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하경대 기자] 자신의 병을 깨닫고 의료기관을 방문하기까지 가장 오랜 시간이 걸리는 질병은 마음의 병, 정신질환이다. 이 같은 추세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현상인데 이 때문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들이 가장 고심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병‧의원의 문턱을 낮춰주는 부분이다.
“평상시에 환자를 보면서도 항상 정신과 진료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와 편견 때문에 병원에 오지 못하는 환자가 많다는 점에 고민이 많았다. 누구나 쉽게 정신과 의사를 만나고 거부감을 없애는 것이야말로 모든 정신과 의사들의 꿈일 것이다.”
정찬현 마음감기 부대표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평소 정신과 진료의 문턱을 낮추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생각하던 차에 고덕영 마음감기 대표의 제안을 받고 구미가 당겼다. 시각디자이너인 고 대표의 제안은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이 참여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일반인들은 정확한 정신질환 관련 정보를 간편하게 습득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만들자는 것이었다.
마음감기를 통해 의사들은 환자들을 안내할 수 있는 효율적인 경로를 확보, 병원 홍보의 기회 등을 가질 수 있다. 동시에 일반인들도 올바른 정보를 통해 정신과 진료에 대한 오해를 줄일 수 있다는 게 고 대표의 설명이었다.
고 대표는 스타트업 회사에서 기획이사까지 지내며 승승장구하던 디자이너였다. 그러나 힘든 일들을 겪으며 일을 그만두게 됐고 정신과 진료의 필요성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그는 “누구나 살면서 힘들 때, 우울해서 죽고 싶을 때가 있다. 나도 그런 시기가 있었는데 정신병원은 왠지 꺼려져서 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각자 전문성은 다르지만 생각이 같았던 시각디자이너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만나 ‘마음감기’가 탄생했다. 마음감기는 정신건강 플랫폼 서비스로 오는 5월 오픈을 앞두고 있다. 사회 전반의 정신건강을 개선하고 정신질환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싶다는 고덕영 마음감기 대표와 정찬현 부대표의 포부와 그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Q. '마음감기'를 개발하게 된 계기와 개발 스토리는?
고덕영 대표: 2017년 여름 여행을 하다가 정찬현 부대표를 처음 만났다. 이후 서로 마음이 잘 맞아서 친한 형‧동생 사이로 지냈다. 이후 2019년 초에 개인적으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으면서, 일도 그만두게 되고 방황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정신과 병원에 가볼까 생각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망설이던 중에 정 부대표가 생각났다. 연락을 했더니 흔쾌히 정 부대표가 개원하고 있는 강릉으로 오라고 해 찾아갔다. 강릉에 내려가 정 부대표를 만나서 하루를 보냈는데, 기대했던 것보다 많은 위로를 받았다.
큰 힘을 얻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쉽게 정신과 의사를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이 생각이 마음감기의 개발 이유다. 이후에 이 같은 비전을 정 부대표와 공유했다. 2019년 여름,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진행하는 예비창업패키지에 지원하면서, 본격적인 팀 창업을 결심하게 됐다.
Q. 마음감기를 소개한다면?
정찬현 부대표: 현대 사회에서 정신건강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점점 높아지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정신과 방문을 망설이고 있다. 그 대표적인 이유는 정신과 진료에 대한 정보부족에서 오는 오해와 이로 인한 선입견 때문이다.
마음감기는 일반인과 정신과 협력의사를 연결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정신과 진료 관련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이미지를 개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을 때 병원을 찾듯, 쉽고 편하게 정신과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서비스의 목적이다.
협력의사들은 정신질환 관련 콘텐츠를 마음감기를 통해 제공하고 사용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간편하게 습득할 수 있다는 게 마음감기의 특징이다. 이를 통해 정신과 진료에 대한 오해를 해소하고 이미지도 개선해 정신과에 대한 문턱을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참여하는 협력의사들도 정신과에 대한 인식개선을 위해 힘쓸 수 있고 숨은 정신질환자들을 찾아내고 홍보도 가능하다.
Q. 플랫폼을 만들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정찬현: 처음 서비스를 기획할 때부터 절대 지켜야 한다고 합의한 세 가지 원칙이 있다. 첫 번째는 절대로 전문가의 판단이나 역할을 대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협력의사나 사용자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는, 우리의 서비스로 인해 협력의사가 불필요한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Q. 경영 모토는?
고덕영: 아직 둘이서 열심히 서비스 시작단계이기 때문에 경영 모토라는 말이 너무 거창한 것 같다. 그러나 서로 힘을 내자는 뜻으로 외치는 말은 “잊지 말자”이다. 서비스를 준비하며 고마웠던 사람들, 힘들었던 일, 즐거웠던 일을 모두 소중하게 간직하고, 지금의 마음을 잊지 말자고 서로를 다잡는 말이다.
Q. 개발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정찬현: 나와 고 대표 모두 어플리케이션 개발 경험이나 지식이 없었기 때문에 초반에 시행착오가 많았다. 이 때문에 고 대표는 급하게 어플 기획 강좌 수강을 겸하기도 했다. 특히 올해 1월에 어플리케이션 디자인과 개발에 착수하기까지, 두 달 동안 서비스, 화면기획안을 열 번 이상 완전히 뒤엎고 새로 작업을 했다. 이때가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가장 힘들었던 것 같다.
Q. 사용자와 협의의사에게 비용을 청구하지 않는다고 했다. 어떤 수익 모델을 갖고 있는지?
고덕영: 원래는 협력의사나 사용자에게 비용을 요구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서비스의 비전이나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 무료 서비스로 기획을 변경했다. 이 때문에 디자인 과정에서 서비스 유지를 위한 부담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했다.
또한 서비스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가능한 국가적인 지원을 받아 베타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 이후 사용자와 데이터를 수집해 향후에는 사용자의 관심사를 반영한 배너 광고 등으로 수익을 창출할 계획이다.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운용, 보완해 나가면서 브랜드 가치를 키워나갈 것이다.
Q. 미래의 협력의사 혹은 사용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고덕영: 4월 말, iOS 앱스토어부터 베타 서비스 출시를 앞두고 있다. 현재는 협력의사 모집을 시작한 상태다. 최선을 다해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지만, 첫 도전인 만큼 부족한 모습으로 불편을 드릴까 늘 염려가 된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히 약속을 드릴 수 있다. 사용자와 협력의사의 불편과 불만에 항상 귀 기울이도록 하겠다. 또한 부족한 부분은 반드시 보완해 나가도록 할 것이다. 변함없이 노력하는 모습 지켜봐 주셨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