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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국의대 정유석 교수 "의정갈등 1년, 가장 큰 우려는 반(反)정부 의사 세대 온다는 것"

    정부 불신·불안감 커지며 '좋은 의사' 보다 '개인적 성공' 우선하는 현실적 의사 세대 올 것

    의정사태로 젊은 의사들 정체성 손상 심각…의협도 비합리적 의사결정 방식 개선해야

    기사입력시간 2025-04-15 17:00
    최종업데이트 2025-04-15 17:00

    단국의대 정유석 교수(가정의학과).

    [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단국의대 정유석 교수(가정의학과)가 이번 의정갈등 사태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젊은 의대생, 전공의 세대가 정부 의료 정책에 강한 저항감을 가진 의사 세대로 성장한다는 점"을 꼽았다. 

    이들이 의사 기성 세대로 자라면서 정부에 불신으로 인해 '좋은 의사'가 되기 보단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 더 '현실적'인 의사가 돼 사회적 책임감 보단 개인적 성공을 우선시하는 분위기가 팽배할 것이라는 우려다. 

    그는 대한의사협회에 대해서도 의료계 내부에 잔존해 있는 비합리적 의사결정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유석 교수는 최근 한국의료윤리학회지를 통해 '2024년 의정사태와 한국 의료의 미래'라는 기고 논문을 공개했다. 

    정 교수는 "2024년은 의정사태로 시작해 12.3 계엄령 선포와 대통령의 탄핵으로 저물었다. 해가 바뀌었으나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다. 탄핵정국이 계속되면서 사태를 수습해야 할 정부가 제 역할을 방기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2025년에도 학생 대부분이 돌아오질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공의들과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돌아올 명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상당수는 1년을 더 희생해서라도 자신이 활동할 의료여건을 근본적으로 고치는 편이 낫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사태로 전공의 수련시스템은 붕괴됐다. 이 틈을 타 사직 전공의들의 수련 공백과 재취업을 이용해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생겼는데 5일간의 내시경 실습에 2000만 원의 등록비를 받는 사설 의료강습이 등장하기도 했다. 스승과 제자 간의 의학 전수가 돈으로 사고파는 사교육으로 변질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정유석 교수는 최근 한국의료윤리학회지를 통해 '2024년 의정사태와 한국 의료의 미래'라는 기고 논문을 공개했다. 사진=한국의료윤리학회지 갈무리


    특히 정유석 교수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젊은 의사들의 정체성 손상'을 지목했다. 

    정 교수는 "환자를 소생시키는 필수 의료의 장면에 매력을 느끼고 소위 ‘바이탈 뽕’에 취해 고된 과정을 선택했던 전공의들이 한국 의료의 미래였지만 이들이 자신을 낙수과 의사로 취급하는 분위기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다. 미숙하고 무모한 정부는 겨우 명맥을 유지하던 필수의료의 여린 뿌리를 뽑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이 정부의 의료 정책에 강한 저항감을 가진 의사 세대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이른 시기에 한국의 의료체계와 정부에 대한 불신을 품게 됐으며 시민들의 반의사 정서를 느끼고 경험했다. 교육의 질 저하, 졸업 후 경쟁 심화 등 불안한 미래는 ‘좋은 의사’에 대한 각오보다는 더 ‘현실적’이 되라고 부추길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또한 "어디서부터 잘못되었는지 헤아려지지 않는 불안은 비관과 절망을 낳게 한다. 이런 과정을 거친 세대는 사회적 책임감보다는 개인적인 성공을 우선시하게 될까 염려된다"고 전했다. 

    수련을 포기한 일반의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 이 같은 우려를 반증한다 게 정 교수의 견해다. 

    그는 "전공의 수련 없이 일반의로 개원가에 바로 진입하는 젊은 의사들의 증가세도 눈에 띈다. 전공의 과정은 지식과 술기뿐 아니라 선배 의사들로부터 환자를 대하는 태도와 전문직업성을 자연스럽게 습득하는 과정이기도 하다"며 "이런 가치들은 3~4년에 이르는 수련기간 동안 환자, 동료, 선배, 교수들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진주 같은 것이다. 최소한의 수련도 없이 과도한 경쟁에 내몰린 젊은 의사들이 개원가에서 경쟁한다면 환자-의사 간 신뢰 관계는 재앙을 맞이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태 해결을 위해선 ▲정부의 사과 ▲이전 수준으로의 의대 정원 회복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필수의료 지원방안 논의 ▲미래 의사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 할 수 있는 의료환경에 대한 고민 ▲대학병원 경영 정상화 방안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직역의 환골탈태 등이 제언됐다. 

    정 교수는 "향후 사태가 어떻게 마무리되더라도 결코 이전 상태로의 회복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의사 사회 상처 치유를 위해 정부의 사과와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이 필요하다"며 "의학 교육 질적 저하를 막기 위해 정원 회복, 필요시 2026년도 신입생 모집 중지 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사 집단이 정책적 협의를 끌어내지 못한 것이 2024 의정사태의 한 원인임을 부인할 수 없다. 의료계의 리더십과 직역간 화합 문제는 큰 숙제로 남아있다. 의협은 개원의 중심이라는 비판을 넘어서 교수, 전공의들까지 참여하도록 구조와 체질을 완전히 개선해야 한다. 의료계 내부에 잔존해 있는 비합리적 의사결정 방식과 의료 정책에 대한 비전문성에 대하여 뼈아픈 뉘우침이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