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도영 기자] 노바티스(Novartis)가 개발 중인 알파 특이적 PI3K(phosphatidylinositol-3-kinase) 억제제인 알펠리십(alpelisib, 개발명 BYL719)이 특정 유전체 변이를 가진 호르몬 수용체 양성(HR+) HER2 음성(HER2-)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무진행 생존기간(PFS)를 유의하게 개선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구스타브루시연구소(Institut Gustave Roussy) 파브리스 앙드레(Fabrice André) 교수는 20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18)에서 알펠리십의 글로벌 3상 임상인 SOLAR-1 연구결과(Abstract #LBA3_PR)를 발표했다.
앙드레 교수는 "알펠리십은 의약품으로는 처음으로 유방암 환자의 유전체 하위그룹에서 혜택을 보여줬다"면서 "HER2 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HER2 표적 치료제를 이미 가지고 있지만, 흑색종이나 폐암과 달리 유방암에서는 여전히 종양 유전체에 사용할 수 있는 약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HR+ 유방암 환자의 약 40%는 PI3 키나아제 경로를 활성화해 암을 진행시키고 내분비 치료에 저항성을 가지도록 하는 PIK3CA 변이를 가지고 있다. 알펠리십은 알파 특이적인 PI3K를 억제하는 경구 치료제다.
앙드레 교수는 "PI3 키나아제 알파 동형단백질(isoform)은 유방암에서 나타나는 변이다. 이전에 개발된 PI3K 억제제는 4개 동형단백질을 모두 표적으로 해 독성이 많았다"고 말했다. 알펠리십은 1상 임상에서 효능과 관리 가능한 안전성 프로파일로 유망함을 보였다.
SOLAR-1 연구는 HR+ HER2- 전이성 유방암을 가진 폐경후 여성 또는 남성 572명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종양 조직 검사에서 대상자 가운데 341명이 PIK3CA 변이를 가지고 있었다. 대상자들의 신체활동능력 평가지수인 ECOG(Eastern Cooperative Oncology Group)는 1 이하였고, 이전에 1차 이상 호르몬 치료를 받은 경험은 있지만 진행성 유방암에 대한 항암화학요법은 받지 않았다. 또한 풀베스트란트(fulvestrant) 또는 PI3K, Akt, mTOR 억제제, 동시항암요법을 받은 경험도 없었다.
환자는 무작위로 경구용 알펠리십 하루 300㎎ 또는 위약에 풀베스트란트 근육주사를 추가로 받았다. 일차평가변수는 종양 조직에서 PIK3CA 변이가 검출된 환자의 각 기관에서 확인된(locally assessed) 무진행 생존기간이었다.
연구결과 중앙값 20.0개월 추적 관찰했을 때 PIK3CA 변이가 있는 환자에서 알펠리십군의 무진행 생존기간 중앙값은 11.0개월로, 위약군 5.7개월보다 2배 가까이 연장된 것으로 나타났다(HR 0.65).
PIK3CA 변이 전이성 유방암 환자(n=262) 가운데 ⅓ 이상인 36%가 알펠리십+풀베스트란트에 반응을 보였고, 위약군의 전체 반응률(ORR)은 16%였다.
이차평가변수인, PIK3CA 변이가 없는 환자의 각 기관에서 확인된 무진행 생존기간은 사전에 정의된 개념증명 종료점(endpoint)을 달성하지 못했다.
앙드레 교수는 "알펠리십은 잠재적으로 PI3KCA 변이가 있는 HR+ HER2- 전이성 유방암 환자에서 기대 수명을 증가시킨다"면서 "현재까지는 추적 기간이 짧아 장기간 생존 혜택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 그러나 알펠리십은 무진행 생존기간을 늘렸고, 결과가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또한 "이 연구는 환자의 종양 유전체 프로파일에 기반한 치료가 결과를 향상시킬 수 있음을 보여준 첫 연구로 유방암에 대한 임상 유전체학의 문을 열었다"면서 "이 결과는 유방암에 대한 유전체 검사를 실시해야하기때문에 임상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결과에 대해 이탈리아 프라토병원(Hospital of Prato) 안젤로 디 레오(Angelo Di Leo) 교수는 "PI3K 억제제가 진행성 유방암 환자의 치료 옵션이 되면 혈장 샘플(액체생검)을 사용해 PIK3CA 변이를 측정하는 것이 표준 치료가 되고, 이는 비침습적인 방법이라는 점에서 큰 이점이 될 것이다"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