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담배 줄인다고 심혈관 혜택 없어…금연하면 체중 증가해도 혜택

    공공정책 개입 중요…병의원에서 환자 흡연여부 체크하는 것도 필요

    기사입력시간 2018-05-31 06:01
    최종업데이트 2018-05-31 06:01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흡연이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대부분 폐암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과 같은 폐질환과의 연관성을 많이 떠올린다. 하지만 흡연은 심혈관질환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치며, 적은 양이라도 계속 피우면 관상동맥질환과 뇌졸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다수 보고되고 있다.

    31일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금연의 날(World No Tobacco Day)'이다. 올해 주제는 전 세계 주요 사망원인인 심혈관질환과 담배의 연관성, 담배로 인한 심장 건강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부 및 공공 정책에 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 '담배와 심장질환(Tobacco and heart disease)'으로 정해졌다.

    한국화이자제약은 30일 세계 금연의 날을 맞아 기자간담회를 열였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캐나다 맥길대학교(Mcgill University) 마크 아이젠버그(Mark J. Eisenberg) 교수가 '심혈관 질환에 있어 금연의 중요성과 CATS 연구를 통해 확인된 바레니클린의 안전성', 분당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이기헌 교수가 '최근 국내 담배 관련 이슈와 심혈관 질환에서 금연의 중요성'에 대해 발표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흡연은 아직 보건의료적인 측면에서 큰 도전과제이고 캐나다의 경우 성인 가운데 여전히 13%가 흡연자다"면서 "흡연은 신체의 모든 장기(organ)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골고루 미치고 있다. 내·입원 환자들이 금연한다면 공공 보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기헌 교수는 담배를 끊거나 줄였을 때 심혈관 질환이나 심혈관 사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다양한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금연하면 심혈관 위험 감소…흡연량 줄이는 건 소용없어

    2003년 통합 코호트 연구(pooled cohort study)에서 흡연량이 많은 흡연자(Heavy smokers)를 기준으로 금연했을 때와 흡연량이 적을 때(Light smokers), 흡연량을 50% 줄였을 때, 33% 줄였을 때 네 가지 상황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금연하면 심근경색의 발병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단순히 담배를 줄이는 것만으로는 줄일 수 없었다.

    이 교수는 "2006년 연구에서 흡연량을 줄이는 것의 건강효과는 금연이나 비흡현과는 매우 다르다고 나타났다"면서 "금연하면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지만 담배를 줄이는 것으로는 그렇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유럽심장학회지(European Heart Journal) 5월호에 게재된 이기헌 교수와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상민 교수팀 연구에서는 담배를 끊고 나서 체중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심뇌혈관 질환 위험은 크게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수진자 전체를 대상으로 한 수치를 모두 분석한 결과로 여러 경우에 있어서 금연은 심뇌혈관 질환 위험을 상당히 줄였다"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체중 증가로 인한 악영향이 문제되지 않는다는 것을 밝혔다는 점이다"고 강조했다.

    이기헌, 박상민 교수팀이 지난해 발표한 연구에서는 담배를 끊은 뒤 혈당이 증가하는 경우에도 심혈관 질환 발병 위험이 크게 줄고, 심혈관 질환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 교수는 "당뇨병이 있는 여성 간호사 코호트에서 흡연과 사망률은 명확한 양-반응 관계(dose-response manner)를 보였다"면서 "이 연구에서 특기할 점은 금연한지 얼마 안된 그룹보다 10년 이상 금연한 그룹에서 확연히 낮은 사망률을 보였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금연구역 법제화가 심근경색·급사 줄였다…오타와 모델도 금연에 도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흡연율을 줄일 수 있을까. 아이젠버그 교수는 의료적인 접근과 약물적인 접근도 중요하지만 특히 공공정책의 개입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캐나다의 일상적인(daily) 흡연율은 1985년 30%에서 2015년 9%로 줄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이 과정에서 캐나다 정부의 주요한 공중보건적 개입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먼저 경고문구나 경고그림 삽입은 물론 2002년 담뱃세를 상승시켰고, 2005년부터는 병원이나 병원 인근, 극장, 술집, 레스토랑 등 공공장소에서 흡연을 금지시켰다. 2010년부터는 16세 미만 아동이 있을 경우 차량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도 불법이 됐다.

    이 교수는 "사회적으로 금연구역을 법제화하는 것은 실제로 심근경색(MI)과 급사를 줄였다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2012년 JAMA Internal Medicine에 발표된 논문에서 연구팀은 금연법의 인구 영향을 평가하기 위해 미네소타주 옴스테드 카운티(Olmsted County, Minnesota)의 금연구역 조례 시행 전후 18개월 동안 심근경색과 급사 발생률을 측정했다.

    그 결과 심근경색 발생률은 10만명 당 150.8건에서 100.7건으로 33% 감소했고, 급성 심장사 발생률도 10만명 당 109.1건에서 92.0건으로 17% 감소했다. 같은 기간 흡연률은 감소했고, 고혈압과 당뇨병, 고콜레스테롤혈증, 비만 유병률은 일정하거나 증가했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이외 병의원에 내원하거나 입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금연율을 높일 수 있는 '오타와 모델(Ottawa Model)'도 소개했다. 이 모델은 오타와심장연구소에서 만든 모델로 병원에 내원한 모든 환자에게 흡연여부를 평가해 의무기록에 이를 기재하는 것이다.

    아이젠버그 교수는 "만약 담배를 피웠다면 의사나 간호사, 기타 의료담당자가 2분간 담배가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과 금연 필요성에 대해 컨설팅을 제공하고, 당장 금연을 원하는 환자에게는 핫라인 번호를 제공한다"면서 "오타와 모델을 도입했을 때 6개월 연속 금연율은 29.4%로 이전(18.3%)보다 증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타와 모델은 캐나다에서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도입되고 있다"며 "심장의 입장에서 종합병원뿐 아니라 일반 의원도 마찬가지로 환자가 왔을 때 흡연에 대해 물어보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아이젠버그 교수는 "금연 후 3개월이 지나면 폐기능이 개선되기 시작하고 1년이 지나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50% 감소하며, 5~15년 지속적으로 금연을 유지하면 폐암 위험도 30~50% 준다. 그리고 15년 이상 지나면 심혈관 위험이 한 번도 흡연하지 않은 사람과 동일하다. 금연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