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키워드 순위

    메디게이트 뉴스

    “신생아 뇌성마비, 분만 과정 원인은 10~20%…의료진에 과도한 책임”

    뇌성마비는 의료진 잘못이란 '편견' 만연…실제로는 조산∙유전적 요인 등 복합적 원인으로 발생

    기사입력시간 2026-05-06 13:06
    최종업데이트 2026-05-06 13:09

    6일 국회의원회관 제10간담회실에서 분만과 뇌성마비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최근 산모가 받아줄 병원을 찾지 못해 태아를 잃는 비극적 사건이 잇따르는 가운데, 의료계에선 의료진의 사법 리스크가 주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고위험 산모와 조산아를 받아줄 의료진이 갈수록 줄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신생아 뇌성마비를 둘러싼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는 산과 의료진이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로는 분만 중 저산소증으로 인한 뇌성마비는 전체의 10~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간 현장에서 분투해온 의료진에게 과도한 책임이 지워지고 있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병훈 위원장과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의원 주최로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분만과 뇌성마비’ 토론회에서 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의료진들은 “뇌성마비의 대부분은 분만 과정의 문제로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인식 전환과 보상체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태아심박모니터링 도입→제왕절개 늘었지만 뇌성마비 빈도 그대로

    국내외 연구 결과에 따르면 뇌성마비의 원인 중 분만 중 저산소증이 차지하는 비율은 10~20% 수준이다. 이마저도 의료진이 완전히 예방하기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과거에는 전자태아심박모니터링 장치가 뇌성마비 예방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됐지만, 실제로는 높은 위양성률로 인해 제왕절개만 늘릴 뿐 뇌성마비 감소 효과는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는 “전자태아심박모니터링 장치 도입 이후 제왕절개분만이 급격히 증가했음에도 뇌성마비 빈도는 줄어들지 않았다”며 “이는 상당수 뇌성마비가 분만 과정의 저산소증이 아니라 내재된 병태생리에서 비롯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강남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이순민 교수도 “뇌성마비의 대부분은 단일 요인이 아니라 다양한 산전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다”며 “산전 염증, 태아 성장 제한, 선천기형, 유전, 면역, 환경 요인 등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 설현주 교수 발표 자료.

    최근에는 유전체 검사 기술이 발전하면서 과거 원인 미상으로 분류됐던 뇌손상의 상당수가 유전자 이상과 관련돼 있다는 점도 확인되고 있다.

    설 교수는 관련 사례도 소개했다. 34주에 응급 제왕절개술로 태어난 한 뇌성마비 신생아는 안심할 수 없는 태아심박모니터링 결과를 보였고, MRI 검사에서도 심각한 저산소성 뇌손상 소견이 확인됐다. 과거라면 제왕절개가 지연된 데 따른 의료진 과실로 판단됐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었다. 그러나 유전체 검사 결과, 유전자 이상이 진단됐다.

    설 교수는 “원인 미상으로 남아 있던 뇌손상에서 유전자 이상 진단율은 31.1%로, 다른 신경발달장애와 유사한 수준으로 보고됐다”며 “최근 학계에서는 뇌성마비를 유전적 원인을 포함한 다양한 신경발달질환군으로 재정의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국 코호트 연구에서는 분만 가사가 있었던 뇌성마비군에서 분만 가사가 없었던 경우보다 유전자 이상 진단율이 더 높게 확인됐다”며 “이 중 8.5%는 치료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뇌성마비에서 조기 유전체 검사가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했다.

    대국민 홍보 및 정부 제도 개편 필요…복지부 "청와대도 대책 강력 주문"

    이날 토론회를 주관한 학회 관계자들은 관련 내용을 대내외적으로 적극 알리겠다고 밝히는 한편,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박중신 회장(서울대병원 산부인과)은 “뇌성마비의 대다수는 분만 과정의 문제로 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국민은 물론 산부인과 의사들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과거에는 아이가 뇌성마비가 되면 분만 과정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여겨지던 때가 있었기 때문인데, 학회가 정확한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겠다”고 했다.

    대한산부인과학회 이재관 이사장(고대구로병원 산부인과)은 “결국 핵심은 뇌성마비의 대부분이 분만 과정의 문제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며 “신생아 뇌성마비에 대해서는 일본 사례처럼 과실 여부와 관계없이 국가가 보상하는 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는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해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복지부 곽순헌 보건의료정책관은 “예산처는 기관의 특성상 보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지만, 이를 깨기 위해 노력하겠다”며 “최근 안타까운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청와대 내에서도 강력한 주문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대책 회의도 예정돼 있다”며 “학회에서 제안한 내용을 추가 논의를 거쳐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