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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퇴행성뇌질환에 희망을 주는 GLP-1 활성제

    [칼럼] 배진건 퍼스트바이오 테라퓨틱스 상임고문

    기사입력시간 2018-06-22 05:00
    최종업데이트 2018-08-29 10:20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엑세나타이드(exendin-4)는 39개의 아미노산으로 구성된 펩타이드로 GLP-1(glucacon-like peptide-1) 활성제(agonist)로 당뇨병 약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다. 글루카곤 유사 단백질-1 수용체(GLP-1R, glucagon-like protein-1 receptor)에 결합해 활성화한다. 작년 폴티니 교수 연구팀이 세계적인 임상학술지 란셋(Lancet)에 파킨슨병 임상에 대한 결과를 발표했다. 일주일에 한 번 피하 주사하는 엑세나이타이드 장기 지속형 버전인 '바이두레온(Bydureon)'을 48주 동안 투여한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약 중단 후 12주가 지난 시점에서도 파킨슨 환자의 행동증상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참조 칼럼).
     
    ‘NLY01’은 엑세나타이드의 C-terminal 말단에 시스테인(Cys)을 하나 더 붙인 후 거기에 페길레이션(pegylation)을 통해 반감기를 늘린 형태의 독특한 물질이다. 'NLY01'의 기전적 근거를 보여주는 연구결과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에 'Block of A1 astrocyte conversion by microglia is neuroprotective in models of Parkinson’s disease'라는 제목으로 지난 6월 11일 게재됐다. 이번 연구는 존스홉킨스 의대 고한석 교수의 주도하에 진행됐으며, 이슬기 교수 등 많은 한국인 연구진이 참여했다.
     
    약물의 혈뇌장벽(BBB) 투과성에 대해 연구팀은 동물의 사후 뇌조직을 분석해 봤을 때 ‘NLY01’이 뇌조직에 존재하며, 특히 질환 모델에서 혈뇌장벽(Blood-Brain-Barrier, BBB) 투과율이 높은 것을 관찰했다. 엑세나타이드 자체가 펩타이드로 분자가 작지 않고 페길레이션을 통해 단백질처럼 57KDa으로 크지만 혈뇌장벽(BBB)을 통과하는 것을 암시한다. '장-뇌 연결축(gut-brain axis)'이라는 개념은 장과 뇌 사이에 생체신호를 주고받는 '정보 고속도로'가 존재한다. 장에서 시작된 시그널로서 췌장과 신체 전반의 대사작용을 조절하는 엑세나타이드가 뇌에서도 역할을 하는 것이 알려지면서 이 장-뇌 연결축 이론에 힘을 더하게 된다.
     
    엑세나타이드는 장에서 당뇨병 환자들의 인슐린 저항성을 완화시키고 글루코스(glucose) 대사를 정상적으로 만든다. 뇌에서도 이처럼 글루코스(glucose) 대사에 관여하고 뉴런의 세포사멸을 억제하는 효과와 항염증(anti-inflammation) 작용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졌다. 이번 연구는 두 가지 다른 퇴행성뇌질환 동물모델에서 ‘NLY01’의 신경보호 기전을 밝힌 것이다. 한 마우스 모델의 중뇌에 산발성(sporadic) 파킨슨병을 대변하는 알파-신(α-syn) 프리폼피브릴(PFF)을 중뇌(midbrain)에 주사하고 나서 한 달 후부터 ‘NLY01’을 5개월 간 일주일에 두 번 피하 주사했다. 이 투여 기간 후에 병리진행에 핵심적인 알파-시누클레인(α-synuclein) 인산화(serine 129)가 억제되고 또 도파민 신경손실을 막는 것을 확인했다. 또 약물투여에 따라 운동결핍 증상을 완화돼 마우스가 정상적으로 달리고 오르고 구르는 것도 관찰했다.
     
    두 번째 모델인 유전적 변이로 야기 시킨 가족성 파킨슨병 인간 A53T α-synuclein을 발현한 형질전환 마우스(hA53T)에 ‘NLY01’을 투여했을 때 생존기간을 5개월 이상 증가시켰으며 사후 뇌조직에서 α-synuclein으로 인한 병리 현상은 감소한 것을 확인했다. 엑세나타이드가 뇌 안에서도 세포사멸을 억제하고 항염증(anti-inflammation) 작용을 가지고 있다지만 실제 어떤 기전으로 신경을 보호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이번 논문에서 연구진은 A1 반응성 성상교세포(A1 reactive astrocytes) 활성 억제효과에 집중해 ‘NLY01’의 작용기전을 연구했다.
     
