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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전에도 없는 단어 '양방사'에 관해…

    '양방사협회'는 뭐하는 단체??

    명칭에서 드러난 한의사들의 고민

    기사입력시간 2015-07-03 06:31
    최종업데이트 2015-07-03 09:15

    참의료를 실천할 것 같은 이름을 내건 모 단체가 있다.
     
    경제 관련 NGO 이름과 유사해 의료계 전반을 아우르는 단체 같지만, 실은 한의사들이 주축이다.
     
    이 단체는 여러 의료계 사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성명서를 내고 보도 자료를 언론에 배포한다.
     
     

    우리나라에 '양방사'란 직업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단체에서 보낸 보도자료를 읽다 보면 '양방사'란 조금 낯선 단어가 눈에 띈다.

    그 단어를 표면적으로 바라보면 '학자적 이미지'를 '단순 기술자'로 깎아내리는 것 같다. 문득 이 단어의 정확한 뜻이나 유래가 궁금해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해봤다.
     
     

    '국내 최대 포털 사전'에서는 '양방사'란 단어가 없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뜻을 찾지 못했다. 사전에 없는 단어였다.
     
    참의료를 실천하겠다는 단체에서 굳이 없는 단어까지 만든 이유가 궁금했다.

    여러 가지 다른 단어까지 동원해 조합하여 다시 검색했다.
     
     

    존재하지 않는 '양방사협회'를 만들어낸 한의신문
    본지가 만약 '대한한의사협회'를 '한무당협회'라고 오기했다면 어땠을까?

     
     
    단어의 유래를 찾기 위해 키보드를 두드렸건만 다른 문제에 직면했다.
     
    '낯선 그 단어로 이루어진 협회'까지 등장한 것이다. 이 단체는 역시나 존재하지 않았다.

    물론 그 단어로 어떤 특정 단체를 추정할 수는 있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일단 그 단어를 액면가 그대로 검색해서 확인해야 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이런 '자의적 치환'이 미디어에서 일어나선 안 될 행위이기 때문이다.
     
     
    일반인 독자들은 이름을 바꿔 부른 이 행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고유명사의 정확한 표현은 굉장히 중요하다.

    고유명사란 말 그대로 다른 것들과 구분하기 위해 고유의 기호를 붙인 것과 같기 때문이다.  

     
    '서울삼성병원'이라고 표기해도 일반인들은 대부분 그 뜻을 알아먹을지 모르지만, 언론에서는 반드시 '삼성서울병원'으로만 표기한다. 삼성과 서울의 두 단어가 바뀌는 날엔 기자는 데스크에 불려간다.
     
    띄어쓰기 또한 예외가 아니다. (마찬가지 이유로 '삼성 서울병원'이 아닌 '삼성서울병원'이다)

     
    '양방사협회'란 표현에 첨엔 눈을 의심하기도 하고 은유적인 일회성 표현이라고 생각했으나, 기사 전문을 읽어보면 같은 단어가 반복되고 있다.
     
    이것은 명백한 '오기'이며, 문제는 이 오기가 의도적이라는 데 있다.
     

    의료법 제2조(의료인) ① 이 법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한다.
     
    1.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3. '한의사'는 한방 의료와 한방 보건지도를 임무로 한다.

     
     
    법률에서 명명한 단어를 국어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단어로 치환시킨 이유는 무엇일까?



    KOREAN MEDICINE은 한의학일까? 한국의 의학일까?
    영문 명칭에서 드러난 한의사들의 고민


    한의사협회는 2012년까지 협회의 영문명칭 'The Association of Korean Oriental Medicine'에서 Oriental을 빼버렸다.

    새로운 영문 명칭은 대한의사협회의 영문표현인 'Korean Medical Association(KMA)'과 비교했을 때 배열만 다를 뿐 핵심적인 3단어(KOREA, MEDICINE, ASSOCIATION)의 구성이 같다.
     

    이에 의협은 영문 명칭이 유사해 혼동이 초래되거나 초래될 위험이 있어 상법에서 정한 '주체를 오인시킬 상호의 사용금지' 등에 해당한다며 2013년 5월 영문 명칭 사용 금지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두 단체가 비영리단체인 점을 들어 영업상 이익을 보호하는 법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며 소를 기각했다.
     

    관련 기사 - 법원 "한의협 영문명칭 'Oriental' 없어도 사용 가능"(연합뉴스)

     
    한의사협회는 법원에선 승소했지만, 명칭의 혼선은 각오해야 할 것 같다.

    영문 표기가 내국인이 아닌 외국인에게 뜻을 전달하기 위한 것임을 고려하면 말이다.
     
     
    영어권 검색어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똑똑한 구글'은 KOREAN MEDICINE이라는 두 단어의 조합에 이미 '전통 의학', '동양 의학'이라는 딱지를 붙여버렸다.
     
     
     
    구글은 'Korean Medicine'이라는 검색어를 입력하면 전통의학을 뜻하는 Traditional 혹은 Oriental과 합친 후 결과를 제시한다.
     

    똑똑한 구글과 달리 일반 외국인이 '한국의 의학(Korean Medicine)'에 대해 알고 싶어 검색했다면, 아마 한국에는 전통의학(Traditional Korean Medicine)밖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할 것이다.
     
     
    명칭이란 그 단어를 쓰거나 듣는 다수가 의미를 유사하게 공유하고 그 의미의 범위가 합의돼야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한의학의 범주를 외국인에게 가장 잘 표현해 주는 단어가 Korean Medicine일까? 아니면 Oriental(혹은 Traditional) Korean Medicine일까?
     

    NGO 주체가 모호하게 이름을 짓고, 법에서 명시한 직업을 맘대로 바꾼 것도 모자라 그 단체를 지칭하는 고유명사까지 다시 명명하며, 혼용의 위험성을 감안하고라도 기어이 영문 이름을 바꾸는 행위들엔 공통점이 있다.
     
    '의학과 한의학' 혹은 '의사와 한의사'의 구분을 애매하게 만드는 것이다.
     

    전문가 상담을 통해 영양제를 판매하는 업체의 홍보물.
    의사의 사진을 넣고 '닥터'라고 명시하지만 매장엔 한의사가 상담한다. 

     

    의학의 일정 부분을 공유하고자 하는 한의학의 이런 시도는 다소 역설적이다.
     
    한국에서 의사 혹은 의학이 갖는 이미지와 명성(그것이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은 그들이 미디어를 통해 비난을 마다치 않던 Medical Doctor가 만들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