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공공의과대학을 포함해 지역 의과대학 신설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무리하게 세워진 지방 미니의대가 ‘지역 간 의료 불균형 해소’라는 지역의대로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함에 따라 의료계는 대책 없는 의대 신설 주장이 ‘무리수’임을 지적하고 있다.
울산대 의대가 2023년 신입생부터 ‘울산’에서 4년 이상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간 울산의대는 울산대병원을 부속병원으로 하고 있지만 실제 수련병원은 울산대학교병원이 아닌 서울아산병원이 담당하고 있었다. 울산의대 예과 1학년은 본교가 위치한 울산광역시 남구에서 공부하고, 예과 2학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이 있는 서울특별시 송파구에서 공부하도록 한 것이다.
그 이유는 바로 교원이 없기 때문이다. 50명 미만의 미니의대에서 10개가 넘는 기초의학을 가르칠 교원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2021년에는 감염내과, 성형외과, 예방의학과 교원이 부족해 부실 교육의 문제가 제기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그간 서울아산병원에서의 교육은 ‘불법’이었다.
교육부는 이미 2021년 울산의대에 2022학년도부터 모든 이론 과목 수업을 의과대학 인가를 받은 울산에서 운영하고, 임상실습교육 필수지원인력이 아닌 의대 행정실 직원은 의대 인가를 받은 울산에서 근무하도록 명령했다. 이론과 실습 병행과목은 의대 내 실습실을 설치하거나 통학 가능한 거리의 부속·협력병원을 우선 활용하고, 통학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하며 이와 관련해 총장 외 3명을 경징계하고, 교무부학장 외 8명은 경고하라고 지시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상황이 이렇 다보니 무늬만 ‘울산의대’고 사실상 서울에서 수련을 받은 ‘서울아산 의대’와 다름 없다”며 “지역 의사인력 부족을 위해 지역에 의대를 세워야 한다고 하지만, 교수인력이 없어 부실 교육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이 서울에서 교육이 실시되다보니 졸업한 학생들이 취업하는 곳은 서울이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울산의대 졸업생 가운데 7%만이 울산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울산대병원은 의대 부속병원임에도 2018년에 수련의 부족으로 상급종합병원 선정에서 탈락하는 사태가 발생하기도 했다.
이 같은 현실에 울산지역 시민사회는 서울아산병원이 ‘교원’이라는 명목으로 정부로부터 사학연금과 의료보험료, 퇴직금 등 수백억 원을 보조받으며 혜택을 누리고 있다며 ‘지역의료 불균형 해소’라는 지방대 의대 설립인가 취지에도 맞지 않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러한 비판 속에 울산의대는 교육부에 2026년 말까지 울산 본교에 강의동 건물을 신설하고, 실험 실습, 임상 등도 울산에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리고 2023년 신입생부터 울산에서 4년 이상 교육을 진행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최근에는 지난해 치러진 제87회 의사 국가고시 실기시험에서 울산의대 합격률은 75%로 응시생 40명 중 10명이 불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이번 의사국시 실기시험 전체 합격률은 96.2%로 한 대학에서 10명의 학생이 무더기로 낙방한 사실로 인해 울산의대도 충격에 휩싸인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미니의대를 보유한 나라다. 비용효율적인 교육이 되기 위해서는 학교당 최하 80명에서 최대 120명의 입학정원이 적정한데 50명 미만의 미니의대가 우후죽순 생겨나다 보니 부실 교육이 될 수밖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정책연구소 우봉식 소장 역시 “건국대 의대 역시 충주캠퍼스로 의대 설립이 인가됐지만, 서울 캠퍼스에서 수련을 받고 있다”며 “지역 의사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의대를 포함해 지방에 의대를 설립해야 한다는 평등론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사 수를 늘리면 엄청난 의료비 폭등이 올 수밖에 없다. 의사가 늘어나면 의사 1인당 진료 수입이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의사들이 원래 일하던 대로 착실하게 일할 수 있을까? 실제로 건보공단에서 2007년 논문을 통해 의사가 늘어나면 의료비용이 증가한다는 결과를 내놓은 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나라와 같이 행위별수가제를 하는 나라에게 의사 수 증가는 끔찍한 결과를 야기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미국과 일본이 의사 증원을 신중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일본은 노인인구가 현재 전체 인구의 30%가량 되는데도 의사를 늘리지 않고 있다. 그들이 의사인력을 늘리지 않는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