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한방병원 수사,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정상화의 출발점 돼야
[메디게이트뉴스] 경찰이 수백억 원대 보험사기 의혹과 관련해 자생의료재단과 자생한방병원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일부 보험사들은 자생한방병원이 교통사고 환자들에게 한약을 무분별하게 처방하고, 공장에서 미리 제조한 한약을 환자별 개별 처방인 것처럼 지급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수사는 아직 의혹 단계다.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특정 의료기관이나 의료인을 범죄자로 단정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의혹의 내용이 자동차보험 진료체계의 신뢰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는 반드시 필요하다. 더 나아가 이번 사건은 특정 병원 하나의 위법 여부를 가리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전반을 정상화하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 한의학은 본래 환자 개인의 증상, 체질, 상태를 종합적으로 판단해 처방하는 개별성과 맞춤성을 핵심 원칙으로 내세워 왔다. 교통사고 환자에게 지급되는 한약 역시 환자별 진찰과 진단, 처방 근거가 명확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만약 실제 임상 판단보다 표준화된 제조와 반복 공급이 앞서고, 사후적으로 개별 처방의 외형만 갖춘 것이라면 이는 단순한 청구 방식의 문제가 아니다. 한의학 스스로 강조해 온 맞춤형 처방 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환자 본인의 비용 부담이 제한적이고, 보험사가 사후적으로 비용을 부담하는 구조다. 이 구조에서는 교통사고 피해자의 치료 접근성이 충분히 보장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과잉진료와 반복청구를 막을 제도적 장치도 반드시 필요하다. 자동차보험 진료비는 결국 전체 가입자의 보험료로 충당되는 만큼, 진료비 급증은 특정 보험사의 손실 문제가 아니라 국민 전체의 부담 문제다. 이번 수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것은 한약 처방의 실질이다. 환자별 진료기록에 구체적인 증상, 진단명, 처방 사유, 처방 변경 근거가 기재되어 있었는지 살펴야 한다. 원외탕전실이나 제조시설에서 생산된 한약이 실제로 환자 맞춤형 처방이었는지, 아니면 사실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처방이 대량으로 반복 지급된 것은 아닌지도 확인해야 한다. 처방과 조제, 청구가 의료진의 독립적 판단에 따라 이루어졌는지, 아니면 기관 차원의 표준화된 운영 모델 속에서 반복됐는지도 중요한 조사 대상이다. 추나요법 역시 예외가 돼서는 안 된다. 추나요법은 단순 보조 처치가 아니라 진단과 적응증, 시술 필요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치료행위다. 자동차보험 환자에게 반복적으로 시행되는 과정에서 실제 치료 필요성보다 청구 가능성이 우선한 사례는 없었는지 점검해야 한다. 동일 환자에게 과도한 횟수로 시행되었는지, 시술자와 시술 시간, 진료기록이 실제 행위와 일치하는지도 검증해야 한다. 최근 의료기관에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주사치료, 영상검사 등 근골격계 비급여 항목에 대해 점점 더 엄격한 심사 기준이 적용되고 있다. 의료의 공정성은 직역을 가리지 않고 동일한 잣대로 적용돼야 한다. 특정 직역의 비급여에는 엄격하고 다른 직역의 반복청구에는 상대적으로 관대했다면, 그 자체가 제도적 형평성 문제다. 정부와 심사기관은 자동차보험 한방진료비의 급증과 반복청구 패턴에 대해서도 동일한 기준으로 점검해야 한다. 특히 자생한방병원이 AI 기반 고객 상담 시스템인 자생 AI컨택센터를 운영한다고 밝힌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병원이 행정 효율화와 환자 접근성 개선을 위해 AI와 자동응대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 자체는 비난받을 일이 아니다. 그러나 병원 측이 오랜 기간 축적된 한방 진료 상담 데이터와 AI 기술을 결합했다고 설명한 대목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이는 자생의 진료 상담, 예약, 입원 안내, 환자 응대 흐름이 개별 의료진 차원을 넘어 상당 부분 중앙집중적으로 표준화돼 있음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수사도 단순히 개별 의사의 처방 몇 건을 확인하는 수준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한약 처방, 추나요법, 입원 안내, 반복 내원, 자동차보험 청구가 어떤 상담 흐름과 내부 프로세스 속에서 이뤄졌는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환자 상담 단계에서부터 특정 치료 패턴이나 반복 진료가 구조적으로 유도됐는지, 자동차보험 환자에 대한 별도 응대 매뉴얼이나 표준화된 진료 흐름이 존재했는지, 중앙화된 상담 데이터와 실제 진료청구 패턴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었는지도 제도적으로 점검할 필요가 있다. 의료기관의 디지털 전환은 환자를 위한 혁신이어야 한다. AI 상담 시스템은 대기 시간을 줄이고 환자 편의를 높이는 방향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그러나 디지털 기술이 환자 유입과 반복 진료, 보험청구 흐름을 정교하게 관리하는 도구로 사용됐다면 이는 별개의 문제다. AI와 데이터 기반 운영이 진정한 환자 중심 혁신인지, 아니면 자동차보험 진료비 증가를 구조적으로 유도하는 시스템인지 투명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번 사안은 한의계와 의사 사회의 대립으로 소비돼서는 안 된다. 핵심은 직역 갈등이 아니라 보험 재정의 투명성, 환자 안전, 의료행위의 정당성이다. 실제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는 충분히 보호돼야 한다. 그러나 치료라는 이름으로 표준화된 상품을 반복 공급하고, 자동차보험 구조를 이용해 그 비용을 사회 전체에 전가하는 방식은 엄격히 관리돼야 한다. 정부와 수사기관, 심사기관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자동차보험 한방진료 전반에 대한 데이터 기반 전수 점검에 나서야 한다. 한약 처방의 환자별 근거, 원외탕전실 운영 실태, 추나요법 시행 횟수와 기록의 적정성, 입원진료와 반복치료의 필요성, 보험금 청구 패턴을 종합적으로 분석해야 한다. 특정 의료기관의 위법 여부만 가리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 유사한 구조가 전국적으로 반복되고 있는지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자동차보험은 교통사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이지, 특정 의료기관의 반복 수익 구조를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아니다.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는 보장하되, 근거 없는 처방과 형식적 기록, 반복청구는 엄격히 걸러내야 한다. 의료행위의 기본 원칙은 하나다. 환자에게 필요한 진료인지, 그 근거가 진료기록에 남아 있는지, 청구가 실제 행위와 일치하는지다. 한의사 진료와 의사 진료 모두 이 원칙 앞에서 어떤 직역도 예외가 될 수 없다. 자생한방병원 수사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어야 한다. ※칼럼은 칼럼니스트의 개인적인 의견이며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