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윤영식 기자] 지난 6월 2일 메디게이트뉴스에 '질병 타깃으로 부상한 미토콘드리아'란 제목으로 첫 칼럼을 시작했다. 유럽 미토테크(Mitotech)란 바이오텍 회사가 지난 4월 말 발표한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 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 치료제에 대한 긍정적인 임상 2상 결과를 보고 '레버씨 시신경 위축증(LHON: Leber Hereditary Optic Neuropathy)'과 그에 대한 새로운 치료제 연구 결과를 소개했다.
그들이 임상에 사용한 SKQ1은 강력한 항산화제 플라스토퀴논(plastoquinone)에 미토콘드리아 안으로 배달을 가능하게 하는 전달물질을 붙여서 미토콘드리아에 생성된 활성산소를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도록 한 저분자 합성물질이었는데, 멋지게 디자인했기에 칼럼에 소개했다.
LHON은 주로 이삼십대 남성에게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돌연변이로 인해 발병하는 질환이다. 뚜렷한 전조증상 없이 발병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특징이 있다. 특별한 통증도 동반되지 않아 환자가 알아채기 힘든 질병 중 하나이다. 눈 앞이 흐릿하고 부옇게 변하는 증상이 시작되면서 대부분의 환자가 발병 후 몇 개월 이내 시력을 상실하게 되는데, 1개월에서 2개월 정도의 간격으로 양쪽 시력을 모두 상실한다.
매주 쓰고 있는 칼럼이라 첫 칼럼의 내용을 거의 잊고 지내던 나에게 지난 11월 말 회사로 전화가 왔다. '진OO'라는 분이 LHON 때문에 시력을 잃어가는 아들을 가진 아버지로서 너무 안타까워 칼럼을 읽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전화를 했다고 한다. 군대를 다녀온 아들의 왼쪽 눈은 이미 실명 상태이며, 오른쪽 눈도 급격히 나빠져 핸드폰의 큰 메시지도 잘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분과의 대화를 통해 내가 잘 몰랐던 LHON 치료제에 대해 더 알게 됐다. 2015년 9월에 샌더라 파마슈티칼(Santhera Pharmaceuticals)의 '렉손(Raxone)', 일반명 '이데베논(Idebenone)'이 유럽에서 승인돼 시판이 되고 있는데 150mg 용량 180 캡슐의 시판 가격이 1200만 원이라고 했다.
12월 8일엔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편지에는 21살의 아들에게서 금년 8월 경부터 LHON이 진행돼 현재 오른쪽 눈이 보이지 않는다고 적혀 있었다. 그리고 백방으로 뛰어다니다가 우연히 내 칼럼을 보게 돼 너무나 반가운 나머지 이렇게 펜을 들었다고 했다. 두 분 모두 SKQ1의 약재를 구하거나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방법이 없는가를 묻는다. 첫 번째 아버님이 아산병원에서 LHON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이 있다는 정보를 알려주었기에 두 번째 아버님께 알려드렸다. 우리나라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서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나중에 들으니 진행이 안 된다고 한다. 안타깝다.
'레버씨 시신경위축증(LHON)은 왜 이삼십대 남성에게 많을까?' '우리나라에서 LHON 환자는 얼마나 될까?'하는 질문과 함께 다른 방법은 없는지 찾아봤다. 마침 12월 5일자로 프랑스의 젠사이트 바이올로직스(GenSight Biologics)가 보도자료(Press Release)를 내놓았다. 유전자 치료제인 GS010의 임상 1상과 2상을 마친 결과, 2.5년의 임상추적을 통해 치료제의 안전성과 함께 LHON이 시작된 지 2년 미만인 환자의 시력이 좋아졌다는 보도자료였다.
과학자로서 젠사이트(GenSight)의 MTS(Mitochondrial Targeting Sequence)가 눈에 띄었다. 이 기술을 통해 미토콘드리아에 결여됐던 단백질을 회복시켜 미토콘드리아의 기능을 되살릴 수 있다고 한다. 단지 염려되는 것은 'NADH 탈수소효소'(NADH Dehydrogenase)에 관련된 미토콘드리아 유전자 중에서 ND1, ND4, ND6의 유전자가 변형됐을 때 LHON이 시작되는데, 이번 임상시험에 쓰인 GS010은 북아메리카와 유럽의 LHON환자 75%가 해당하는 ND4 변이 형태에 적용된 것이어서 ND1이나 ND6 변이 형태의 환자라면 듣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앞으로 ND1이나 ND6 변이 형태 치료제 개발을 준비 중에 있겠지만 현 상황은 이렇다.
우리나라에서도 'LHON 환우회'를 꼭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서로 어려움을 나누고 새로운 치료제를 시도해 볼 수 있는 활동을 하면 좋겠다. 가족 중에 이런 환자가 없더라도 이런 일에 힘을 보태고 싶다. 한창 건강하게 일을 많이 할 수 있는 이삼십대의 젊은 나이에 갑자기 그리고 조용히 찾아오는 병 때문에 환자와 그 가족들이 겪는 고통이 이루 말할 수 없기 때문이다. 미국의 통계를 보면 해마다 100명의 환자가 LHON으로 시력을 잃게 된다고 하니 인구 비례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도 20명 정도에게는 그런 일이 발생할 것이다. 통계가 있는지 조차 알 수 없으니 답답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