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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난당하는 한국·중국·일본 의사

    60만명 폭력반대 청원할 정도로 심각

    지속적 관심, '특별법'으로 이어져야

    기사입력시간 2015-07-22 06:24
    최종업데이트 2015-07-22 06:24

    국내 의료인, 특히 의사들이 환자나 그 보호자로부터 폭행당한 사건이 연이어 터졌지만,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일부 의료인들은 지금처럼 의료인 폭력 방지를 위한 특별 대책을 논의하기에 '좋은 환경'을 이번에도 흐지부지 넘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의료인 폭행은 (당연하게도) 국내에서만 일어나는 문제는 아니다.
     
    공교롭게도 며칠 전 '60만명의 중국의사가 병원 내 폭력에 반대하는 서명에 참여했다(600,000 Chinese doctors sign petition against hospital violence)'는 소식이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이 뉴스는 국내 의사들에게 '다른 환경에서 벌어지는 동일한 주제'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하는 한편, 동종 업계종사자로서 느끼는 '조금은 짠한 비애'를 동시에 불러일으켰다.
     
    인근 국가에서 벌어지는 원내 의사 폭력 현실은 어떨까?
     
     
    60만명의 중국 의사 청원
     
    중국은 지금 '60만명 의사 청원'이 화제다.
     

    <출처 : http://www.globaltimes.cn/>
     
    환자와 그 가족이 벌이는 의료인 폭행을 반대하는 이 캠페인은 광둥성 혜주라는 도시의 한 의사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하면서 시작됐다.
     
    이 도시의 한 환자는 평소 방문하던 병원을 찾았으나 담당 주치의는 이 환자를 다른 의사가 진료 중인 외래로 보냈다.

    본인이 근무하는 날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평소 본인의 두통이 주치의가 처방했던 약 때문(아마도 부작용으로)이라고 믿었던 환자는 의사의 행동에 분통을 터뜨리며 가방에서 칼을 꺼냈다.
     
    그리고 의사의 손과 팔에 상해를 입혔고 체포되었다. 다행스럽게 의사는 영구적 장애를 남길 정도의 손상은 입지 않았다.
     
     
    이번 사건은 6월에만 12명의 중국 의사가 폭행을 당한 상황에서 터졌다. 중국은 동북아시아 어느 국가보다도 병원 폭력이 빈번한 편이다.
     
    중국의사협회(Chinese Medical Doctor Association)가 1만2천6백명의 회원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작년 한해동안 중국 의사 13%가 환자에게 폭행을 당했고, 60퍼센트는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이것은 실로 심각한 수준이다. 설문 결과는 중국 의사들이 얼마나 무차별하게 환자의 폭력에 노출되었는지 나타낸다.
     
     
    중국 일부 현지 언론은 잦은 의료인 폭력에 대해 (사회주의에 근거를 두고 있는 국가임에도) 의료 보험을 거의 받을 수 없는 많은 중국인 환자가 급증하는 의료비에 대한 불만을 의료 기관의 직원에게 투사(Projection)한 결과라고 추정하고 있다.
     
    반면 환자 중 일부는 본인들의 지불 능력에 못 미치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불만을 동시에 호소하고 있다.
     
     
    일본에서 일어난 환자 칼침 사건
     
    작년 8월 삿포로의 한 병원에서 벌어졌던 사건은 일본 사회에 충격을 주었다.
     
    삿포로 한 병원을 방문한 남자가 50대 의사를 칼로 찌른 것.
     
    이 남성은 의사의 상체와 팔 몇 군데를 찔러 중상을 입히고 도주하다 붙잡혔다.
     
    간(Liver)질환을 갖고 있던 환자는 지병이 개선되지 않아 불만이 많았다고 토로했다.
     
    공교롭게도 그 전해 역시 삿포로의 다른 병원에서 비슷한 흉기 사건이 있었다.
     
     
    중국만큼 흔하지는 않지만, 일본 역시 병원 내 폭력은 '꾸준'하다.
     
    '의료의 질과 안전학회'라는 현지 단체는 2014년 일본 의료인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를 발표했는데, 의사의 40%, 간호사의 90% 이상이 응급실에서 폭력을 당한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인용:닛케이 메디컬)
     
    학회의 이름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일본 의료인은 이 문제를 지속적인 주제로 삼아 개선하기 위해 단체를 조직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한다.
     
     

     
    일본의 쓰쿠바 대학의 미키 아키코 의학과 교수는 병원에서 환자·가족 폭력에 대한 의료 안전을 높이는 취지로 포스터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폭력의 KYT(Kiken-Yochi Training, 위험 대비 훈련) : 장면집'이라는 책을 집필했다.
     

     
    그녀가 쓴 장면집은 실제 있었던 다양한 원내 폭력 사례를 재구성하여 예방법을 함께 실었다.
     
     
    병원내 폭력,
    일단 지속적 관심이라도...

     
    다른 나라 의사들은 칼로 위협을 당하는데 우리는 주먹으로 몇 대 맞았으니 좀 낫다고 자위해야 할까?


    미디어 입장에서 '역학적으로만' 따져보면 의사 폭력에 관한 뉴스는 '장기적인 이슈'가 되지 못한다.
     
    환자가 피해를 받는 사건엔 대부분 국민이 '환자경험'을 공유하고 감정 이입하여 여론을 뜨겁게 달구지만, 의료인이 당한 상해는 CCTV에 찍혔던 '가운 입은 피해자' 영상의 선정성에만 관심이 집중되기 때문이다. 화제성이 줄어들면서 뉴스의 생명도 끝난다.
     
    올해 3월 지방 병원에서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폭행했던 보호자 사건이나 지난주 만취 환자의 응급실 당직의 폭행 사건이 그랬다. 보도 직후에는 SNS와 의사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관련 뉴스가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감정이입을 하는 주체(의료인)는 그 절대수가 적고 뉴스는 금방 식었다.
     

    '뉴스성'을 다한 주제를 지속해서 다시 띄우고 강조하는 이유는 의사가 병원에서 의료행위를 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의료인에 대한 폭행은 주치의가 담당하던 환자들에게 '의학적 보호자'를 상실할 수 있게 한다. 폭행이 의료인의 상해로만 끝나지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병원 내 의료인 폭력은 의료인에 가한 폭력 정도뿐만 아니라 다른 입원 환자에 대한 치료 기회비용까지 고려하여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
     
    일반적인 폭력에 대한 처벌과는 다른 근거를 갖는 '특별법'을 고려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