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영국 국제 의학저널인 BMJ(British Medical Journal)가 한국의 '전공의 사직 투쟁' 종식과 관련해 "저수가, 장시간 노동, 의사 형사 사법리스크 등 문제 해결 성과가 미미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당장은 의정갈등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다시 언제 갈등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라는 표현도 나왔다.
다만 BMJ는 사태 종식 과정에서 전공의 노조가 설립됐다는 점에서 '당장 직접적인 대립 보단 장기 협상 전략으로 국면이 전환됐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BMJ 동아시아 분석가인 플린 머피 (Flynn Murphy)는 지난 8일(현지시간) '한국 의사들, 18개월 파업 종료(South Korean doctors end 18 month strike)'라는 기고글을 BMJ를 통해 발표했다.
플린 머피는 기고에서 "수천 명의 전공의들이 9월 병원으로 복귀했다. 이에 따라 경찰 압수수색, 계엄령 선포, 대통령 교체 등의 상황을 거쳐 18개월 간의 의정갈등이 끝났다"며 "보건복지부 정은경 장관도 이전 정부의 대립적 태도와 달리 의사들과의 협력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전했다.
머피는 "그러나 파업 종료는 즉 전공의들이 복귀하지 않으면 수련병원에서 퇴출될 수 있는 위험에 직면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투쟁은 마무리됐지만) 현재 수가 보상, 장시간 노동, 의료사고 형사처벌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특히 플린 머피는 의정갈등이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현재 한국의 상황을 빗대어 'Powder keg(일촉즉발의 상황)'이라고 표현했다. 즉 직역하면 '폭발 직전의 화약고'처럼 정부와 의료계 사이 보이지 않는 긴장 기류가 언제 터질지 모른다는 취지다.
그는 "한국의 새 정부는 보건의료 개혁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의료계와 추가 갈등을 방지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다"고 언급하면서 "그러나 정부는 지역의사제도를 도입해 일정 기간 의료취약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 등을 추진 중이고 이는 의료계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머피는 전공의 복귀 이후 전공의노조가 새로 출범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그는 "파업 종료와 동시에 전공의들은 전공의노조를 창립했다. 노조는 '전공의의 열악한 근무 환경의 악순환을 끊겠다'며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구조적 모순을 지적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미국 콜로라도 의과대학 이주영 교수 코멘트를 인용해 "젊은 의사들과 의대생들의 집단행동은 공식적으로 끝났지만 실제 성과는 거의 없었다. 다만 향후 전공의들은 정부와 직접 대립보다는 노조를 통한 장기 협상 전략으로 투쟁 방향을 바꿨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