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의정갈등 사태로 인해 외상∙응급의료 시스템이 10~30년 전으로 후퇴하고 있다는 의료계의 우려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의료특위는) 2일 국회에서 대한외상학회, 대한응급의학회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정경원 아주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은 지난 2012년 외상센터가 생긴 후 약 10년간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이 3분의 1로 줄어들었지만, 최근 6개월 사이에 상황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 센터장은 “35%였던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은 지난 2021년 기준 13.9%까지 감소했고, 이제는 0%를 향해 가고 있었다”며 “하지만 최근 정부가 진행하는 의대정원 확대를 포함한 의료개혁으로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장 의료진들은 외상센터가 생기기 이전으로 돌아가고 있다고 본다. 예방가능 외상 사망률이 개선되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지만, 돌아가는 데는 6개월도 안 걸리는 것 같다”며 “여전히 10~15% 이상의 외상환자들이 살 수 있는데 죽어가고 있다”고 했다.
정 센터장은 배후진료과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중증외상 환자들의 대부분은 초기에 사망하거나, 치료를 열심히 해도 후기에 사망하는 경우들이 있다. 초기 사망은 외상센터, 응급의료센터 의사들이 어떻게든 버텨서 막아내고 있지만 이마저도 역부족이 되고 있다. 의료진들도 피로한 상태에서 사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이렇게 초기 사망 위험을 넘기더라도 배후진료과에서 후속 치료가 적절히 이어져야 환자들이 후기까지 살아서 장애 없이 사회로 돌아갈 텐데 그런 게 무너진 지 오래됐다”고 덧붙였다.
조항주 대한외상학회 이사장 역시 “외상 환자는 여러 과와 협진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외상치료 시스템은 하나만 안 되더라도 전체 기능이 마비될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어 “전공의가 다 없어지니 첫 번째로 마취과가 타격을 받았다. 과거엔 교수 밑으로 전공의들과 함께하다 보니 여러 수술실을 커버할 수 있었는데 지금은 수술실이 크게 제한된다”며 “어떤 병원은 30~50%까지 제한된 것 같다”고 했다.
이성우 대한응급의학회 정책이사는 “응급의학과의 경우 전공의가 응급진료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타과보다 훨씬 높다. 50% 이상”이라며 “그런데 전공의가 빠지니 공백을 메우기가 쉽지 않다. 이미 현장은 임계점에 도달했고,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악화될 일밖에 남지 않았다”고 한탄했다.
이어 “문제는 현재 상황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내년에 응급의학과 전문의로 들어올 인력이 반토막이 나고 수련의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 여파가 최소 4년 이상은 갈 것이다. 응급의료는 지난 30년간 꾸준히 개선돼 왔는데 앞으로 4년 동안 지난 30년간의 노력이 완전히 물거품이 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