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채 기자] “의사들이 윤리적 의료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는 공공의 책임으로, 민간의료는 민간의 책임으로’라는 대원칙이 자리 잡아야 합니다. 따라서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통해 민간의료기관(의사)을 마치 전근대사회 부역처럼 동원하는 정책은 사라져야 합니다.”
박형욱 단국의대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대한의학회 법제이사)는 28일 대한의사협회 ‘4대악 의료정책 바로알기’ 온라인 학술대회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박형욱 교수는 건강보험법상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로 인한 문제점을 제시하며 공공의료 발전을 위한 획기적 재정투자가 필수적이라고 제언했다.
특히 열악한 재정으로 운영되는 공공의료가 전공의들의 수련환경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했다.
박 교수는 “‘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 수련환경 법’에 따르면 전공의는 1주일 88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왜 근로기준법과 달리 전공의 수련시간이 과도하게 설정할 수밖에 없었나”며 “그 이유는 전공의들이 열악한 재정으로 유지되는 공공의료 체계를 지탱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요양기관 강제지정제에 따라 우리나라의 모든 의료기관은 당연히 건강보험 의료를 제공해야 한다. 전공의 수련기관 역시 마찬가지”라며 “결국 전공의들은 국공립의료기관, 민간의료기관 구분 없이 우리나라 공공의료를 지탱하고 있다. 우리나라 보건예산이 부족하면 공공의료가 열악해지고 이는 전공의들의 근로조건에 결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박 교수는 “2018년 영국의 국민보건서비스(NHS) 예산이 약 226조원에 해당한다. 2019년 우리나라 보건의료예산은 2조6000억원으로 건강보험재정까지 합친다면 약 12조원”라며 “일개 대학병원 그룹 매출을 조금 넘는 예산으로 우리나라 전체 공공의료를 제대로 운영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는 것은 망상”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전공의들이 ‘우리도 대한민국 국민이며 근로자인데 왜 근로기준법을 적용하지 않는가. 우리에게도 근로기준법을 적용하라고 주장하면서 파업을 한다면 윤리적인가, 비윤리적인가’라고 한다면 이에 대해 어떤 사람도 비윤리적이라 단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영국은 우리나라처럼 요양기관 강제지정제를 통해 강제로 의사들을 공공의료에 동원한 것은 아니다”라며 “영국은 막대한 재정을 투여해 의사들의 참여를 이끌고 계약 체결의 자유를 존종한다. 영국 의사는 다양한 형태의 프라이빗 케어(private care)를 제공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의료관리학자들은 영국이 어떤 수단으로 NHS를 만들었는지 전혀 전달하지 못했다. 그리고 영국 의사를 공무원인 것처럼 전달하는 오류는 우리나라 의료보장의 틀과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합헌 결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며 “요양기관 강제지정제 법적 성격에 대해 우리나라 행정법 분야에서 정확하게 논의된바 없다. 다른 민주주의 국가에서 볼 수 없는 제도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COVID-19) 사태 속 민간의료기관 역할에 주목하며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코로나19의 광풍 속에서 이만큼 의료체계가 견뎌준 것은 민간의료기관 덕분으로 봐야 한다”라며 “만일 우리나라가 코로나19에 대처를 잘한 것이 오로지 공공의료기관 때문이라면 엄청난 예산을 공공의료에 쏟아 붓는 영국 등 서구 공무원들은 완전히 무능하다고 평가해야 한다. 이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박 교수는 “비교제도론적으로 우리나라 건보제도는 가입자와 보험자 사이에 의료기관(의사)을 강제로 끼워놓고 수많은 의무를 부과하면서 중층의 규제로 운영되는 제도다. 관료 중심의 제도, 규제 위주의제도, 속으로 곪는 제도가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국민은 일단 싼 의료를 좋아한다”고 했다.
박 교수는 “결국 관료와 관변 정책가들이 만든 불합리한 규를 의료기관(의사)은 거부할 권리가 없다. 이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과정에서 야기된 부작용 책임을 의사와 의료기관에 전가한다”며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문재인 케어)는 그 정점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이 현재 의료체계 문제점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의료 정책 방향을 재정 투자로 선회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박 교수는 “복지부가 추진하는 4대 의료악법은 1977년 건보 의료체계의 비윤리성을 더 조장할 가능성이 높다. 복지부 추진정책에 따라 증원된 의사는 대도시에서 근무하며 비급여 풍선을 더 크게 할 가능성이 높다”며 “첩약 급여화는 건보 재정 낭비이며 필요한 약제의 급여를 방해한다”고 비판했다.
이어 “공공의대 정책으로 건강 격차를 해소할 수 없으며 여러 부작용만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며 “환자단체와 의사, 젊은 간호사들이 함께 힘을 합쳐 기재부의 의료정책 방향을 재정 투자로 선회시킬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