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20세기 이후에 등장한 ‘현대 의료’는 혁신적인 진화와 발전을 통해 인간의 ‘기대수명’을 과거에 비해 빠르게 늘려 나갔다. 현대 의료는 다수의 전문직, 첨단기술, 복잡한 진료 과정, 거대한 의료기관 및 보험제도가 복잡하게 결합한 사회적 시스템으로 발전하였으며, 이러한 구조로 인해 그 이면에는 환자에게 상당한 수준의 ‘위해(harm)’가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개연성도 내포하고 있다. 현대 의료가 효율성을 지니면서도 매우 효과적이지만, 한편으로는 위험할 수 있다는 말과 일치한다. 의료의 발전이 역설적으로 보면 새로운 위험도를 함께 증가시키는 것이다.
과거에 의료적 오류는 주로 개별 의료인의 실수로 받아들여지고 이해됐다. 그러나 미국 의학한림원(IOM)이 지난 1999년에 발표한 ‘To Err is Human’이 공개된 이후 환자 안전에 관한 연구는 의료의 오류 상당수는 개인의 문제나 무능력함보다는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한다. ‘현대 의료’는 진단, 검사, 처방, 투약, 수술, 입원 관리, 퇴원 및 지역사회 연계 전반에 이르는 복잡한 과정을 포함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다수의 의료인과 정보시스템이 상호작용하기 때문에 의료체계 전반의 설계와 운영 방식에 존재하는 복합적 실패가 ‘위해’로 이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위해는 특정 의사의 과실이 아니라 시스템의 문제로 보는 것이 합리적이고 논리가 맞다.
환자 안전과 관련한 사건이 발생하더라도 의료 자체를 형사 범죄화하거나, 동료 의료인에 의한 평가에 의존할 경우 오류 공개와 사고로부터의 학습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또한 의료의 질 평가가 환자보다 전문가 중심으로 이뤄질 경우 환자 경험과 안전 문제는 상대적으로 축소돼서 과소 평가될 수 있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오류에 대한 고의적인 은폐를 비롯해 보고 태만과 부족 또는 재발 방지 체계 미흡으로 확대돼 연결될 수 있다. 현대 의료는 전문직 체계일 뿐 아니라 거대한 산업체계이기도 하다. 의료기관, 제약회사, 의료기기 산업, 보험제도 등이 복합적으로 작동하면서 다양한 이해 상충이 발생한다.
WHO 공식 보고, 입원 환자 10% 의료적 위해’ 경험 대부분 예방 가능한 범주로 파악
현대 의료는 전문분과 중심으로 발전하면서 높은 수준의 전문성을 확보하여 유지해 나가고 있다. 그러나 환자는 여러 진료과를 동시에 이용하게 되고, 의료인 간 의사소통의 부재와 단절이 증가하는 문제도 종종 발생한다. 진단 과정에서의 정보 단절, 전원 과정의 오류, 필요한 검사 결과의 전달 실패 등은 대표적인 조직적 위해 요인이다. 특히 만성질환자와 고령 환자는 여러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아 분절화된 진료체계로 인한 위험에 더욱 취약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에서 입원하는 환자의 약 10%에 해당하는 사례가 의료 과정 중 위해를 경험하고 있으며, 이들 위해의 절반가량은 예방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어떤 통계자료를 분석해 관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또한 국제 연구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270만 건의 의료 관련 사고(adverse events)가 발생하는데, 이는 환자 안전 문제가 단순한 의료 현장의 문제가 아니라 주요 공중보건 문제임을 의미한다.
