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최근 열린 평창올림픽 금지약물에서 대마(마리화나)에서 추출되는 성분인 CBD가 금지약물에서 제외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바탕 소동이 일었다. 세계도핑방지기구(WADA)가 올해부터 CBD를 금지약물에서 제외했지만 우리나라는 마약류 관리법상 '대마초(Cannabis sativa L)와 그 수지 및 대마초 또는 그 수지를 원료로 하여 제조된 모든 제품'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2004년부터 의료용 CBD 사용을 합법화한 캐나다의 증권거래소에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대마 기업이 상장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토론토 증권거래소(TSX)와 벤처거래소(TSX.V), 제3 거래소인 CES(Canadian Securities Exchage)에는 약 60여 개 대마 회사가 상장돼 있는데, 그중 50%가 CSE에 등록돼 마리화나 신생업체의 수도(capital) 역할을 한다.
특히 올해 7월부터는 캐나다에서 기호용 대마 사용도 합법화될 예정이라 관련 산업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CSE 상장사인 와일드플라워(Wildflower Marijuana)의 윌리엄 매클린(William MacLean) CEO와 스티븐 피어스(Stephen Pearce) CFO를 만나 CBD 산업의 현황과 전망을 들었다.
대마는 113개 다른 화학 물질을 함유하고 있는데, 그중 가장 흔히 알려진 성분은 THC(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와 CBD(칸나비디올)다. THC는 환각 등과 관련 있는 대마의 주요 향정 성분이고, CBD는 향정 효과는 없으면서 다발성 경화증과 관련된 통증, 뇌전증 등 의료용으로 사용되는 성분이다.
CBD는 전 세계적으로 합법화되는 추세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해 11월 발간한 예비 보고서에서 CBD가 사람 및 동물에 안전하고 내약성이 있으면서 공중 보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과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CBD가 약물 의존을 유도하지 않아 남용 가능성과 관련 없고, CBD만으로는 약물에 취할 수 없다는 것.
캐나다 대마 산업 규모 8조원…연관 산업 합산하면 20조원 규모
우리나라에서는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5년 1월 의료용 대마를 사용할 수 있도록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정부 입법으로 발의했지만, 같은 해 11월 19대 국회에서 시기상조라는 이유로 통과시키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초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다시 대마도 의료 목적으로 식약처장의 승인을 받은 경우에는 사용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마약류 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해 20대 국회의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1996년 이미 의료용 CBD 사용을 합법화했고, 현재 미국에서는 전체 50개 주 가운데 29개 주에서 의료용 CBD가 허용하고 있으며, 캐나다, 호주, 아르헨티나, 칠레, 덴마크, 핀란드, 독일 등에서도 추세를 따라가고 있다.
매클린 CEO는 "여러 가지 예측치들이 있는데 최근에 나온 수치를 보면 캐나다에서 대마 재배와 직접 연관된 산업 규모는 80억 달러(약 8조 원)고, 비료 등 연관 산업까지 합산하면 전체 20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를 이루고 있다"고 소개했다.
캐나다 투자서비스회사(Fundamental Research Corporation)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의료용 마리화나 시장은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해 3년 안에 환자 등록 건수는 1500%, 건조 의약품용 대마 매출은 연평균 성장률(CAGR) 167.13%를 기록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대마가 의약품으로 점점 더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캐나다보건부(Health Canada)는 의료 목적 대마 사용 등록제(ACMPR; Access to Cannabis for Medical Purposes Regulations)에 등록된 환자 수가 2014년 중반 8000명에서 2016년 말 13만 명으로 2년 반 동안 약 1500% 증가했다. 캐나다 보건부는 2024년이면 등록 수가 4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한다.
이러한 사용 환자 수 확대와 더불어 캐나다의 주요 보험회사 중 하나인 선라이프보험(Sun Life Assurance)은 3월부터 의료용 마리화나도 커버한다고 밝혔다. 적용 대상은 암과 다발성 경화증, 류마티스 관절염, HIV/AIDS 및 완화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다.
CBD의 재발견…의료용이 아닌 웰니스 제품으로도 개발
와일드플라워는 이러한 의료용 대마 시장을 넘어 CBD 오일을 이용한 자연건강식품, 화장품 등 CBD 웰니스(wellness) 시장을 노리고 있다.
매클린 CEO는 "THC 성분을 제거하면 더 많은 소비자층에 다가갈 수 있고, THC가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이미지에도 구속받지 않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며 "또 이러한 마약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면 법적인 규제에서도 자유로울 수 있어 CBD 제품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지난 3년간 THC 성분을 완전히 제거하는 추출방법을 연구해 THC가 전혀 없는 제품을 만드는 데 성공했고, 캡슐, 팅크제(tincture), 비누, 쿨스틱, 힐링스틱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했다.
매클린 CEO는 "대마 업체 대부분이 의료용 대마를 재배하는 재배업체라면 와일드플라워는 CBD 제품에 주목한 첫 회사 중 하나"라면서 "CBD 시장은 응용제품이 많이 나올 수 있어 잠재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미국 50개 주 전역에서 CBD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상업용 출시 첫 분기인 2017년 1분기 매출 2만 5000달러에서 시작해 가파르게 성장하면서 4분기에는 매출 75만 달러를 기록했다. 이 기세를 몰아 캐나다에서도 기호용 대마가 허용되는 7월부터 발매할 예정이다.
다음으로 주목하는 시장은 아시아 시장, 특히 한국 시장이다. 매클린 CEO와 피어슨 CFO는 한국 시장 진출 타당성 검토 및 해외 시장에서의 공동 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 한국인 허성범 디렉터와 최근 방한해 한국 제약사들과 만남을 가졌다.
매클린 CEO는 "한국이 한류 바람을 일으키는 트렌드 리더인만큼 한국을 교두보로 아시아 시장에 진출할 생각"이라면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도록 법률이 통과되면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캐나다에서 기호용 대마 사용이 허용되는 시점이 바로 시작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우리는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다"라며 향후 전망에 대해 자신감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