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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과학이 차세대의 항암 영역이다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 테라퓨틱스 상임고문

    화이자, 7천억원 벤처펀드 설립해 25% 신경과학에 투자

    기사입력시간 2018-06-29 05:41
    최종업데이트 2018-06-29 05:41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한 달 전 모 국내 제약사로부터 퇴행성중추신경계질환(degenerative CNS disease) 초기 신약개발에 대한 개인적인 관점(perspective)에 대해 강의를 요청받았다. 많은 분들이 필자가 항암제 개발 전문가로 알고 있는데 뜻밖이었다. 지난 2년간 에이비엘바이오 고문(advisor)과 올 2월부터 퍼스트바이오에 근무하면서 계속 CNS에 관해 공부는 했지만 아직 실력이 될까? 
     
    서슴없이 세미나의 제목을 “Neuroscience is the Next Oncology, 신경과학이 차세대의 항암 영역이다.”로 정해 보냈다. 이 제목은 필자의 것이 아니라 마이클 앨러 교수(Dr. Michael Ehlers)가 임상신경과학 혁신 저널(Innovations in Clinical Neuroscience) 제15권(Vol.15)에 쓴 해설(commentary) 제목이다. 원래 듀크의과대학(Duke Medical School)의 스타 신경과학 교수가 2010년부터 제약사 화이저를 거쳐 바이오젠으로 옮겨 CNS 그룹을 이끌며 쓴 제목이다. 
     
    그는 신약개발 자체가 ‘길고, 어렵고, 실패하기 일쑤인 긴 여행(a long, difficult, and failure-ridden journey)’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요즈음 면역항암제(Immuno-Oncology, I-O)가 항암 치료를 확실히 다른 접근으로 성공을 거두며 임상의(臨床醫)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각광을 받는다.  몇 년 전만해도 이 분야를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던 어두운 과거를 자칫 잊기 쉽다고 환기를 시킨다. I-O는 연구를 진행하던 바이오파마조차 한계지역(marginal area)으로 간주했다. 새로운 영역이 시작될 때는 여러 실패의 과정과 삐딱한 눈초리를 반드시 넘어서야 한다. 그래야만 지금의 I-O처럼 될 수 있다.
     
    여러 제약사들은 여전히 알츠하이머병 신약개발을 이어가고 있지만,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난제임에는 틀림없다고 동의한다. 퇴행성 뇌 질환인 알츠하이머병(AD)과 파킨슨병(PD)의 신약개발의 결과는 제로(0)이다. 본격적으로 투자한 지난 15년 동안 크고 작은 제약사, 바이오텍들이 개발에 도전했지만 투자에 대한 수익은 없는 상태이다. 거의 백전 백패이다.

    글로벌 최대 제약회사인 화이자는 AD와 PD의 신약개발을 중단한다고 올 1월 7일 발표했다. 막대한 개발 비용과 낮은 성공 가능성을 이유로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그동안 화이자는 AD와 PD의 신약 임상시험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했다. 300명 가량의 해당 연구인력은 구조조정 된다고 한다. 화이자는 "연구 포트폴리오 조정의 일환이다"라며 "다른 분야에 더욱 집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이런 올 초 결정은 화이자가 신경질환 분야에 대한 투자를 아예 중단하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자체 내부 초기 연구개발활동은 종료하지만 CNS 분야에서 미충족 수요(Unmet Needs)가 매우 높다는 점을 감안해 이 분야의 외부 연구활동을 지원하고 종국적으로 자기네 개발후보로 만들기 위한 신경과학 벤처펀드를 새로 조성하겠다고 했다. 이렇게 전략을 바꾼 화이자는 7천억원(600M $)의 벤처펀드를 설립했고 이중 25%를 신경과학에 쓰겠다고 지난 6월 6일 새롭게 발표했다.
     
    이는 빅파마가 조성한 벤처펀드 중 최초로 질환영역을 지정한 사례에 해당하므로 화이자의 신경질환 분야 투자에 대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최근 빅파마가 내부 R&D 대신 외부 벤처와의 협약 또는 투자형태로 자금을 투자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내부 연구의 비효율성으로 인한 퇴행성뇌질환 신약 실패 리스크를 낮추고, 빠른 의사 결정과 혁신성으로 승부하는 벤처가 가진 혁신신약에 투자하는 움직임이다. 일례로 최근 베링거인겔하임은 자체 조성한 펀드인 'BIVF(Boehringer Ingelheim Venture Fund)'의 투자규모를 3200억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또한 다케다가 작년 말과 올 초에 바이오텍 드날리(Denali)에서 진행하는 퇴행성뇌질환 신약후보 물질에 크게 투자한 것이 이같은 경향을 보여준다.
     
