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신해철법(의료분쟁 조정 자동개시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의사들은 멘붕에 빠져 있다.
아직 개정 법이 시행되지 않았지만 의사들은 걱정이 태산이다.
특히 중환자, 응급, 수술 등 의료분쟁이 잦을 수밖에 없는 분야에 종사하는 의사들은 업종 변경까지 고민하는 분위기다.
의사 회원들의 정서를 아는지 모르는지 요즘 의사협회를 보면 참 평화롭고, 한가해 보인다.
법안을 저지하겠다고 공언해 온 의사협회 추무진 회장은 신해철법이 국회를 통과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공식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
버스가 떠난지 오래지만 이제야 대응 TF를 만들겠다며 면피성 대책을 내놓았다.
하긴 추무진 회장은 요즘 신해철법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
지금까지 의사협회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은 의협 상근 부회장이 관행적으로 겸직해 왔다.
이에 따라 최근 의협 상근부회장으로 임명한 김록권 전 의무사령관이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을 겸하는 게 수순이었다.
그런데 의협 부회장에서 해임된 강청희 씨가 의료배상공제조합 이사장에서 물러날 수 없다고 버티는 황당한 상황이 벌어졌다.
그러자 추무진 회장은 강 전 부회장의 도발을 무력 진압할 묘수를 찾기에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의사들은 아우성치고 있는데 추무진 회장도, 강청희 전 부회장도 그들만의 리그에 푹 빠져 있는 듯하다.
한마디 더 보태자면 의협이 의사전문가단체이긴 한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사상 초유의 가습기 살균제 사건으로 온 나라가 떠들썩하지만 국민 건강을 책임지겠다고 공언하던 의협은 입장 표명 한번 하지 않았고, 한의사협회로부터 핀잔까지 듣는 수모를 겪었다.
그 와중에 대회원 홍보를 강화하겠다며 인터넷 방송, 홍보위원회 신설, 듣도보도 못한 '조직팀'이라는 것을 만들었다.
이 때문에 추무진 회장이 벌써 3선 준비에 들어간 게 아니냐는 뒷말이 무성하다.
25일 의협은 2013년부터 3년 연속 협회 회비를 미납한 3만 8122명에게 회비를 내라는 독촉장을 보냈다.
독촉장을 받아보는 의사들의 심정이 어떨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