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진퇴양난의 상황에서 대한의사협회 측이 15일 2기 의료현안협의체에서 꺼내 든 카드는 '선결조건 충족'이었다. 의대정원 관련 논의를 할 수 있으나, 반드시 '선결조건'이 충족돼야 하겠다는 것이다.
양동호 의료현안협의체 의협 협상단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선 10분여에 걸쳐 강도 높게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정책을 비판했으나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의대정원 관련 논의를 이어갈 수 있음을 시사했다.
당분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의대정원 논의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지난 회의 때와는 사뭇 달라진 입장 변화다.
양 신임 단장은 회의 직후 "무너져가는 지역필수의료에 대한 대책을 먼저 얘기하는 것이 우선이다. 아직은 의대정원 확대에 관해선 얘기하지 않기로 했다"면서도 "필수의료 대책이 담보된 이후에 의대정원에 대한 논의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에 근거해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은 이번 2기 협상단 개편에 따라 향후 전반적인 의료현안협의체 회의 기조를 정하는 데 있어 고심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의대정원 관련 논의가 협의체에서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로 협상단 전체가 개편됐으니 '의대정원 논의를 하겠다'는 메시지는 던지면서도, 이 같은 메시지가 대내외적으로 정원 확대 수용과 같은 기조 변화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입장이 난처했기 때문이다.
이에 의협 측이 찾은 탈출구는 '의대정원 논의를 하되, 명분있게 하자'는 전략이다.
의협 2기 협상단은 이날 과학적·객관적 데이터에 입각한 논의와 실질적인 지역필수의료 유입방안이 선행돼야만 의대정원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전제를 명확히 깔았다.
즉 저수가 정상화 등 필수의료 대책이 먼저 선행돼야 한다는 전제조건을 먼저 제시해 의대정원 논의를 이어갈 명분을 확보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의협은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 고위험·고난이도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이에 따라 다음번 회의에선 중증·필수의료 보상 강화 등 적정 보상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기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해 양동호 단장은 "국민 건강을 위해 (의대정원이) 부족하다면 늘리고 많다면 줄여야하지 않겠나. 다만 당장은 살인적인 저수가를 정상화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향후 의대정원 논의를 이어가겠다'는 메시지와 별개로 의협은 의대정원 확대와는 정확히 선을 그었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수가개선과 법적 부담 완화 등 선결 조건이 충족되면 의대정원 확대에 동의할 수 있는가'라는 질의에 "의대정원 관련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것 뿐"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