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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대정원 증원에 의료계 일제히 비판 여론..."지역 필수의료 불균형 대책 마련부터"

    의사단체들 "의료계와 상의 거쳐 근본 문제 해결해야"...의협, 8월 14일 전후 4대악 총파업 추진

    기사입력시간 2020-07-27 06:40
    최종업데이트 2020-07-27 08:39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정부와 여당이 의대정원 증원과 공공의대 설립을 가시화하자 병원장들의 단체인 대한병원협회를 제외한 의료계 곳곳에서 강한 비판 여론이 나오고 있다. 의료계는 의대정원 증원 계획을 백지화하고 의료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 일부 지역과 필수의료 불균형의 실질적인 문제 해결을 할 것을 촉구했다.  

    경상남도의사회 대의원회 최상림 의장(대한의사협회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은 27일 “의료 접근성이 세계 1위인 국가에서 의사수 부족을 논하는 것은 넌센스다"라며 "이런 국가에서 취약 분야·취약 지역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수적 불균형이 아니라 분포의 불균형”이라고 지적했다.

    최 의장은 “이를 해결하는 합리적인 방법은 의사를 국가 공무원으로 채용해 배치하거나 적절한 유인책을 강구하는 데 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그 어떤 시도도 없었다”고 했다.

    최 의장은 "정부는 의사수를 늘려 낙수효과를 기대하지만 의료서비스는 고도의 위험이 뒤따르기 때문에 이런 단순한 경제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역설적으로 고급인력의 대규모 해외 러시 현상이 발생할 것"으로 우려했다.

    최 의장은 "무분별한 전문직 증원은 의료비 상승, 과잉진료 등 사회·경제적 파급효과가 큰 만큼 정교한 분석과 해결책이 우선이다. 하지만 그저 지역 정치인과 고위 공직자의 밀실합의로 추진됐다. 이제 ‘의료 공공성’이라는 말은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원을 초과해 특별전형을 통해 의대생을 증원하는 것은 현행 고등교육법령을 위반한 것이다. 의무적으로 10년 동안 지역의사로서 신분을 강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 선택의 자유와 평등의 원칙을 위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의협은 오는 31일까지 4대악 의료정책(의대정원 증원, 공공의대 설립, 첩약 급여화, 원격의료) 저지를 위한 '전 회원 총파업을 포함한 집단행동' 추진에 대해 정관 제22조(서면결의) 제1항에 따라 대의원총회 서면결의를 진행하고 있다. 의협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경우 전 회원 총파업 투쟁을 포함한 집단행동을 추진하는데 대한 대의원들의 찬반여부를 묻는 것이다.

    전국광역시도의사회장협의회는 25일 충북 오송에서 긴급 회의를 열어 4대악 의료정책에 대해 8월 14일쯤 진행하는 총파업에 동력을 모으기로 했다.   

    공공-민간 구분 아닌 협력부터...가파른 의사수 증가율로 정원 감축 필요

    서울시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공공의대 설립과 무분별한 의대 정원 늘리기는 방역만능열쇠가 아니라며, 공공과 민간의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대한민국의 공공보건의료는 공공과 민간의 협력 체제로 이뤄져 있다. 공공의대의 설립보다는 현재 민관 합동으로 구성된 공공보건의료체계를 보다 효율적이고 내실 있게 운영하는 것이 더 시급한 과제”라고 밝혔다.

    서울시의사회는 “환자의 건강과 삶의 질을 향상시키려는 의료진들의 노력이 있을 뿐, 감염병 사태의 현장에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에게 공공과 민간이라는 표식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또한 서울시의사회는 “현재 진행중인 코로나19 위기가 채 마무리되기도 전에 또 다른 공공의대 설립 논란 및 포퓰리즘적 의사 정원 늘리기를 부추기는 것은 옳지 않다”라며 “무엇보다 공공의대 설립과 의사정원 확대가 국민보건 향상으로 이어졌다는 증거를 전 세계 어디에서도 찾기가 어렵다”고 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우리나라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 의과대학 신설이 아닌 의과대학 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밝혔다. 

    OECD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포함한 임상의사수가 1000명당 2.2명으로 OECD평균인 3.3명보다 1.1명이 적고, OECD회원국 중 가장 낮다. 하지만 문제는 의사수 증가율이다.  

    전북의사회는 “한국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 연평균 증가율은 3.1%로 OECD의 0.5%에 비해 6배 가량 빠르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2028년부터 인구 1000명 당 활동의사 수는 OECD 회원국 평균을 넘어설 것“이라고 했다. 

    전라북도의사회는 "무분별한 의과대학 신·증설은 의학 교육의 부실화를 초래할 것이고 이는 향후 엄청난 혼란을 가져온다"라며 "특히 최근 정치적·경제적 목적 등에 의한 부실 의과대학의 양산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지역간 의료 인력의 수급 불균형을 고려해야 한다. 의료계와 함께 의과대학 신설이 아닌 중장기적인 의사인력 수급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계획 전면 재검토하고 의료계와 논의 거쳐 지역가산제 등 도입 검토해야 

    이에 따라 한국의학교육협의회는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 전면 재검토 등 4가지를 주문했다. 

    협의회는 “첫째, 정부는 의료계와 합의 없이 진행된 공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의대정원 확대 및 공공의대 설립 추진방안을 전면 재검토하고 충분한 사전논의를 거친 후에 정책을 확정할 것”을 요청했다.

    협의회는 “둘째, 정부는 의료계와 함께 미래 국민의 건강을 수호할 보건의료발전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한다. 셋째, 의료계가 코로나19 사태에 집중할 수 있도록 급격한 의료정책의 변화에 대한 논의는 코로나19 사태가 어느 정도 안정된 이후에 진행해야 한다”고 했다. 

    협의회는 “정부가 의료계와의 진정성 있는 논의를 통해 미래 국민건강을 수호할 지속가능한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덧붙였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지역의료 강화 대책으로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의료 취약지 보험수가 가산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응급실·중환자실·분만실 등 필수의료 영역에 정책가산 강화와 응급·중증소아·외상·감염 등 건강보험 수가 개선과 농어촌 등 필수의료 취약지에는 지역 가산을 즉시 시행한다면 해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산부인과의사회는 "출산 감소로 인구가 심각하게 감소해 의사수를 오히려 줄여야 한다. 특히 농어촌 분만 취약지의 출산율 감소로 인해 그나마 유지되던 분만 인프라는 급속도로 무너지고 있다"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는 “농어촌 지역의 가임기 여성의 감소로 인한 저출산으로 분만건수의 감소를 보상하는 분만수가의 인상 없이는 분만실을 운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라며 “지방 의사 부족 문제는 의과대학 증원이 아니라 건강보험 부과체계에 정책가산제와 지역가산제를 시행해야 해결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