    I-O를 백미러(rear-review mirror)로 바라본 것과 마찬가지로 마이클 엘러 교수(Dr. Michael Ehlers)의 해설은 너무 어렵고, 위험성이 크고 확실성이 부족한(too hard, too risky, and too uncertain) 신경과학과 CNS 신약개발 시장에 대한 낙관적인 미래를 볼 수 있는 몇 가지 이유를 들어서 주장한다. 첫째는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신경과학에서 세포와 분자 레벨에서(cellular and molecular level) 시냅스와 뇌회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진 것에 주목한다. 
     
    둘째는 많은 뇌 관련 질환에 유전적 요인의 발견으로 병인에 대한 이해가 넓어지고 따라서 치료제 가설 세우기가 비교적 용이해졌다. 셋째는 이미징 기술(정교해진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 생세포 이미징(live cell imaging) 기술) 발전과 함께 칼슘인디케이터 시리즈(GCAMP series)로 더 섬세해진 기능 분석(functional assay)이 엄청난 공헌을 하고 있다. 각종 신기술 (mobile or digital assessment techs), 유체 바이오마커(fluid biomarker) 등을 이용한 뇌기능의 정량적 관찰이 가능해진 것이다. 
     
    넷째는 다양한 치료제 접근 방식, 예를 들어 뇌척수 내 안티센스 올리고 뉴클레오타이드(intrathecal antisense oligonucleotides), 아데노 관련 바이러스 유전자 치료(adeno-associated virus gene therapy), 세포 치료법(cell therapies)과 뇌 침투 생물 제제(brain penetrant biologics) 등이 생겨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규제 당국의 적극적이고 새로운 접근 방식(미국 식품의약청(FDA)와 국립노화연구소(National Institute of Aging)의 신경과학 연구 프레임이동(frameshift) 제안 등)과 벤쳐캐피탈(VC)와 신경과학 스타트업(startup)들의 활발한 움직임이 활로를 만들고 있다. 규제 당국은 일단 바이오마커 기반 병진단과 신약 효능 테스트로 가는 것을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몇 년간 승인 받은 CNS 약들의 좋은 임상결과들의 예들처럼 앞으로는 더 많은 신약들의 임상에서의 활약이 기대된다. 그 외에도 약물치료 패러다임을 넘어선 여러 다양한 접근법(FDA 승인된 혹은 승인될)을 소개한다. 중독치료를 위한 앱(app)이나 알고리즘 베이스로 테블릿 인터페이스(tablet interface)를 이용한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치료법이나 뇌와 기계의 인터페이스 기술(brain-machine interfaces)을 이용한 척추장애 환자 치료법 등의 활발한 개발로 전체적으로 CNS 시장은 힘들다. 그래도 자본은 계속 유입될 것이고 팽창할 것이다.
     
    닉슨이 암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 1971년도였지만 10년내에 암의 완치를 목표로 진행된 제1차 암과의 전쟁은 실패로 돌아갔다. 전쟁에서 승리할 만한 무기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채 단순한 암 수술만으로 전쟁에 임했다. 암의 발생률과 생존율 모두 개선되지 않았고 1차 전쟁은 수많은 예산지원에도 불구하고 패배로 끝났다. 그러나 과정에서 얻어진 새로운 지식은 암과의 새로운 전쟁을 준비하게 했다. 
     
    우선 기초과학과 분자생물학의 발전으로 우리는 암세포의 좀 더 기본적인 분자생물학적 특징을 이해하게 됐다. 그 결과 우리는 암이라는 질병이 유전 질환이며, 암을 유발하는 유전자(oncogene)와 암을 억제하는 유전자(tumor suppressor gene)의 존재도 확인했다. 그 결과로 우리는 표적 치료제(targeted therapy)라는 새로운 스마트한 의약품(smart drug)을 개발했다.
     
    전쟁 선포 후 언제부터 항암 표적 치료제들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는지를 생각해 보면, 치매약들의 연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 진지가 ~15년이라고 할 때 앞으로 CNS에 효과를 보는 신약들은 언제쯤 폭발적으로 나올 지 가늠해 볼 수 있겠다. 197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한 항암영역 연구개발 때보다 요즘 테크닉의 발달 속도는 비교가 안되게 빠르다. 여러 항암신약이 나올 때 걸린 시간보다 CNS 신약개발은 훨씬 짧게 걸릴 것 같다. 신경과학이 차세대의 항암 영역이 돼 빠르게 발전할 것이다. 
     
    "신경과학이 차세대의 항암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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