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2013년 12월 1일, 일본 보수의 아이콘인 다케다가 일본인이 아닌 47세의 외국인 크리스토퍼 웨버를 영입해 CEO를 준비시킨다고 발표했다. 변혁의 시작을 알리는 큰 뉴스였다. 웨버가 2014년 4월에 COO 겸 사장으로 취임하고, 다시 1년 후인 2015년 4월 하세가와로부터 CEO직을 물려받았다. 웨버는 2014년 12월 19일 글로벌 R&D 총책임자로 사노피(Sanofi) 출신의 앤디 플럼을 영입한다.
M.D., Ph.D인 플럼 박사가 ‘의료총책임자(Chief Medical)&과학책임자(Scientific Officer)’(CMSO)가 돼 보스톤에서 다케다의 글로벌 연구개발을 맡았다. 그 이후 웨버는 2015년 4월 예정대로 다케다 최초의 외국인 CEO로 취임해 전사의 글로벌화를 이끌고 있다.
웨버가 COO로 취임한 2014년 당시의 다케다는 지난 10년 간 다수의 인수, 합병을 추진한 부산물로 매출은 상승했으나 전사적 전략 부재라는 위기를 맞고 있었다. 그 시점 다케다의 환골탈태 미션을 받고 투입된 두 외국인 CEO, CMSO가 이끌어낸 변혁의 바람을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금 시점에서 분석해본다면 다음의 세 가지로 축약될 수 있다.
첫째, 전사적 프랜차이즈의 통폐합과 연구소의 통폐합이다. 플럼 박사는 기존의 6종 중점 분야를 축소 및 통폐합해 중추신경계(CNS), 항암, 위장관의 세 분야로 조정하면서 향후 10년 내에 이 세 분야 각각에서 글로벌 톱10의 매출 목표를 수립했다. 연구개발 거점도 통폐합해 모든 연구시설을 일본 도쿄 근교의 쇼난과 미국 보스턴으로 집중했다.
중점 분야가 되지 못한 당뇨‧대사질환 분야의 연구개발은 과감히 포기했고, 호흡기 분야는 외부로 스핀아웃(spinout)하거나 권리를 반환하는 방법으로 과감한 정리작업을 감행했다. 일본에서의 연구개발 활동을 신약으로 집중하기 위해 2016년 4월에 고혈압치료제 브로프레스 등 장기 등재 품목 30개 제품을 테바사와의 합작 회사로 이관했다. 내부의 초기 디스커버리 그룹을 외부로 스핀아웃해 각각 의약화학부서는 액셀리드(Axcelead), 스크리닝부서는 씨드서플라이(SeedSupply)라는 별도 법인으로 형성했다.
이 법인에서 임상시험수탁기관(CRO) 사업을 진행하도록 지원했고 쇼난 지구에 주 연구부서와 함께 위치해 협력하도록 구성했다. 임상개발의 효율화를 위한 CRO 대기업인 미국 프라(PRA)사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다케다의 임상시험업무 일부를 미국 CRO인 프라(PRA)헬스와의 합작회사에 이관한다고 2017년 2월 발표했다. 아울러 임상시험데이터 관리 등을 담당하는 자회사를 프라(PRA)에 양도하고 약 200명 직원이 합작회사와 프라(PRA)로 이적하기로 했다.
둘째, 내부 역량에 대한 의존도가 막대했던 기존의 보수적인 구도를 과감히 철폐하고 외부 기관과의 라이센싱 계약, 기업인수, 투자 등을 확대했다. 향후 3~5년간 다케다 파이프라인의 75%까지 외부로부터 취득하고자 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2016년 9월 15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따로 조성해 글로벌 딜과 인수를 추진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예를 들면 다케다는 최근 컴퓨터 가상 약물 발굴 전문 업체인 슈뢰딩거와 다년간 다중-타깃 연구개발 협력제휴를 체결했다. 슈뢰딩거는 컴퓨터 화학 기술을 이용해 다케다의 관심 치료 분야 가운데 저분자 약물 후보를 발굴해 주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다케다는 치료 지식 및 신약 디자인을 돕기 위한 단백질 결정 구조 제공 등 구조적 생물학에 전문성을 지원해 주기로 약속했다. 초기 발굴 이후 다케다는 슈뢰딩거의 프로그램을 독점적으로 라이선스할 수 있는 옵션권을 지니며 프로젝트당 최대 1억7000만달러에 미래 매출에 대한 로열티도 지불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다케다는 바이오서피시스와 나노기술 이용해 위장관 치료 의료기기를 연구 개발하기로 제휴했다. 바이오서피시스의 나노 물질 기술은 액상 폴리머 용액에 고전압의 전기장을 걸어 물체 위에 폴리머 나노섬유를 입히는 전자방사로 이를 통해 제조가 어려운 모양도 형성시킬 수 있고 기존의 직물 기반에 비해 더욱 생체 적합적인 이식 기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다케다는 위장관학에 대한 노하우를 제공하며 협력을 통해 위장관 질환에서 흔한 협착 예방, 누공 치유 촉진 등을 도울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다케다는 현재까지도 다양한 회사들과 딜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1월 벨기에의 줄기세포 치료제 제조업체인 티제닉스(TiGenix NV)를 5억2000만유로에 인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생명공학회사 데날리 테라퓨틱스(Denali Therapeutic)와 신경퇴행성 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2015년 이래 3년간 CNS 분야에만 총 8개의 딜을 추진했다. 연구 개발, 영업면도 모두 신속한 변화를 가속시키고 있는 것을 배경으로 웨버 CEO는 "새로운 시장 상황에 정확하게 적응해 나가야한다"고 밝혔다.
