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과정에서 아동이나 노인, 장애인 등의 학대를 발견하고도 신고하지 않은 의사 면허정지 6개월. 병의원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최고한도가 10억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료법 개정안.
대선 기간 여야를 가리지 않고 의사 치켜세우기에 바빴던 국회의원들이 선거가 끝나기 무섭게 의료인과 의료기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법안을 연일 쏟아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5일 병의원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 한도를 상향조정한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정춘숙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기관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해 과징금을 부과할 때 과징금 상한금액을 '수입액의 100분의 3' 이하로 하자는 게 핵심이다.
예들 들어 의료기관의 수입이 1000억이면 최고 30억원을 부과하자는 것이다.
정 의원은 "과징금 제재처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위법행위에 대해 적정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업무정지처분에 갈음한 과징금이 너무 낮은 게 아니냐는 지적은 삼성서울병원에 대해 '806만원'을 부과하면서 불거지기 시작했다.
보건복지부는 삼성서울병원이 메르스 사태 당시 감염을 확산시키고, 조사에 불응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했다며 업무정지 15일에 갈음해 806만원을 부과했다.
의료법 상 의료기관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갈음할 수 있는데, 1회 상한금액은 5천만원이며, 연 수입액이 90억원을 초과하면 1일당 53만 7500만원을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서울병원은 연 매출이 1조원 이상이지만 15일 업무정지에 갈음한 과징금이 806만 2500원(15×53만 7500원)에 불과했다.
그러자 정의당 윤소하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은 업무정지 처분을 과징금으로 대체할 때 최대 10억원까지 부과하도록 한 의료법 개정안을 잇따라 발의했다.
이런 상황에서 정춘숙 의원이 또다른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한 것은 과징금 상한이 10억원으로는 부족하다는 의미인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정춘숙 의원 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연매출이 1조원인 대형병원은 최대 300억원의 징벌적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어 과잉 제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민의당 최도자 의원이 대선 다음날인 10일 발의한 의료법 개정안도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최도자 의원의 의료법 개정안은 의료인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아동, 노인, 장애인 등의 학대범죄 등을 알게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수사기관에 신고하지 않으면 6개월 이하의 업무정지처분을 하도록 했다.
이에 대해 직선제산부인과의사회는 15일 성명서를 통해 "진료하는 의사에게 과도한 의무와 처벌을 하면 손쉽게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가 근절된다는 편의적이고 포퓰리즘적 발상에 경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난하고 나섰다.
의사회는 "학대 범죄 근절이 필요하면 차라리 학대범을 중형으로 처벌하는 법을 만드는 것이 학대 행위를 근절하는데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일 것"이라면서 "대한민국 아동, 노인, 장애인 학대의 발생 이유가 의사 때문이고, 근절 책임이 의사에게 있다는 말인가"라고 되물었다.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도 지난 11일 의료분쟁 조정절차 자동개시법, 일명 신해철법 대상을 1개월 이상 의식불명이나 장애등급 1급이 '명확한 경우'로 확대한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현 의료분쟁조정법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 판정이 난 경우 의사 또는 의료기관의 의사에 관계 없이 환자 측이 분쟁조정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