약물 오류는 가장 흔한 환자 안전 문제 중 하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매년 약 420억 달러 규모의 비용이 약물 오류로 인해 발생한다고 추정한다. 의료서비스 이용 환자 약 30명 중 1명은 약물 관련 위해를 겪고 있으며, 이들 가운데 약 25% 이상은 중증 위해에 해당한다. 이를 좀 더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처방 오류, 조제 오류, 투약 오류, 약물 상호작용 및 모니터링 실패가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의료 현장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매년 3억 건 이상의 수술이 시행되고 있는데, 수술은 의료서비스 가운데 가장 높은 위험을 수반하는 분야 중 하나다. 수술 부위 오류, 마취 관련 사고, 수술 후 합병증, 수술 후 감염 등이 주요 위해 요인으로 보고되고 있으며, WHO는 예방이 가능한 의료 위해의 약 10%가 수술 환경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분석한다.
의료 관련 감염 사례도 대표적인 예방 가능한 위해의 범주에 속한다. WHO에 따르면, 병원에서 발생하는 패혈증 가운데 약 23.6%가 의료 관련 감염에 기인하는데, 이들 환자의 사망률은 약 24.4%에 달한다. 특히 항생제 내성균의 확산은 의료 관련 감염의 위험성을 더욱 증가시키고 있으며, 이는 현대 의료가 스스로 만들어낸 대표적 시스템 위험으로 평가된다.
환자 안전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 중 하나는 ‘진단 오류’를 꼽는다. 미국 국립의학원(National Academy of Medicine)은 외래환자의 약 5%가 매년 진단 오류를 경험하는 것으로 추산한다. 실제로는 오류가 이보다 더 높을 것이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진단 오류는 의료사고 관련 사망의 약 10%를 차지하며, 병원 위해사건의 6~17%에 관여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특히, 진단 과정은 여러 전문가와 정보가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개인의 역량보다 조직적 요인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현대 의료 위험성 개인이 아닌 시스템적 오류 진정한 의미 ‘Just Culture’ 전환해야
이처럼 ‘현대 의료’가 보여주는 의료적 위험성은 의료인의 전문성 부족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의료가 지나치게 복잡하고 조직화하면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로 보는 시각이 크다. 따라서 환자 안전 정책은 시스템 개선 중심으로 전환돼야 한다는 논리가 타당성을 얻는다. 환자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획일적으로 의료오류를 형사 범죄화하는 것이 아닌, 위해가 발생했을 당시 보고 체계의 투명성을 강화하는 것이 합리적이고 문제의 본질에 더 가까이 접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는 의료오류 보고가 처벌이 아닌 학습과 개선으로 연결되는 진정한 개념의 안전 문화(safety culture)가 구축돼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는 의료의 대상뿐만이 아니라 안전관리의 핵심 파트너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안전 문화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환자 안전 관련 사고에 대한 진솔한 국가 차원의 측정 체계를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은폐나 왜곡 등으로 측정되지 않는 위해는 관리될 수 없기 때문이다.
WHO와 주요 국제기구의 자료는 의료 위해가 예외적 사건이 아니라 현대 의료체계에 내재된 상시적 위험임을 보여준다. 따라서 환자의 안전을 위한 정책은 의료인의 개별 과실을 처벌하는 차원이 아니라, 현대 의료제도가 만들어낸 구조적 위험을 관리하는 'Just Culture'로 전환돼야 한다. 우리나라의 처벌 중심 환자 안전 정책은 과연 안전을 위한 것인지, 아니면 아예 현대 의료의 특성을 무력화시키는 회피나 기피의 방어 진료를 권장하는 것인지, 우리 사회의 성숙한 판단이 필요해 보인다.
<참고문헌>
1. Institute of Medicine.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1999.
2. World Health Organization. Patient Safety Fact Sheet. Geneva: WHO; 2024.
3. World Health Organization. Global Patient Safety Action Plan 2021–2030. Geneva: WHO.
1. Institute of Medicine. To Err is Human: Building a Safer Health System. Washington, DC: National Academies Press; 1999.
2. World Health Organization. Patient Safety Fact Sheet. Geneva: WHO; 2024.
3. World Health Organization. Global Patient Safety Action Plan 2021–2030. Geneva: W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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