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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효인가? 안전성인가?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테라퓨틱스 상임고문

    약효-안전성, 논쟁 대상 아닌 우수한 약의 양면성…연구개발 첫 단계부터 고민해야

    기사입력시간 2018-06-08 05:00
    최종업데이트 2018-06-08 06:49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17년 6월 2일에 첫 칼럼을 시작한 후 새로운 1년 시작 즈음을 어떤 주제로 이끌어 갈 것인가 고민했다. 그러다가 신약개발의 가장 기본(basic)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Basic)’가 필자의 신념(信念)이기 때문이다. 지난주의 신약개발 ‘더 빨리, 더 높이, 더 강하게’ 주제에 이어서 약효(efficacy)인가, 안전성(safety)인가를 다루는 것이 오늘의 주제다. 

    '약효가 우선인가 안전성이 우선인가'에 대한 논쟁은 신약개발의 전반부인 전임상까지는 약효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된다. 하지만 후반부인 임상에서는 안전성이 더 의미 있는 포인트가 돼 임상1상에서 안전성에서 46%가 실패하는 경우도 있다. 약효와 안전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야 약으로 허가 받을 수 있고 상업적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 동전의 양면처럼 어느 것도 놓칠 수 없는 것이 약효와 안전성이다. 

    조로증(Progeria) 연구 사례를 보면 조로증 연구재단(Progeria Research Foundation, PRF)의 주축 멤버인 레슬리 고든 교수(Dr. Leslie Gordon)는 자신의 아들이 바로 엄청 낮은 확률의 희귀병을 가졌기 때문에 PRF 재단에서 직접 일을 시작했다 최대 20살도 넘길 수 없는 아이들을 위해 의사이자 박사인 자신의 직업을 바탕으로 조로증 환자에 도움을 주기 위해 어떤 기초연구를 해야 하는가 하는 방향성을 잡는 일부터 뛰어든 것이다. 연구과제를 공모해 선정된 과제에 연구비를 지원하고 돕는 일도 서슴지 않았다.

    그 결과, 조로증을 유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일을 당시 미국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NIH) 디렉터였던 프란시스 콜린스 교수(Dr. Francis Collins)의 연구실에서 진행했고 처음 찾은 유전자를 보고한 논문저자의 하나가 됐다.
     
    그 후에도 고든 교수는 로나파닙(lonafarnib)의 조로증 환자 임상연구를 직접 주도했고 이번 4월의 미국의사협회지(JAMA) 논문의 첫 번째 저자가 됐다. 그녀가 주의 깊게 본 여러 파네실 트랜스퍼라제 억제제 전임상 자료 중에서 조로증 어린이들 임상에 사용한 로나파닙은 약효 면에서 가장 강한(potent) 것은 아니었다.

    FT효소는 티올(thiol) 그룹이 Zn(2+) ion과 만나기에 Zn 킬레이트 화합물(chelator)로 이미다졸(Imidazole) 부분이 화합물에 존재하면 효능(potency)면에서 매우 효과적이다. 이에 따라 처음 임상에 들어간 존슨앤존슨(J&J)의 티피파닙(tipifarnib)부터 마지막 우리나라 LG의 LB42078까지 모두 이미다졸(Imidazole)을 후보물질 구조에 가지고 있다. 그러나 S-P의 로나파닙은 같은 계열의 약물 중에 유일하게 Zn chelator의 같은 기능을 지닌 요소가 포함됐던 만큼, 약효면에서는 다른 후보물질처럼 서브 엔엠(sub nM)이 아니었다.

    임상의사인 고든 교수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약물의 안전성이었다. 그래서 그는 파네실 트랜스퍼라제 억제제(FTI)의 임상 안전성 결과를 중시했고 여러 임상의 구역(nausea), 구토(vomiting), 설사(diarrhea) 부작용을 살핀 결과 그래도 상대적으로 가장 적은 로나파닙을 조로증 임상에 사용했다. 무엇보다 로나파닙은 소아뇌종양 임상에서 이미 어린아이들에게 적합한 용량(150 mg/m2 BID)을 이미 경험한 로나파닙을 선별했다. 

    특히 항암제 전임상을 주도하는 연구자들에게는 항암제는 오래 사용을 하지 않고 단 기간만 사용한다. 따라서 독성이 조금 있어도 무난히 넘어갈 수 있다는 안일한 생각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조로증 임상 같은 항암이 아닌 소위 말해 약물 재창출(drug-repositioning) 타깃을 만나게 되면 장기투여가 될 수도 있기에 안전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은 약물이 더 유리하다. 

    만성 B형간염 보유자의 간세포 핵에서 D형간염 바이러스(Hepatitis D)가 1997년에 처음 발견됐다. 2002년에 ‘프레닐레이션 억제제가 전염성 간염 델타 바이러스 입자의 생산을 막는다(A Prenylation Inhibitor Prevents Production of Infectious Hepatitis Delta Virus Particles’라는 논문이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나온 이후 FTI가 D형간염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에 관심을 갖게 됐다. B형간염 바이러스(HBV) 감염자에서 D형간염 바이러스(HDV) 감염 여부를 조사하고 중복감염자에서는 좀 더 적극적인 치료를 해 간경변증으로의 진행을 막고 간세포암의 발생을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2016년 1월에 독일의 아이거 바이오파마슈티컬(Eiger BioPharmaceutical)이란 회사가 FTI 중에서 로나파닙을 선별해 HDV 감염환자에게 24주간 2상(PhaseII)연구의 첫 투여를 시작했고 지난 4월 유럽간학회 국제학술대회(The International Liver Congress)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발표했다.

    전세계적으로 5% 정도의 HBV 감염자가 HDV에 중복 감염돼 있다. 주로 간세포암 환자에서 HDV 감염이 발견됐고 이는 만성 B형간염 보유자에서 HDV 중복감염이 있을 경우 임상 경과가 심해지는 것을 반영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앞으로 로나파닙을 포함하는 약물들이 D형간염 바이러스를 막는 효과로 처음으로 규제당국의 사용허가를 받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에 우리나라도 앞으로 중복감염자에게 사용될 것이라고 본다.

    '약효가 우선인가 안전성이 우선인가'는 논쟁의 대상이 아니라 우수한 약의 양면성이므로 연구개발 단계 처음부터 깊이 고민해야 한다. 임상에 사용될 수 있는 용량이 가능한 약효라면 연구 당시 안전성이라는 동전의 안 보이는 부분을 임상 전이라도 먼저 집고 넘어가는 것이 현명한 개발 전략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