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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협의 '더 뉴 건강보험'에 대해…의료공급자 역할 포함돼야

[칼럼] 정명관 가정의학과 전문의

의료전달체계 개편과 일차의료 역할 정립 필요

기사입력시간 18-05-17 06:18
최종업데이트 18-05-17 0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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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정명관 칼럼니스트]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1일 보건복지부에 '더 뉴 건강보험'을 깜짝 제안했다.

주요 내용을 보면 건강보험료 증액과 정부의 재정투입 확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대비 아직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우리나라의 경상의료비를 늘리고, 의료비의 가계직접부담을 낮추고 결과적으로 민간의료보험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의협이 이런 제안을 하게 된 배경을 살펴보자.
 
비급여의 급여화를 통해 보장성강화를 하고, 가계직접부담을 낮추기 위해서는 당연히 건강보험재정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수가 인상도 어렵고 삭감이 빈번해 질 것을 의협은 우려하는 것 같다. 그래서 사실은 정부가 추진해야 하고 단계적으로 그렇게 하기로 한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의협이 직접 주문했다.

언뜻 보면 건강보험 재정 확대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만, 이것은 정부가 소비자를 설득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 부담을 온전히 정부와 소비자가 안고 있다는 말이다.
 
의료공급자가 해야 할 일은 증액된 건강보험 재정으로 어떤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느냐 하는 것인데, 의협의 제안은 그런 내용은 담고 있지 못하다. 아직까지 의협의 기본 입장은 보장성 강화 정책인 문재인 케어를 반대한다는 것이고, 5월 20일에는 대대적인 집회를 예고하고 있다. 의협은 제 1야당인 자유한국당과는 문재인 케어 저지를 위해 공동 협력하기로 서명까지 했다.

의협은 의료전달체계 개선안을 거부해 의료 구조 개편도 답보 상태에 있다. 이런 환경에서 경상의료비를 증액하고 국고지원만을 늘리자는 주장은 수가 인상을 위한 재원 마련에만 관심이 있다는 인상을 주기 쉽다.
 
우리나라가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경상의료비 총액과 낮은 공공의료비 부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의료전달체계의 미비와 일차의료와 병원의료의 역할 분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의료비의 효율적인 지출 구조 또한 OECD 수준에 미달하고 있다. 의사수와 간호사수가 부족한 반면 병상수나 진료횟수는 최고 수준이고 의료비 증가속도도 최고 수준이다.
 
의료비를 아무리 증액해도 의료비를 효율적으로 지출할 수 있도록 의료전달체계가 잘 구비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붓기이고, 의료비 증가 속도를 둔화시킬 수 없다. 의료비 증액과 의료체계 개선이 함께 가지 않으면 안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http://www.medigatenews.com/news/2125022473). 의료체계 개선에는 의료전달체계 개선과 보장성 강화 등이 모두 포함돼 있다. 
 
'더 뉴 건강보험'에 담겨 있는 의협의 제안을 모두 평가 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민간보험시장 규모가 2014년에 48조원 정도로 건강보험료수입 41조원보다 많다는 사실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건강보험을 증액하고 보장성을 강화해 민간보험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게 하자는 것은 사실 정부의 정책 방향이다.

다만, 이런 과정으로 가기 위해서 정부와 공급자와 소비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을 해야 한다. 의협이 보장성 강화 정책을 반대하면서 재원 증액만을 선도적으로 요구하는 모양새라 의도가 의심스럽고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보는 것이다.
 
그동안 저부담-저급여-저수가에 머물러 있어 기형적인 형태를 띠게 된 우리나라 의료 구조를 적정부담-적정급여-적정수가로 개편할 수 있어야 한다.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만성질환 대비로 바꾸는 과정에서 정부와 의료공급자와 의료소비자가 각각 자신의 역할을 고민하고, 자신이 부담해야 할 것을 부담하면서 상대의 변화를 요구해야 할 것이다.
 
반대를 하기로 작정해 놓고 상대가 부담스러워 하는 것을 먼저 요구하는 것은 바람직한 자세가 아니다. 같은 말이라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질 수 있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메디게이트뉴스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