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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들 "응급실 폭행 막으려면…가해자 100% 처벌 이뤄지고 주취자 감형 조항 없애야"

    "응급실 인력 충분히 늘리고 의료진 개인이 고소,고발하는 구조도 개선해야"

    "반의사불벌죄 조항 삭제하고 구속수사 원칙으로"…의료계, 규탄대회 등 문제 해결에 총력

    기사입력시간 2018-07-06 06:03
    최종업데이트 2018-07-06 12:46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변호사들은 응급실에서 발생하는 의료진 폭행을 막으려면 가해자가 무조건 처벌을 받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주취자의 응급실 폭행 처벌 감형 조항을 없애는 법 개정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를 없애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앞서 1일 전북 익산의 한 병원에서 술에 취한 환자가 진료 중 특별한 이유 없이 응급실에 진료를 하던 응급의학과장을 폭행해 뇌진탕, 목뼈 염좌, 코뼈 골절, 치아 골절로 치료를 받고 있다. 

    의료계는 이번 응급실 의료인 폭행 사건과 관련한 문제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8일 오후 2시~4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응급실 의료진 폭행 사건을 규탄하는 집회를 연다.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위한 청와대 국민 청원은 6일 오전 6시 기준 5만명을 넘어섰다. 보건복지부는 이례적으로 경찰청에 공문을 보내 수사 협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5일 오후 뒤늦게나마 경찰이 가해자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경찰의 가해자 조사 당시 의료진이 먼저 시비를 걸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가해자는 환자(수부외상)였던 만큼 손이 아프다는 이유로 구속수사가 이뤄지지 않고 돌려보냈다. 또한 가해자의 전과가 있었지만 경찰이 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던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응급실에서 폭행하면 100%처벌, 사회적 인식 있어야
     
    처벌 규정을 강화하는 것보다 사건 발생 즉시 처벌이 이뤄져야 의료인 폭행 예방에 실효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사 출신인 법무법인 엘케이파트너스 이경권 변호사는 “환자의 경우 얼마나 억울하면 의사를 때렸을까라는 여론이 많아 처벌 규정이 있어도 실제 처벌 수위는 낮다. 의료인에게 폭력을 행사하면 처벌이 따른다는 사실을 강하게 보여줘야 재발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처벌 규정은 이미 정해져있다. ​응급의료법 제12조(응급의료 등의 방해 금지)에 따르면 누구든지 응급의료종사자의 응급환자 구조·이송·응급처치 또는 진료를 폭행, 협박, 위계, 위력, 이 밖의 방법으로 방해하거나 의료기관 등의 응급의료를 위한 의료용 시설·기재·의약품 또는 그 밖의 기물을 파괴·손상하거나 점거해선 안 된다. 이를 위반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또한 의료인 폭행 가중처벌은 누구든지 의료행위가 이뤄지는 장소에서 의료행위를 행하는 의료인과 의료기관 종사자 또는 진료를 받는 사람을 폭행 또는 협박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그는 처벌 규정을 따르기 위해 이번 기회에 의협이 경찰청과 업무 협약을 이뤄내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과 함께 의료인 폭행 근절을 위한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다. 권역응급센터 등에는 경찰이 상주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 변호사는 “의료계는 가중처벌을 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하지만 처벌의 한계가 높아지는 것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라며 “처벌이 100% 이뤄지는 것으로 신호를 줘야 한다. 의사를 때리면 확실히 처벌을 받는다는 사회적 인식이 필요하다”고 했다.
     
    또한 이번 사건의 철저한 조사를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 신청자 20만명이 성사되고 청와대가 경찰청에 문제 해결을 촉구한다면 보다 수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변호사는 “모든 서비스직종은 폭행 사건에 노출될 수 있다. 의사도 마찬가지”라며 “의사 스스로 폭행을 당했을 때도 반드시 그냥 묵인할 것이 아니라 고소 등으로 적극적으로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주취 감형 조항 삭제하고 응급실 환경 개선해야
     
    응급실 의료인 폭행은 형사 처벌에 해당한다. 하지만 술에 취한 사람에 대한 형사처벌은 ‘심신미약’이 인정된다. 응급실 의료인 폭행의 심각성을 알려 이 조항의 삭제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성범죄에 한해서는 주취자의 감형을 제한하는 특별법 조항(성특법 제20조)이 마련됐다.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 사망사건 의료진 변호인인 법무법인 천고 이성희 변호사는 “가해자가 술에 취해 있고 질병 상태 등을 감안하면 정상적인 상황으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응급실 폭행에서는 주취자에 대한 처벌이 줄어드는 '심신미약' 규정을 빼야 한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단순히 의료진에 불만이 있어서 폭행한 가해자의 경우 처벌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술에 취한 가해자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해당 조항을 삭제하거나 기본 형량 자체를 높게 잡아야 한다”라고 했다.
     
    응급실 의료인에 대한 근무환경도 개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가령 폭행 사건이 발생해도 의료인이 진료공백을 의식해 문제를 조용히 덮을 수 있다. 또한 의료인이 개인적으로 고소, 고발을 해야 하는 만큼 부담스러워서 뒤로 숨기 쉽다.

    이 변호사는 “응급실은 의료인력이 부족하다. 의료인력을 충분히 늘려서 공백이 발생하더라도 문제가 없어야 한다”라며 “또한 의료진 개인이 민형사 해결에 나서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 배상책임보험 등을 들어주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개인 차원이 아니라 입법 TF팀 등을 만들어서 공식적인 건의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밖에 피해자가 원하지 않으면 가해자를 처벌하지 않는 반의사 불벌죄를 차단하고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료인 폭행은 환자 안전을 위협한다. 의료인 폭행에 대한 처벌 규정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