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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이 부러운 한국 감염내과 의사

    서울대병원에서 에볼라환자 입원한다면?

    기사입력시간 2016-02-23 06:31
    최종업데이트 2016-02-23 06:37


    런던 로열프리병원 전경


    2014년 전세계를 공포로 떨게 만든 에볼라 바이러스.
     
    간호사인 폴린 캐퍼키는 2015년 1월 3일 영국에서 처음으로 에볼라 감염 판정을 받고 로열프리병원에 입원했다.
     
    로열프리병원은 영국 런던 북부 중심부에 위치해 있다.
     


    언론은 이 사실을 아무렇지 않게 보도했고, 시민들은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

    지난해 메르스 직격탄을 맞은 대한민국.
     
    메르스 환자들이 경유하거나 입원했던 병원, 심지어 병원이 입주한 상가의 상인들까지 도산 직전까지 내몰렸다.
     
    '병원 근처에만 가도 감염될 수 있다'는 공포감이 전 국민에게 전염된 탓이었다.

     



    로열프리병원에는 한가지 더 충격적인 게 있다.
     
    폴린 캐퍼키가 입원한 격리병실이 로열프리병원의 11층에 갖춰져 있다는 점이다.
     
    로열프리병원은 1~10층까지 우리나라 여느 병원과 같이 급성기 외래, 입원 환자를 진료하고, 11층에 고도격리시설을 갖추고 있다.

    만약 에볼라 환자가 서울대병원, 그것도 일반 환자들이 입원한 건물의 격리시설에 입원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 에볼라 환자를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외딴 곳으로 격리하라는 민원이 빗발칠 것이다.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오명돈 교수는 22일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방안 공청회'에서 로열프리병원을 견학한 소감을 "부럽다"고 표현했다.
     
    오명돈 교수는 "로열프리병원은 인적이 끊어진 곳이 아닌 시내 한가운데 있었다"면서 "그래서 의료진에게 일반 환자들이 입원해 있는데 에볼라 감염자를 받아도 괜찮은지, 일반 환자들이 기피하는 게 아닌지 물어봤다"고 말했다.

    로열프리병원 의료진은 오 교수의 질문에 "이런 감염병 환자를 보는 게 우리의 사명이고, 우리는 이런 환자를 받을 준비가 돼 있다. 국민들은 로얄프리병원이 늘 그런 환자들을 보는 병원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정부도 지난해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감염병 전문병원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역시나 국민들의 정서를 감안해 도심에서 떨어진, 독립건물을 유력하게 검토중이다. 
     
    정기석 질병관리본부장은 2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립중앙의료원이 원지동으로 옮겨가면 독자 건물 형태로 감염병 전문병원을 지을 계획"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오명돈 교수는 공청회에서 "감염병은 최소 100병상을 갖춘 독립된 병원 건물에서, 감염병 환자만 전문 진료하고, 의사는 모두 감염병 전문의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렇지 않다"면서 "그만큼 환자와 시민들이 공포감을 갖고 있다는 것"이라고 환기시켰다.
     
    의료전문가 위에 군림하는 관료들, 메르스 사태에 책임을 지지 않는 보건복지부장, 여전히 불안한 방역체계…
     
    정부는 이런 것을 정비하지 않은 채 산 속 깊은 곳에 독립된 감염병 전문병원을 짓는 손쉬운 대책을 선택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