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선다현 인턴기자 고려의대 예2] 의약품 수급 불안정 문제가 반복되는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이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현장에서는 여러 우려가 나온다. 구체적으로 동일 성분의 약이더라도 최대 45%의 생체 이용율 격차가 존재하거나, 환자의 치료에 책임이 있는 의사가 처방한 약을 알지 못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성분명 처방을 재정 절감이 아닌 환자 생명 관점에서 봐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내용의 ‘수급 불안정 의약품 성분명 처방 국회토론회’가 국민의힘 한지아 의원 주최, 서울특별시의사회 주관으로 29일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개최됐다.
현장서 드러난 의약품 수급 공백
이날 지정토론에 나선 편한자리요양원 노동훈 원장은 ‘의약품 수급 불균형과 수명을 다한 의약분업 비효율을 안고 계속해야 하나’를 주제로 발표했다.
노 원장은 “연천에 방문진료를 다녀온 뒤 약을 처방하면, 해당 지역에 약국이 없어 환자가 동두천까지 가서 약을 구해야 한다”라며 “환자가 약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돌봄이 필요한 환자를 두고 이동해 약을 받아오는 상황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대한노인회서울시연합회 임세규 사무처장은 "노인들에게 이동과 경제적 어려움은 중요한 문제"라며 "거동이 불편한 노인에게는 병원 진료 후에 다시 약국을 방문하는게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대한파킨슨병협회 한양태 대외협력이사도 “공급 중단 문제는 환자의 생명권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파킨슨병 환자의 평균 나이가 70세 이상으로, 환자 중심의 안전한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라며 "2024년 파킨슨병 주요 치료제인 마도파정의 국내 공급이 중단된 사례가 있다. 대체약을 복용했지만 13만 파킨슨병 환자 중 30% 정도가 부작용을 겪었다”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의약분업 당시 의료계 혼란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필요했을 수 있으며 우리 사회가 감당 가능했다”라며 “지금은 고령화 등으로 인해 약을 받아오는 보호자의 고통과 시간 비용을 가벼이 봐서는 안 된다”라며 “방문진료에 한해 의약분업 예외 대상을 확대해 의사가 직접 약을 조제해 가져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노 원장은 “약품 공급이 안 되는 이유는 생산 단계에서 퀄리티 있게 만들 비용을 맞추지 못하기 때문”이라며, “성분명 처방을 한다고 해서 그 약이 공급된다는 보장은 없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도 "현재 65세 이상 진료비가 전체 진료비의 45%를 넘어가고 있는 시점"이라며 "65세 노인에게는 (상급병원에서) 원내 조제가 가능하도록 해주면 이동에 따른 불편도 해소되고 진료비도 절약돼서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의사·환자 모두의 불안…“처방약 그대로 원한다” 70%
대한의사협회 김충기 정책이사는 "동일 성분이 같은 약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생동학적 동등성의 함정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일 성분의 약이더라도 최대 45%의 생체 이용율 격차가 존재한다"며 "환자가 약국을 변경할 때마다 다른 제네릭 약을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며, 이에 대한 효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임 사무처장은 "노인들은 대부분 여러 질환을 동시에 앓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성분명 처방이 시행이 된다면 약을 받을 때마다 약의 이름뿐만 아니라 모양과 색깔이 달라짐으로 인해서 혼란이 오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는 노인에게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약을 잘못 먹는 오류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우리가 어떤 약이 맞는지, 또 이 약을 먹어도 되는지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것이 노인들의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임 사무처장은 작년 11월 경에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된 자료를 인용하며 "일반 국민 대상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0% 이상이 '의사 처방약 그대로 조제를 원한다'고 응답하였다는데 노인의 특성상 변화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노인들만 대상으로 했다면 (수치가) 더 높게 나왔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 원장은 의사 책임에 대해서도 “의사는 환자를 꾸준히 보며 약에 대한 환자 특성을 파악할 수 있는데, 성분명 처방을 하면 의사가 그 약이 무엇인지 모르게 된다”며 “문제가 생겼을 때 의사가 어떻게 책임을 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했다.
한 이사도 "성분명 처방은 환자에게 약 선택의 기회를 주는 장점이 있다"면서도 “안정적 수급과 성분명 처방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성분명 처방, 재정 절감이 아닌 환자 생명 관점에서 봐야”
토론자들은 성분명 처방에 대해 공통된 의견을 제시했다.성분명 처방에 해한 논의는 경제적 관점보다 환자의 생명과 안전 관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노 원장은 “성분명 처방은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라며 “약국이나 재정 절감 문제가 아니라, 환자의 생명과 안전 관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적인 흐름으로 약가를 인하하고 있는데, 약가를 인하하면 약 공급이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며 “이런 문제를 성분명 처방 등으로 덮으려 한다면 정책 실패를 의사에게 떠넘기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이사도 “정부는 언제까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제약회사의 이익을 챙기나”라고 지적했다. 그는 거버넌스에 대한 의견도 제시했다. 한 이사는 “정부가 거버넌스를 유도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환자단체가 포함돼 있지 않다”며 “환자 의견이 실질적으로 반영될 수 있는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임 사무처장은 "노인들이 혼란 없이 약을 복용하고 이동에 부담 없이 치료를 이어갈 수 있도록 성분명 처방 강제화는 조금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