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앞으론 부자 나라가 백신을 살 때 10% 빈곤국 이양을 의무화해야 한다."
한양대학교 의과대학 신영전 예방의학교실 교수가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보건복지포럼을 통해 코로나19 백신의 획기적인 대북 지원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특히 그는 선진국에서 백신을 살 때 의무적으로 빈곤국에 일정 비율로 기부하는 형식의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다소 획기적인 주장도 서슴치 않았다.
현재 북한은 국경 폐쇄 등 장기간의 경제 제재를 통해 백신 없이 2년 3개월의 코로나19 기간을 버티고 있다. 정확히 북한의 현재 피해 상황을 파악하긴 어렵지만 북한 스스로도 현재 상황을 '건국 이래 대동란'이라 규정하고 있을 정도로 피해가 큰 것으로 파악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 교수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대북 문제에 있어 국제정치학적으로 한국의 역할이 확대될 수 있었지만 그러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북한이 10만 명 이상 사망하는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약 한 알 전달하지 못한 사이, 지난 5월 16일과 26일 두차례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의약품 등 지원을 받았기 때문이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북에 의약품 지원을 제안하긴 했지만 '북이 요청할 경우'라는 단서를 붙여 북이 이를 수용하기 어렵게 했다.
신 교수는 "한국이 주춤하는 사이 북한은 중국에서 의약품 지원을 받았다. 인도주의적 측면에선 다행이지만 정치적인 면에선 한반도에서 한국의 역할이 축소된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남북 관계는 다시 급속히 냉각돼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나 2018년 9월 평양선언은 고사하고 50년 전인 1972년 7.4 공동성명 이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라고 말했다.
신영전 교수는 코로나19 유행 시기 동안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의 국제 협력 실패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애초 의사결정 구조에서 빈곤국이 제외되면서 부자 국가들은 돈을 내는데 인색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제약회사가 의사결정의 중심이 되다 보니 제약회사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결과가 나왔다.
신 교수는 "백신 회사와 국가 간 맺은 양자 계약은 국가에 매우 불리한 불공평 계약이 대부분이었다"며 "가난한 나라에도 20%의 백신을 제공하자고 만들어졌떤 코백스도 부나 나라와의 경쟁에서 졌다. 백신이 남아도는 이 시점에도 빈곤국 국민 중 백신을 맞은 사람은 20.2%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향후 긴급히 필요한 대안에 대해서도 그는 '감염병 위기 시' 남북이 서로 조건없이 도울 수 있는 전향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신 교수는 "윤 대통령은 지금이라도 북한에 백신과 의료보호장비, 항생제, 해열제, 결핵약,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식을 보내겠다고 직접 발표하고 행동에 옮겨야 한다"며 "더 나아가 이번 일을 계기로 부자 나라가 백신을 살 때 10% 빈곤국 이양을 의무화하는 국제사회 규범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규범들을 만들고 지켜나갈 때 한국의 위상도 높아지는 것"이라며 "휴전선 부근 말라리아 창궐 등 향후 벌어질 또 다른 위기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는 작업도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