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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몸으로 메르스 막은 의사의 파산

    병원 자진격리했지만 정부 외면…"힘들어했다"

    기사입력시간 2017-02-08 17:25
    최종업데이트 2017-02-08 17:54



    지난 2015년 7월 메르스가 지역 사회로 확산되는 것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병원을 통째로 코호트 격리했던 지방의 S병원 P원장.
     
    그는 코호트 격리를 할 당시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최선을 다하고 정직하게 하면 정부가 도와줄 거라고 믿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S병원은 메르스 사태가 끝난 뒤 보건복지부의 지원 대상에서 빠졌고, 30억원에 달하는 은행 대출로 간신히 버티다 결국 병원문을 닫은 것 같다는 게 P원장을 잘 아는 지인의 설명이다.
     
    2015년 6월 5일 경남지역의 첫 번째 메르스 환자이자 전국적으로 115번째인 70대 여성 환자가 S병원에 입원했다.

    그 환자는 삼성서울병원에서 외래진료를 받고, 지역에서 두 개 병원을 더 거친 뒤 S병원에 입원했는데 삼성서울병원을 경유하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면서 사태를 키웠다.
     
    결국 그 여성은 입원 6일째 되던 날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고, 질병관리본부는 병원의 5~7층을 전면 격리하라고 통보했다.
     
    그러나 P원장은 부분적인 코호트 격리만으로는 메르스 확산을 완벽하게 차단할 수 없다고 판단, 병원 전체를 격리하기로 결정했다.
     
    당시 S병원이 개원한지 6개월밖에 안된 상황이어서 P원장은 밤새 고민한 끝에 그런 결단을 내렸다고 한다. 
     
    그는 "일단 돈 문제는 나중에 걱정하고, 목숨 걸고 무조건 막는 것만 생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때부터 의료진, 행정직원, 환자를 포함해 85명은 외부와의 접촉을 전면 차단한 채 병원 안에서 숙식을 해결해 가며 14일을 버텼다.
     
    그 덕분에 지역사회 감염을 막을 수 있었지만 정부는 P원장의 희생을 외면한 채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S병원이 자발적으로 격리에 들어가자 지역 주민들은 응원의 글을 병원 벽에 남겼다. 

    여기에다 경영 정상화 속도가 생각보다 더뎠고, 결국 최근 병원 문을 닫았다. 
     
    최선을 다하면 하늘에서 동아줄이라도 내려줄거라던 그의 믿음은 빗나갔다.
     
    P원장의 지인인 모 의사는 "며칠 전 통화할 때에도 힘들다고 했지만 이렇게 문을 닫을 줄은 몰랐다"면서 "온 몸으로 메르스를 막은 병원을 이런 식으로 대하면 다음에 이런 일이 벌어지면 어느 의사가 앞장 서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P원장은 기자가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지만 끝내 전화를 받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