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배진건 칼럼니스트] 다케다(Takeda)사가 보수적 일본 제약기업의 문화를 깨고 진정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써 새롭게 출발하기 위해 주목했던 때가 2013년 12월이다. 이미 2008년에 혈액암 치료제 벨케이드를 보유한 밀레니엄(Millenium)을 먼저 인수하고 2011년 호흡기 질환 전문인 나이코메드(Nycomed), 2013년 백신전문인 리고사이트(Ligocyte) M&A를 잇따라 체결했다. 제약산업 전문 저널인 ‘Pharmaceutical Executive’의 '톱 50 글로벌 제약회사 2013' 보고에 따르면 다케다는 2013년에 글로벌제약사 13위에 올라있다.
다케다는 20년 만에 일본 현지 제약회사의 틀을 벗어나 글로벌 제약회사로 도약한 대표적인 사례다. 이런 다케다에 2013년 말(末)은 특별한 때다. 다케다는 1781년 설립해 230년 넘는 전통과 역사를 가진 일본 보수적 아이콘의 상징이다. 하지만 2013년 12월 1일 일본인이 아닌 외국인이며 전 GSK 백신사업 책임자였던 47세의 크리스토퍼 웨버를 영입해 최고경영자(CEO)를 준비시킨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케다는 웨버가 2014년 6월에COO겸 사장으로 취임했다. 다시 1년 후에 하세가와로부터 CEO직을 넘겨받을 예정이라고 밝히면서 일본 전역을 놀라게 했다. 이런 변혁은 다케다의 글로벌 전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스스로 밝혔다.
2012년만 해도 다케다는 2014년까지 중장기전략을 발표하면서 세계 각국에서 성장에 기여할 신약들을 허가받았다. 제품력 측면에서도 미래의 성장을 견인할 기대주들이 막바지 개발단계까지 연구가 진전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존 당뇨병, 순환기 질환, 항암제 외에도 나이코메드의 호흡기 질환 의약품이 주요 제품군에 포함되면서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이뤘다는 자신이 넘쳤다.
이런 자신감 뒤에는 새로운 작용기전의 당뇨병치료제로 개발 중인 'TAK-875'이 있었기 때문이다. 2011년 9월에 일본에서 3상 임상시험에 들어갔고 다국적 3상이 끝나는 2014년에 신약승인을 신청해 2015년 중에 승인을 취득한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TAK-875는 G단백결합수용체의 하나인 'GPR40 활성제'로 작용한다. 이는 췌도세포(pancreatic cells)에 발현하고 글루코스 농도에 의존해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함으로써 혈당을 조절하는 경구제다.
이 치료제는 기존 약물에 비해 저혈당이나 췌장이 피폐해지는 등의 부작용이 것으로 알려져 왔다. 혈당조절이 충분치 않은 2형 당뇨병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TAK-875는 가장 빠른 임상개발이 진행된 신규 GPR40 활성제로써 '액토스'에 이은 독자적 제품으로 획기적인 신약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다케다는 운명적인 해인 2013년 12월 27일 차기 당뇨병 치료제로 준비해온 ‘파시글리팜(fasiglifam; TAK-875)’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TAK-875은 그해 5월 일본당뇨병학회에서 3상 임상 결과가 발표된 바 있다. 전 세계 약 62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한 최종 3상 임상결과, 일부 환자에서 간기능 저하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이터가 발견됐다. 이에 대해 독립적 자료 모니터링위원회는 TAK-875의 치료효과가 간기능 저하 위험성보다 크지 않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럼에도 다케다는 개발중지를 결정했다.
다케다의 2013년 12월 1일과 27일의 두 중대한 발표가 상관이 없을까? 당연히 상관이 있다. 어느 사건이 먼저였을까? TAK-875 3상에서 나타났던 간 독성이 먼저였고 가장 심각한 문제였다. CEO 하세가와의 프랑스인 크리스토퍼 웨버를 영입해 CEO를 준비시키면서 본인은 물러날 변혁적인 결정에는 GPR40의 뼈아픈 실패가 바탕에 있었다. 필자가 추측컨대 이 실패를 알고 있던 3개월 전인 9월 1일부터는 좋은 사람을 영입하기 위한 작업이 시작됐을 것이다. 그리고 서둘러 12월 1일에 좋은 뉴스를 먼저 터뜨리고 모두가 휴가 중인 27일 연말에 다시 TAK-875 3상 중단을 발표했을 것이다. 진정한 변혁의 시작은 실패로부터 시작한다.
여기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다케다의 한 가지 결정이 있다. 모든 빅파마 제약사들은 앞에 임상을 달리는 물질이 혹시 잘못되는 경우를 대비해 그 물질보다 안전성이나 효능이 더 좋은 ‘백업(back up)’ 연구를 하는 것이 제약사의 생리다. 필자가 쉐링프라우(Schering-Plough)에서 근무할 때 상업적으로 성공한 클라라틴(Claratin)의 백업이 클라리넥스(Clarinex)였다. 실패한 항암제 파르네 전달효소 억제제(Farnesyl Transferase Inhibitor)가 임상 2상을 달릴 때 이미 2세대뿐만 아니라 3세대까지도 후보물질을 연구하고 있었다.
다케다는 TAK-875 3상 중단과 함께 더 이상 GPR40를 당뇨 타깃으로 하지 않았다. 나아가 당뇨를 미래 연구 부문에서 제외까지 시켰다.
다케다는 왜 이런 결정을 했을까? GPR40 actrivator가 당뇨 타깃으로 치명적인 약점을 지닌 것을 본인들만 알고 있는 것인가? 따라가던 후발주자들은 어떤 결정을 해야 하는가? TAK-875에서 나타났던 간 독성이 현재 진행 중인 전임상이나 임상 1상에서는 나타나지 않았다고 계속 진행해야 하는가? 다케다도 1~2상을 아무 독성 문제없이 진행했다. 그렇게 엄청난 돈과 시간을 투자한 임상 3상을 중단한 이유가 소위 후보물질 때문인가? 타깃에서 기인한 독성인가? 어려운 결정을 코앞에 두고 고민하는 대한민국 제약사들이 지금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