셋째는 기존의 합성신약 중점 구조에서 벗어나 신약 약물접근방식(modality)의 확장을 추구했다. 앞서 언급한 외부 에셋투자와 공동연구‧공동개발 구도를 통해 중점 투자 부문 외의 니치 마켓 공략을 위한 신규 투자를 감행했다. 그리고 개발을 위한 투자(build-to-buy) 모델을 취해 설립된 합작법인과 그에 따른 연구진을 쇼난 지구 내부에 위치시켰다.
그 예가 T 세포치료제 기반의 감마델타 테라퓨틱스(GammaDelta Therapeutics)에 대한 투자와 iPS(만능세포) 기반 연구 공동법인인 T-CIRA의 설립이다. T-CIRA는 노벨상 수상자 신야 야마나카 교수가 이끄는 교토대학의 iPS 세포 연구센터인 CiRA(center for iPS cell research application)와 다케다의 합작법인으로 역시 쇼난 지구에 위치해 교토대학 연구진 50명과 다케다 연구진 50명의 매칭 시스템으로 공동 운영되는 형태를 취하고 있다.
다케다가 총 120억엔의 시설 투자와, 10년간 총 200억엔의 자금 투입을 약속했다. 그리고 2017년 1월의 오비드 테라퓨틱스(Ovid Therapeutics)와의 공동개발계약에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 2016년도 말 당시 다케다는 TAK-935라고 명명한 CH24H 저해제를 보유하고 있었다. 희귀 소아 간질을 적응증으로 한 혁신적 세계 최초 신약(first-in-class)으로서 전임상과 임상 1A를 성공 종료한 상황이었다. 임상 1B와 2상을 앞둔 중요한 시점에서 다케다는 내부에 희귀질환 전문 부서 구성을 택하지 않고 과감히 외부 협력으로 돌파구를 찾게 된다.
현재도 종종 빅파마와 바이오텍 간의 혁신적 협업구도로 종종 언급되고 있는 오비드사와 공동개발 계약을 맺게 된다. 이 계약을 통해서 다케다는 자체 개발하던 희귀성 소아 간질 치료제인 TAK-935을 오비드와의 공동개발 구도로 변경하면서 다케다/오비드 “한팀(One Team)” 개념을 도입해 향후 임상 및 상업화를 위한 비용을 50:50으로 부담하는 보기 드문 공동개발 구도를 선보였다.
그에 대한 대가로 다케다는 오비드의 주식을 취하고 마일스톤을 지불하는 조건이다. 다케다 내부의 에셋을 외부로 내보냄과 동시에 오비드의 신속한 의사결정과 희귀 뇌질환 치료제개발 전문성의 장점을 극대화하고자 한 다케다의 혁신적 노력의 일환이라고 해석된다. 2017년 8월에 삼성바이오에피스와 맺은 공동개발 계약도 같은 선상에 있다. 다케다의 급성 췌창염 치료 후보물질인 TAK-671의 임상개발 및 상업화를 양사 간 공동으로 진행하는 계약내용이다. 삼성바이오의 최초의 신약 에셋이라는 큰 의의를 지니고 있다. 신약개발의 오랜 노하우를 축적해온 다케다와 바이오시밀러 개발을 통해 쌓아온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바이오의약품 개발 역량의 시너지를 기대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이 모든 변혁의 행보는 ‘과감히 버리기’, ‘과감히 내보내기’와 ‘과감히 들이기’, 그리고 창의적인 협업 구도로 축약된다. 겉으로는 글로벌화를 외치면서도 안으로는 폐쇄적이고 수직적인 조직 분위기를 유지하는 아시아 소재 기업의 외국인 CEO들은 여러 어려움을 호소한다.
CEO웨버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구나 다케다는 1781년 창업 이래 다케다 가문이 줄곧 CEO를 맡아왔다. 다케다 가문이 아닌 사람이 CEO가 된 것도 웨버 직전인 CEO 하세가와 야스치카 뿐이었다. 필자는 이런 야스치카씨가 존경스러웠다.
다케다 최대의 위기인 2013년에 어떻게 미래를 보는 그런 과감한 결정을 했는가? 한편 다케다가 택한 결정과 변혁이 검은 머리 미국인도 적응하기 어려운 우리나라 제약업계나 심지어 바이오텍에서 가능할까? 정말 심각하게 물어야 한다. 다케다의 지난 5년간의 변혁을 열렬히 응원하며 꼭 샤이어와 합병이 성사돼 더 성장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지난 금요일 4월 27일에 발간된 다케다①칼럼과 함께 다케다②를 준비하는 동안 4월 26일 다케다가 샤이어를 70조원에 인수 합의했다는 발표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