 채 다나의원에서 치료를 계속 받았다"라며 "육체적, 정신적으로 회복될 수 없는 손해가 발생해 손해배상 책임을 묻고자 소송에 이르게 됐다"고 밝혔다.
법무법인 고도 이용환 변호사는 피해자의 소송대리인 자격으로 ▲원장과 부인의 설명의무 위반 ▲주사기 재사용에 따른 감염관리 주의의무 소홀 ▲의무기록작성 미비에 따른 원고들의 알 권리 침해 등을 주장하며 피해자 1인당 1천만원 씩의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이번 법원에 접수된 소장을 통해 새롭게 알려진 다나의원의 내막을 살펴봤다.
이해할 수 없는 다나의원의 처방 기록
원장 김 씨와 그 부인은 2008년 5월경 의원을 개설한 후, 집단감염 사태가 알려진 작년 11월까지 2,269명의 환자를 진료했다.
피해자들은 소장에서 감기몸살, 피로, 다이어트 등에 효과가 있다고 알려진 각종 수액과 근육주사 및 경구용 약물을 처방받았다고 주장했다.
급여 처방을 제외하면, 김 씨는 평소 의무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소장에 별첨된 피해자 처방 기록을 보면 개설 후 4년을 기점으로 김 원장의 처방 패턴이 드라마틱하게 바뀐다.
주력으로 처방하던 경구용 약물을 줄이고, 주사제 사용량을 급격히 늘린 것이다.
김 원장은 뇌출혈로 쓰러진 2012년, 그때부터 주사제를 압도적으로 많이 처방하기 시작한다.
아내의 운영 이후 주사제 처방 심각해져...
소장에서 원고(감염 피해자)들은 김 원장이 뇌내출혈로 쓰러진 2012년부터 김 씨 아내가 실질적인 의원 운영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소장에서 밝혀진 실제 처방 기록엔, 그런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증거가 보인다.
김 원장이 뇌출혈을 일으킨 2012년까지, 다나의원에서 발행한 처방전은 경구용 약물이 주를 이뤘다.
주사제 처방은 간헐적이었다.
하지만 2012년 이후 김 씨 이름으로 나간 처방전은 대부분 주사제로 바뀌었다.
한 피해자는 항생제 주사를 수액과 곁들여 주 2회씩 쉬지 않고 맞았다.
무려 20개월 동안…
비상식적인 내원 횟수
원장과 그 부인의 비상식적이고 불법적인 의료 행위가 다나의원 사건의 본질이지만, 환자들의 지속적인 잦은 방문도 미스터리다.
소를 제기한 원고들은 피해 기간 1인당 적게는 3~4회, 많게는 900여 회에 걸쳐 다나의원을 방문했다.
원고 10인의 평균 방문 횟수는 1인당 200여 회에 이른다.
특별한 기저 질환이 없는 상태에서 똑같은 항생제와 수액을 수년 동안 쉬지 않고 처방받은 것은 누가 봐도 지나치다.
다나의원에서 주로 처방한 주사제는?
소장에는 다나의원에서 처방한 주사제와 처방 날짜가 자세하게 적혀있다.
2012년 이후 원고 10인의 처방 기록을 보면 진통제 '트라마돌'과 항생제 '린코마이신'이 빼곡하게 차 있다.
트라마돌(Tramadol) 100mg :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진통제의 일종. 아스피린이나 타이레놀처럼 해열/진통 작용을 같이 하는 것이 아니라 통증에만 작용한다.
린코마이신(Lincomycin) 600mg : 호흡기감염·소화기감염·농양·외이염·패혈증·성홍열 및 수술 후 2차 세균감염 방지를 위해 사용하는 항생제. 포도상구균·연쇄상구균·수막염 등 그람양성균 및 일부의 음성균에만 효과가 있고, 그람음성균에는 효과가 별로 없다.
피해자들의 아형은 1a형
원고인 10명의 C형 간염 아형은 1a형으로 밝혀졌다.
1a형은 미국에서 흔하고, 국내에서 치료 때 보험급여 문제가 걸려 있다.
다나의원에 있던 의약품이나 의료기구 및 주삿바늘 등의 환경 검체 역시 피해자와 같은 유전자형과 아형이 검출됐다.
소장에 따르면 다나의원을 내원했던 600명의 검사자 중 항체 양성자(C형 간염 감염자)의 내원횟수는 평균 240회였고, 항체음성자들은 평균 15회였다고 한다.
방문 횟수에 따라 혈액감염 노출이 비례하면서 감염이 유의미하게 올라가므로, 원고 10인은 주사기 재사용과 감염 사이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