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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외에선 의료 빅데이터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국민 스스로 데이터 접근권한 관리하는 핀란드…EMA·FDA도 빅데이터 규제 활용법 모색 활발

    기사입력시간 2020-05-14 07:10
    최종업데이트 2020-05-14 09:0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8월 시행 데이터3법, 의료에 어떻게 활용되나   
    ①가명정보 활용 가능성 vs 개인정보보호 강화 
    ②세계 각국 '의료 빅데이터 강국' 위해 모색 중 

    [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올해 1월 개인정보보호법과 정보통신망법, 신용정보법 등 일명 데이터 3법이 통과되면서,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데이터 생태계 구축을 2020년 업무계획에 포함시켰다. 데이터 3법의 8월 시행을 앞두고 의료법, 생명윤리법 등 세부안에 대한 보완이 모색되고 있다. 복지부는 바이오 빅데이터를 구축하는 한편 의료기관 간 표준화된 진료기록 및 영상정보 등 '진료정보교류'를 확대, 여기에 건강보험 수가를 적용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다른 국가에서는 의료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으며 어떤 정책을 펼치고 있을까.
     

    앞서가는 핀란드, 포털 통해 자신의 임상기록 및 데이터 접근권한 관리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분석한 의료 분야 데이터 강국 현황에 따르면 핀란드는 국가 전자환자기록(elektronische Patientenakte)을 유럽에서 처음 도입했다. 핀란드 국민은 포털을 이용해 자신의 전체 임상기록 및 자신의 데이터에 대한 접근 권한을 관리할 수 있다.

    덴마크도 핀란드와 같은 방법으로 환자건강기록을 관리하며, 포털을 통해 진료기록의 99%가 병원에서 주치의에게로 전달된다.

    라트비아와 핀란드는 디지털 의료 처방을 위한 데이터 교환 시스템 구현을 양국 간 합의, 올해까지 전체 전자환자기록부(EPA)에 대한 양방향 접근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영국과 중국도 디지털화에 박차…中병원, 빅데이터로 공실률 줄여

    영국 또한 의료 디지털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난 10년간 심혈을 기울여 왔다. 그 정책 중 하나는 전자의무기록 등 기본적인 통합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영국에서는 국가보건의료서비스(NHS) 의료기관 사이에서도 사용하고 있는 전자의무기록 플랫폼이 제각각이어서, 내외부적으로 의료 데이터를 공유하거나 사용하는데 제약이 발생한다.

    이에 영국은 전자의무기록, 전자처방전 및 전자진단 시스템, 환자·의료진·의료기기 등의 전자기록관리 등을 모두 포함한 통합적인 시스템을 구축해 의료서비스의 효율성을 향상시키고 완전한 디지털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코트라가 발간한 중국 내 빅데이터 시장동향 자료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빅데이터 산업 육성 정책을 잇달아 발표했으며 여기에는 건강의료 관련 정책도 다수 포함됐다. 빅데이터 기술과 기존 의료산업이 융합하면서 2014~2018년 의료 빅데이터 시장 규모는 연평균 74.6%씩 성장했다.

    대표적인 활용 사례로는 광둥성 인민병원이 빅데이터를 활용해 병실 공실률을 줄인 예를 꼽을 수 있다.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광둥성 인민병원의 병실 공실률은 13%에 달했다. 병원은 환자 데이터와 병원 데이터를 통합, 기존 환자들의 개인별 행동양식, 심리상태와 발병률, 입원률 등 상관관계를 분석해 병실 배치를 바꾸면서 공실률을 8%로 5%p 줄였다.

    美영리 환자 커뮤니티, 리얼월드 경험과 결과 공유로 환자의 삶 개선

    민간 차원의 건강 정보 공유 플랫폼 구축 사례도 있다. 미국에서는 2004년 영리 환자 네트워크 및 실시간 연구 플랫폼인 페이션츠라이크미(PatientsLikeMe)가 설립돼 다양한 임상데이터를 수집 및 활용하고 있다.

    페이션츠라이크미의 미션은 리얼월드(real-world) 경험과 결과를 공유해 얻은 새로운 지식으로 환자의 삶을 개선시키는 것이다. 현재 75만명 이상이 회원으로 가입해 자신의 증상과 관리법 등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100건이 넘는 연구결과가 논문 등으로 발표됐다.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나 노바티스(Novartis) 같은 제약회사와 콜라보레이션해 환자의 인식도나 삶의 질, 비용 분담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기도 하고, 유전체 회사와 함께 약물 유전학에 대한 연구를 하기도 한다. 2018년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과 함께 환자 생성 건강 데이터(patient generated health data, PGHD) 코딩에 대한 연구도 수행했다.

    페이션츠라이크미는 2019년 6월 보험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세계 최대 헬스케어 회사 유나이티드헬스 그룹(UnitedHealth Group)에 인수됐으며, 온라인 플랫폼은 유나이티드헬스의 연구 부서에 통합됐다.

    EMA, 임상시험 데이터뿐 아니라 소셜 미디어 데이터도 규제 활용 검토

    규제기관의 의약품 및 의료기기 심사에 의료 빅데이터를 활용하려는 움직임 또한 활발하다.

