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대한의사협회 의대정원 확대 저지 비상대책위원회가 위원회 구성에서부터 난관에 봉착했다. 뜻밖의 복병은 지난 20일부터 시행된 '의사면허취소법'이다.
비대위는 대의원회 운영위원, 대한개원의협의회, 대한의학회, 대한전공의협의회, 한국의학교육평가원 등 의료계 전반을 아우르는 직역에서 추천을 받아 위원을 다양하게 선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29일 메디게이트뉴스 취재결과, 위원 추천 과정에서 비대위 참여를 고사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산하 단체 추천 인원 수를 대폭 줄이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대의원회 운영위는 위원 3인을 추천할 예정이었지만 2인을 줄여 최종 1인만 추천하게 됐다.
이에 따라 초기 예상 인원인 29명 보다 적은 규모로 비대위가 구성될 가능성도 점쳐진다.
현재까지 확정된 비대위원은 전남의사회 대의원회 선재명 의장(대의원회 운영위 추천), 좌훈정 대한일반과의사회장·이형민 대한응급의학과의사회장(대개협 추천), 주신구 대한병원의사협의회장(병의협 추천) 등이다.
의협 상임이사 중에선 총무이사와 법제이사, 의무이사, 홍보이사, 정책이사가 비대위원으로 참여한다.
의료계 인사들이 비대위 참여를 꺼리는 큰 이유는 최근 실시된 의사면허취소법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의사면허취소법은 의료인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범죄의 구분 없이 면허가 취소되는 제도다. 범죄를 저질러 면허가 박탈된 의료인은 면허 재발급 심사를 통과한 뒤 의료윤리 교육 40시간 등을 이수해야 면허 재교부 자격이 주어진다.
문제는 이번 비대위가 강경투쟁을 예고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필수 회장은 지난 26일 비대위 발족을 공식화하는 자리에서 "비대위가 출범하면 파업에 대한 전회원 찬반투표를 실시해 파업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만약 의료계 파업을 불법 휴진으로 분류한다면 업무개시명령서를 휴진 의료기관 개설자에게 전달하고 명령 위반자에 대해 행정처분(업무정지 15일)과 함께 형사고발 조치를 할 수 있다.
즉 실제 파업(집단 휴진)이 진행되면 상황에 따라 파업에 동참한 의사는 의료법상 진료거부로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생기는 셈이다. 특히 그 대상이 비대위에 참여하는 의료계 임원급 인사라면 파업 주동자로 찍혀 면허가 취소되고 결국 면허 재교부가 어려워질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게 일각의 우려다.
이와 함께 선거 국면에서 현 집행부가 그대로 운영하고 최대집 전 회장이 지휘하는 투쟁 비대위에 참여할 의향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최 회장이 보수우파 정치색이 강하고 강경투쟁을 강조하다 보니 의료계 내부에서도 호불호가 유독 갈리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대집 전 회장이 지난 2020년 의사총파업을 끝내는 과정에서 전공의와 의대생 등 파업을 주도했던 젊은의사 층의 의견을 묵살하고 9.4의정합의를 독단적으로 맺었다는 비판도 아직 남아있다. 이런 문제로 인해 당시 최 전 회장은 탄핵 위기까지 맞았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 비대위원 추천이 들어와도 당사자가 고사하는 사례가 꽤 된다. 면허취소법의 영향으로 혹시나 투쟁 상황에서 사법처리를 받게되면 면허가 취소되니 나서기 힘든 상황이 된 듯하다"며 "최대집 전 회장이 투쟁위원장을 맡은 부분도 영향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