    존스홉킨스 의대 연구팀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제자들의 추천서를 고쳐 쓴 스탠포드 의대 바레스 교수팀과 공동연구의 결과에 다시 주목했다(참조 칼럼).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microglia)가 IL-1α, TNF-α, IL-6 등의 염증인자와 보체 단백질(complement protein) C1q에 노출됨에 따라 M1 type으로 분화된다. 이에따라 성상교세포는 'A1 type'으로 전환되고 신경독성을 나타내 신경세포는 사멸에 이르게 된다. 파킨슨병(PD), 알치하이머(AD), 헌팅턴병(Huntington’s disease), 루게릭병(ALS)와 다발성경화증(MS) 등 퇴행성뇌질환 환자의 뇌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현상이다. 연구팀은 지속형 엑세나타이드가 해당 메커니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테스트했다.
     
    연구팀은 먼저 시험관 내(in vitro)에서 분리시킨 미세아교세포, 성상교세포, 도파민 뉴런의 배양(culture)한 세포에서 ‘NLY01’을 영향을 관찰했지만 뉴런에서는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그러나 미세아교 세포에서 GLP-1 활성제(GLP-1R)의 발현이 뉴런보다 많으며(미세아교세포의 마커인 Iba-1과 GLP-1R과 공동화(colocalize) 한다) PD 환자의 뇌에서는 10배 이상 발현된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시험관 내(in vivo) 인간 A53T α-synuclein을 발현한 형질전환 마우스(hA53T)에서 ‘NYL01’이 PFF로 유도되는 미세아교세포의 활성화 및 염증인자 분비를 낮추고 성상교세포의 활성이 줄어든 것을 확인했다. A1 성상교세포의 바이오마커인 활성화된 보체단백질(complement protein) C1q의 발현을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α-synuclein PFF→미세아교세포(microglia)→A1 성상교세포→뉴런 사멸'로의 전환 캐스케이드(cascade)가 퇴행성뇌질환 진행의 중요 진행 과정임을 알게 됐다. 연구진은 ‘NLY01’을 투여함으로써 'α-synuclein PFF→미세아교세포(microglia)→A1 성상교세포'로의 전환과 뉴런 사멸을 억제하기에 퇴행성뇌질환 후보물질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α-synuclein이 독소로 역할을 하는 것을 알았지만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에 영향을 받은 A1 성상교세포가 뉴런 사멸에 직접적인 작용을 하는 이번 연구 결과는 놀랍다. 왜 ‘NYL01’이 알파-시뉴클레인 침착물(α-synuclein deposits)을 줄이는지 아직은 모르지만 임상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이번 연구결과가 흥미로운 이유는 ‘NLY01’으로 올해 8월에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임상승인신청서(IND filing)를 제출할 계획이고 또한 칼럼 시작에 언급한 폴티니 교수 연구팀이 '바이두레온(Bydureon)'으로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한국의 펩트론도 엑세나이드 2주 지속형 버전인 SR302 생산 공장을 짓고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
     
    영국의 랭캐스터(Lancaster) 대학 연구팀은 알츠하이머성 치매의 마우스 모델인 APP/PS1 형질전환마우스(transgenic mouse, TG)를 사용해 GLP-1/GIP/GCG 삼중작용제(TA)의 신경보호 효과에 대한 논문을 올 1월에 발표했다. 인상적인 실험 결과는 베타아밀로이드(β-amyloid) 총량이 줄어들었고 동시에 활성화된 미세아교세포(microglia)와 성상세포(astrocytes)에 의한 신경염증도 감소함을 보여줬다. 이를 통해 삼중작용제의 알츠하이머 치료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참조 칼럼). 이들 연구팀도 가리야 파마슈티컬스(Kariya Pharmaceuticals)를 설립해 퇴행성뇌질환 치료에 뛰어들었다. 현재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되는 리라글루티드(Liraglutide)나 릭시세나타이드(Lixisenatide)도 임상 2상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이번에 발표된 논문의 ‘부록(Supplement)’ 첨부 자료에 의하면 엑센딘-4(exendin-4)의 혈액에서의 반감기는 2시간이지만 쥐에서 ‘NLY01’는 38시간의 반감기를 가지고 있고 영장류에서는 88시간이다. 페길레이션을 통해 깨어지기 쉬운 엑세나타이드 자체의 반감기를 크게 늘리고 생물학적 활성을 높였다. 당뇨병 약으로 널리 이용되고 있는 GLP-1 활성제(agonist) 중 어느 물질이 퇴행성뇌질환에 가장 좋을까? 필자는 당연히 퇴행성뇌질환에 희망을 안겨주는 GLP-1 활성제(agonist)의 개발을 관심 깊게 따라가 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