    유럽의약품청(EMA)과 유럽 내 각국 의약품안전관리기구 모임(Heads of Medicines Agencies, HMA) 공동 빅데이터 태스크포스는 2019년 2월 첫번째 보고서를 발간, 규제에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했다. [관련기사=유전체·모바일헬스·소셜미디어 등 빅데이터, 의약품 규제에 어떻게 활용할까]

    기존의 임상시험, 부작용 감시 데이터뿐 아니라 리얼월드(real-world), 유전체, 모바일 헬스 및 웨어러블, 소셜 미디어 데이터 등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EMA는 "웨어러블 기기와 전자건강기록(EHR), 소셜미디어, 임상시험, 자발적인 부작용 보고서 등을 통해 매일 엄청난 양의 데이터가 생성된다"면서 "이 데이터에서 도출된 통찰력이 의약품 전체 라이프사이클에 걸쳐 혜택과 위험을 평가하기 위해 점점 더 많이 사용될 것이라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수집된 데이터를 사용해 혜택을 얻고 신중하게 활용하기 위해 규제당국은 데이터 환경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스크포스는 올해 초 '진화하는 데이터 기반 규제(Evolving Data-Driven Regulation)'라는 제목의 두 번째 보고서를 발간했다. [관련기사='진화하는 데이터 기반 규제'…유럽, 빅데이터 활용 위한 우선조치 10가지 발표]

    이 보고서에서 눈여겨볼 점은 유럽연합(EU) 전체 의료 데이터에 접근하고 분석할 수 있는 플랫폼 DARWIN(Data Analysis and Real World Interrogation Network) 구축을 우선순위 권장사항으로 제시했다는 것이다. 이 플랫폼은 의료 행위의 강력한 근거로 규제 의사결정을 내리는데 사용될 예정이다.

    리얼월드 데이터에 주목하는 FDA, 실시간 감시 넘어 활용도↑

    미국 FDA 또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규제에 데이터를 다양하게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2019년 1월 약물감시체계인 센티넬 이니셔티브(Sentinel Initiative) 5개년 전략 및 로드맵을 발표했다. 시판후 안전성 감시를 위해 수집하던 데이터의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관련기사=美FDA 데이터 혁신 전략, 시판후 안전성 감시 넘어 활용도↑]

    FDA는 "센티넬은 의약품 개발 프로세스 지원, 약물 사용 검토 강화, 위험 관리 영향 측정, 공중 보건 개입 영향 평가 촉진, 전염병 감시, 국민 건강 측면에서 포괄적인 견해가 필요한 다양한 시나리오 등 광범위한 공중보건 노력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센티넬은 의약품 개발에서 리얼월드 데이터 사용까지 헬스케어 생태계에서 유의미한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센티넬은 개방된 국가 자원이지만 FDA 외에는 현재 널리 사용되고 있지 않다. 이에 장기적으로는 센티넬 시스템에 대한 외부 접근을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전자의무기록 정보를 바탕으로 의약품 효능과 안전성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나아가 효능을 이해하는데 리얼월드 자료를 활용하는 것도 계획에 두고 있다. [관련기사=美FDA, 의약품 실시간 리얼월드 데이터 구축한다]

    당시 FDA 국장이었던 스콧 고틀립(Scott Gottlieb) 박사는 "예를들어 전자의료기록을 활용해 새로 허가된 제품의 적응증을 확대할 수 있으며, 궁극적으로 후기 개발 단계를 리얼 월드에서 수행해 시판전 개발 프로세스를 더 효율적이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제약회사가 만든 차트(chart)와 테이블(table) 을 검토하는 대신 제약회사의 데이터가 클라우드로 업로드되는 시스템을 구축해, 원시자료(raw data)를 FDA 자체 표준 방법을 사용해 검토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 [관련기사=美FDA 신약평가부서 신설…"규제평가 간소화하고 신약 개발비 줄이겠다"]

    또한 미국 브리검여성병원(Brigham and Women’s Hospital)과 함께 규제당국이 무작위 대조군 임상연구(RCT)를 리얼월드 데이터 연구로 대체할 수 있을지 알아보기 위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관련기사=美FDA, 리얼월드근거 활용 시범 프로젝트 확대한다]

    현재 진행중인 4상 임상시험 7건의 결과를 예측하기 위해 리얼월드 근거를 사용하는 시범사업이다. 이 연구의 목표는 리얼월드 데이터 분석이 어떤 유형의 임상적 질문에 신뢰성 있는 답을 줄 수 있는지, 어떤 설계와 분석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연구의 전체 결과는 올해 말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브리검여성병원 생물통계학자인 하버드의대 제시카 프랭클린(Jessica Franklin) 부교수는 "임상시험이 완료되기 전에 그 결과를 예측하는 것은 특정 상황에서 RWE가 잠재적으로 임상시험을 대체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데 중요하다"면서 규제 수준의 RWE 연구를 구현하기 위한 프로세스 모델을 개발하는 만큼 이러한 추가적인 작업은 필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