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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복지부 "국민 생명 담보 파업 적절치 않아...우리나라 의사수 OECD 최저 확실"

    의료현안협의체서 다시 마주 않은 의정...의협, 정부가 9.4의정합의 어겼다 vs 복지부, 의협 측 과학적 근거 제시부터

    기사입력시간 2023-11-29 17:06
    최종업데이트 2023-11-29 20:16

    대한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는 29일 오후4시 서울 중구 달개비에서 제19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진행했다.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의료계와 정부가 다시 29일 오후 4시 의료현안협의체에 마주 앉았지만 의대정원 확대 문제를 두고 의정 간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2일 제18차 의료현안협의체에선 정부 수요조사 결과 발표에 불만을 제기하며 자리를 박차고 나왔지만 오늘(29일) 협의체 회의는 정상적으로 참여했다. 

    지난 26일 대한의사협회가 의대정원 저지를 위해 비상대책특별위원회를 만들고 파업까지 언급한 만큼, 이날 회의에서 양측 입장은 별다른 진전없이 이견차만 확인했다. 특히 복지부는 의료계 파업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여실히 드러냈다. 

    먼저 의협은 이날 정부가 의료계와의 9.4의정합의를 어긴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의협 측 협상단장인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은 모두발언에서 "의대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정부가 한 약속을 어긴 것이라고 수 많은 의사들이 성토하고 있다"며 "정부가 의정합의를 파기하고 의료계와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았다"고 말했다. 
     
    모두발언하는 양동호 광주광역시의사회 대의원회 의장.

    양 의장은 "정부가 발표한 수요조사 결과가 단순히 대학들이 희망하는 인원만을 더한 무의미한 숫자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일례로 충남대는 의대 정원이 110명인데 410명을 요구해 4배에 달하고 을지대는 정원 40명에 3배인 120명을 요구했다"며 "교육 인프라나 현실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허무맹랑한 숫자가 난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합리적 근거가 없는 부적절한 수요조사 결과를 정부가 무리하게 발표해 의료계는 물론 대한민국이 혼란에 빠졌다. 의사들이 응급실을 기피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이 소아 진료를 포기하는 것이 정말 의사가 부족해서 인지 되묻고 싶다"며 "이들이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안전한 의료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이유에 대해서도 양 의장은 "의대 증원을 말하기 전에 배출되는 의사들이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과 로드맵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오늘 의협 협상단이 이 자리에 나온 것이 합당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도 많았지만 절체절명의 위기에 빠진 국내 지역필수의료를 살리기 위한 대의를 위해 나왔다"고 설명했다.  
     
    모두발언하는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

    반면 보건복지부 정경실 보건의료정책관은 지난 회의에서 의협이 자리를 이석한 것에 유감을 표하며 의협이 파업을 언급한 것에 대해 불편함을 호소했다.

    정 정책관은 "지난 회의에서 필수의료 강화를 위한 합리적인 보상 방안이 논의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며 "복지부의 사명은 국민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것이고 이는 의협도 다르지 않다. 의협 정관에도 이 부분이 명시돼 있다. 언제나 (양측이) 논의를 함에 있어 국민 생명과 건강이 우선돼야 하고 국민 생명이 담보된 집단행동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특히 그는 ▲의료접근성 ▲의사 수 증가율 ▲의사 수-의료비 증가, 총 3가지와 관련해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정 정책관은 "국토 면적당 의사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비해 높아 의료 접근성이 높다는 주장이 있다. 그러나 의료 수요는 국토 면적에서 나오지 않는다. 의료 수요를 가진 국민 즉, 인구를 기준으로 볼 때 인구 1000명당 의사 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2.6명"이라며 "인구당 의사 수가 가장 많은 서울조차 OECD 평균인 3.7명에 미치지 못하는 3.5명, 경북은 1.38명, 충북은 1.59명"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지난 20년간 우리나라 의사 수 증가율이 3.4%로 OECD 평균인 1.4%에 비해 높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는 모수인 의사 수 자체가 적어서 증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나는 착시 현상"이라며 "최근 10년간 증가율은 2.4%로 2010년에 비해 현저히 낮아지는 추세다. 의대 졸업 인원을 봐도 우리나라 의사 인력 확보 전망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 

    의료비 증가와 관련해서도 정 정책관은 "의사가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와 지역에 의사가 늘어서 국민들의 의료 접근성이 높아진다면 이는 정부가 마땅히 지출해야 할 비용이다. 만약 의사들이 수입을 위해 과잉 진료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이라면 의사 개인의 직업 윤리의 문제이지 의사 증가로 인한 문제는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의사 수 증가와 비윤리적 의료행위 증가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은 저명한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밀턴 프리드먼의 결론이기도 하다"며 "이 같은 주장들이 마치 사실처럼 반복 재생산되고 있어 우려를 표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주장하는 과학적 근거와 관련해선 직접적인 데이터를 제시해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그는 "의협이 여러 번 의대정원 증원의 과학적 근거나 기준을 필요하다고 했다. 이런 것들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제시해달라"며 "의협은 지역필수의료 유입 방안이 의대정원 증원의 선결조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는 선결조건이 아니라 병행추진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부도 환자와 의료진 의료사고 부담완화, 수가 개선, 전공의 등 근무 여건 개선과 같은 정책패키지를 준비 중"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