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에 이어 삼성서울병원 의대 교수들까지 주 1회 휴진을 예고하면서 사실상 빅5병원이 모두 진료를 축소한다.
전공의 진료 공백을 메우고 있던 의대 교수들의 소진이 심해지면서 빅5 병원 교수 비대위는 중증과 응급 환자 진료만을 유지한 채 진료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25일 의료계에 따르면 빅5병원 소속 의대 교수들이 이르면 26일부터 주 1회 진료 축소를 감행한다.
서울의대 교수들은 이달 30일부터 주1회 응급·중증·입원 환자 등을 제외한 일반 환자 진료를 중단하기로 했고, 울산의대 교수들은 5월 3일부터 주 1회 휴진하기로 했다.
성균관의대 교수들 역시 교수들의 피로도 누적을 해소하고자 교수 적정 근무 권고안을 마련해 주1회 휴진을 추진하기로 했다.
연세의대와 가톨릭의대 교수들 역시 회의를 열고 소속 교수들이 정신적·신체적 한계에 이르렀다고 보고 사실상 휴진을 검토 중이다.
사실상 의대 교수들의 휴진 방침은 빅5병원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다.
문제는 교수들의 진료 축소가 병원들의 적자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수술과 외래 진료 등이 감소하면서 병상 가동률이 절반 가까이 떨어졌고, 이는 재정 적자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병원협회이 최근 500병상 이상 수련병원 50개소를 대상으로 지난해 동기간 의료수급액 등을 비교한 '수련병원 경영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올해 2월 하순부터 지난달까지 전공의 수련병원 50곳의 수입은 무려 4238억원 감소했다.
빅5병원들은 최근들어 하루 10억~30억원으로 적자폭이 확대되면서 누적적자가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최근 빅5병원들은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경영난을 인정했다.
그중 서울아산병원은 2월 20일부터 지난달 30일까지 40일간 의료분야 순손실이 511억원에 달하고, 현 상황이 연말까지 지속되면 순손실이 4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이같은 경영난에 빅5 병원은 마이너스 통장 한도를 500억원에서 1000억원으로 확대하며 버티고 있고, 주요 대학병원들은 필수 경비 외 모든 지출을 중단하고 있다.
이에 대다수 병원들이 병원 직원들에게 희망 퇴직과 무급 휴가 압박을 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빅5병원보다 경영 구조가 나쁜 지방 대학병원들은 재정 적자에 따른 여파가 더욱 심하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대학병원이 강도 높은 경영난에 시달리는 배경에는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전문의 대신 값싼 노동력인 전공의에게 의존했기 때문이다.
전공의들은 최저임금 수준인 시급 1만 2000원에 주당 80시간 이상을 근무해왔다.
모 의과대학 교수는 "앞서 정부는 대학병원을 전문의 중심병원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전공의가 나간 대학병원들이 모두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그 약속이 얼마나 허망한지 알 수 있다"며 "현재 상급종합병원들은 본래 역할에 맞춰 중증, 응급 환자를 중심으로 보고 있는데 그것으로 인해 적자가 더 심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래 의료전달체계에 맞춰 대학병원들이 중증을 전담하고, 경증환자들을 1, 2차 병원으로 의뢰하고 있는데 이게 오히려 적자를 심화시킨다. 의료계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는 데 재정을 쓰는 게 의대 정원을 늘리는 것보다 우선돼야 한다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정부는 대학병원들에게 인건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정부는 상급종합병원과 공공병원 등에 전공의 이탈 이후 충원한 의료인력에 대한 인건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해당 관계자는 "정부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을 고집하면서 전공의들의 복귀는 더욱 묘연해졌다. 이제 교수들도 버틸 힘이 없다. 일각에서는 벚꽃 피는 순서대로 병원들이 망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