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의원 C형간염 집단감염은 바이러스 유전자형(Genotype) 1형으로 추정된다. 1형 중 어떤 아형(Subtype)이냐에 치료수단이 복잡해져, 정부 지원이 절실하다."
주사기 재사용으로 76명이 C형간염에 집단감염된 D의원 사건과 관련, 질병관리본부를 자문을 해주고 있는 연세의대 세브란스병원 안상훈 소화기내과 교수(대한간학회 홍보이사/사진)는 이 같이 강조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감염자 중 일부가 유전자 1형인 것으로 확인, 1형의 집단감염으로 추정되고 있다.
C형간염은 바이러스 유전자형과 그 유전자아형에 따라 치료방법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를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 C형간염은 유전자형 1형과 2형이 95%를 차지한다.
1형의 경우, 기존 치료제인 '인터페론(주사제)'에 대한 치료반응률이 2형보다 낮고 인터페론의 부작용도 심해 최근 출시한 경구용 완치제들의 치료가 더욱 요구된다.
문제는 어떤 유전자아형이냐다.
1b형이라면 완치율이 높은 경구용 신약이 보험급여로 출시돼 있어 치료가 비교적 쉽다.
BMS의 '다클린자+순베프라' 병합요법이 그것으로, 6개월 치료 시 치료반응률이 90%다.
6개월 치료의 환자부담금(30%)은 약 259만원이다.
이는 다른 경구용 신약의 비급여 약값에 비해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1a형은 얘기가 다르다.
BMS 신약은 1a형에는 쓸 수 없다. 1a형에 쓸 수 있는 경구용 신약 중 길리어드의 '하보니'와 '소발디'가 최근 허가됐지만, 보험급여 적용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중에나 가능할 전망이다.
두 제품의 비급여 약값은 3000만~4000만원대에 이른다.
안 교수는 "이번 감염자들이 1a형에 해당한다면, 경구용 신약이 상당히 고가이고, 보험급여 처방은 내년에야 가능해지기 때문에 정부의 지원이 반드시 필요하다"면서 "만일 급성 C형간염이라면 자연적으로 완치될 가능성이 있어 기다려볼 수 있으나 만성이라면 반드시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간경화로 진행되지 않은 환자라면 6개월 정도 기다리면서 만성인지 급성인지 확인한 후, 경구용 신약을 쓰는 코스가 적절하다는 설명이다.
그는 "인터페론 치료는 실패했을 때 경구용 신약의 보험혜택을 못 받을 수 있어 신중해야 한다"면서 "감염방지대책과 함께 이 환자들에게 어떤 지원을 해줄 수 있는지 적절한 제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간질환 주무부서도 없어
이런 집단감염 상황에서 살펴볼 수 있는 게 정부의 관리대책과 실태파악 능력이다. 현재로서는 매우 미흡한 실정이라는 게 안 교수의 지적이다.
그는 "간질환에 대한 정부의 인식수준이 낮다. 질병관리본부에 간염 주무부서도 없는 실정"이라며 "B형간염과 C형간염이 만성간질환의 80%이고, 이중 30~40%가 간암으로 발전하는데도 간염단계에서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이유"라고 꼬집었다.
현재 질병관리본부에는 간질환 전담부서가 없다. 에이즈종양바이러스과에서 HIV 등 다른 바이러스 질환과 함께 간염을 맡고 있어 이번처럼 집단감염이 발생했을 때 전문적인 판단과 역학조사가 어렵다.
안 교수는 "간질환은 다른 질환과 달리, 만성에서 간경변‧간암으로 진행되는 스펙트럼이 뚜렷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만성간질환자에 대한 질병 규모를 우선 파악한 후 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선별검사로 질병규모 파악 시급
특히 C형간염은 유병률과 질병규모의 파악도 정확하지 않을 정도로 정부의 관심밖에 있다.
그 이유는 보고된 국내 유병률이 1% 안팎의 낮은 수준이기 때문인데, 이는 일반 인구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해 확실하지 않다는 게 간학회의 지적이다.
간학회가 실시한 '간염 인식 및 검사실태'에 따르면 국민의 10.4%만이 C형간염 검진을 받았다.
안 교수는 "1%의 유병률은 일부 병원에서 검진한 사람만을 대상으로 체크한 것이다. 전수조사가 아니기 때문에 실제 얼마나 많은 환자가 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질본에서 진행하고 있는 국민건강영양조사 역시 다른 대사성 질환에 C형 간염을 포함한 거라 목적에 부합하지 않은 대상군"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40세 및 65세 국민에 무료제공하는 생애전환기검진에 C형간염 항체검사를 포함해 질병규모를 정확히 파악한 후, 양성 환자에게 조기 적절한 치료를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C형간염은 70~80%가 만성화되고 10~15년이 지나면 간암에 이르는 치명적인 질환이지만 증상이 없어 간경변 상태가 되어서야 병원을 찾는다"면서 "하지만 이때는 되돌릴 여지가 없다"고 못박았다.
안 교수는 "국가검진 항목에 완전히 포함시키지 않더라도 1~2년 시범시행해 볼 수 있다. 현재는 그 자체를 시도하지 않아 질병규모를 모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경구용 신약의 등장으로 완치가 가능해졌기 때문에 조기 치료한다면 의료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그는 "기존에는 발견돼도 치료반응률이 낮은 치료법이 전부였지만, 이젠 3~6개월이면 90% 이상 완치되는 신약들이 나왔기 때문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환자 발굴에 나서야 한다"면서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조기 치료하는 것이 국가 의료비 지출면에서 비용효과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