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임솔 기자] CT와 MRI를 찍으면 영상의학과 전문의가 자체적으로 판독하지만 일부 검사기관은 원격으로 판독의뢰를 보내고 소견서를 받는다. 그렇다면 하루에도 수만 건씩 찍히는 심전도는 어떻게 판독하고 있을까? 심전도는 CT나 MRI와 달리 자동판독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고 심장내과 전문의가 모든 심전도를 직접 확인하는 체계는 아직 일반적이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검진센터와 병원에서 찍은 심전도를 외부 전문의에게 맡겨 판독받는 서비스가 국내에서 가동되기 시작했다. 메디컬에이아이의 에티아(AiTiA) 심전도 판독서비스 'AEC(AiTiA ECG Center)'다. 기관에서 측정한 심전도를 별도의 플랫폼에서 원격으로 심장내과 전문의가 직접 판독하는 구조다. 일반 판독은 24시간, 수술 전처럼 급한 경우는 2시간 안에 결과가 돌아온다. 심장내과 전문의가 상주하지 않는 기관도 의뢰한 심전도에 대해 전문의 판독 소견을 함께 받아볼 수 있다.
AEC에서 판독을 맡고 있는 서울프라임하트내과의원 차명진 원장은 부정맥을 세부전공한 심장내과 전문의다. 서울대병원과 서울아산병원에서 12년간 교수생활을 한 뒤 지난해 6월 서울 강남에 개원하면서 판독 총괄도 맡았다.
그는 "부정맥 시술 자체가 아니라 전체 진료체계를 갖추고자 하는 포부에서 개원했고 원격 판독도 시작했다"며 "부정맥 환자를 조기에 발견하고 미리부터 예방하기 위한 제대로 된 관문을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자동판독은 이상을 놓치기도 하고, 지나치게 잡아내기도
심전도를 기기로 판독하는 자동판독은 이상 소견을 놓치기도 하고, 임상적 의미가 크지 않은 소견을 이상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메디컬에이아이가 국내 의료기관에서 수집된 심전도 19만6925건을 분석한 결과, 기기가 동리듬으로 판독한 19만4840건 가운데 49건(0.025%)이 전문의 판독에서 심방세동·심방조동으로 확인됐다.
이와 별도로 기기가 정상으로 분류한 8만976건 중 17.65%인 1만4292건은 전문의 판독에서 정상이 아닌 것으로 분류됐다. 이 가운데 8498건은 이상 소견, 5794건은 경계 소견이었다.
반대 방향의 차이도 나타났다. 기기가 동리듬이 아니라고 판독한 2085건 중 919건(44.08%)은 전문의 판독에서 동리듬으로 확인됐다. 기기가 ST 이상이나 허혈 의심 소견으로 판독한 5만2816건 가운데 4만1811건(79.16%)에는 전문의 판독에서 심근경색 관련 소견이 기재되지 않았다. 다만 이 수치는 기기 판독과 전문의 판독의 분류 차이를 집계한 것으로, 실제 진단 여부를 확인한 결과는 아니다.
해외 대규모 연구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났다. 미국 시더스사이나이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심전도 15만9630건을 분석한 연구에서는 자동판독 보고서의 31.3%가 의사 검토 후 수정됐다.
차명진 원장은 이를 자동판독의 한계로 설명했다. 차 원장은 "심전도의 기기 판독은 원래 민감하게 설계돼 있다"며 "전문의가 이걸 해석해서 실제로 의미 있는 소견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해야 환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차 원장은 자동판독이 틀리는 이유에 대해 "사람마다 심전도를 측정하는 가슴 부위 자체의 조건이 제각각이다. 가령 천식이 있거나 피부 상태가 다르면 검사시 노이즈가 생기는데 기기는 정해진 기준으로만 보기 때문에 노이즈를 신호로 읽는다"며 "반대로 기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 그냥 완전히 정상으로 읽어버리기도 한다"고 했다.
"놓칠 뻔한 0.025%, 적은 비율이어도 환자 한 명 한 명에게는 결정적"
동리듬으로 읽힌 심전도에서 심방세동·심방조동을 확인한 '49건'은 숫자 자체만 본다면 약 0.025%에 해당한다. 그러나 증상 없이 지나칠 수 있는 부정맥을 추가로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차 원장은 "심방세동은 절반 정도가 증상이 없다. 그러나 심방세동은 80세 이상에선 10명 중 1명이 가지고 있을 만큼 흔해질 수 있고, 뇌졸중 발생 위험이 5배 이상 올라간다"며 "조기발견 후 환자의 상태와 위험도에 맞춰 약물치료나 시술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0.025%라는 숫자는 작아 보이지만 그 안에 있는 환자 한 명, 한 명에게는 매우 중요한 발견"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차 원장이 대학병원 진료실 현장에서 이미 여러 차례 목격한 장면이기도 하다.
차 원장은 "예전 심전도를 들고 오는 환자들이 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심방세동이었지만 자동판독 결과에선 계속 정상으로 찍혀 있었다"며 "심방세동은 얼마나 빨리 발견하는지에 따라 예후가 달라지는 질환인데, 몇 년 동안 정상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검진과 수술 전, 자각 증상이 없는 사람들에 더 중요"
차 원장은 검진과 수술 전 심전도 검사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다. 두 경우 모두 심장 관련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검사를 받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는 "증상이 있어서 찍은 심전도는 의사가 증상을 듣고 보기 때문에 읽어야 할 것이 정해진다. 두근거리는 사람의 정상 심전도와 흉통이 있는 사람의 정상 심전도는 다음 단계가 완전히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반면 검진과 수술 전 심전도는 병력·복용약 등 임상 정보도 없다. 환자가 정상일 것이라는 가정에서 찍기 때문에 무심하게 넘기기 쉽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술 전 검사에서는 판독 오류가 곧바로 당일 위험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가령 제왕절개를 앞둔 환자의 심전도에서 기기가 놓친 WPW(울프-파킨슨-화이트) 패턴을 전문의가 확인했고, 진료해 보니 증상도 심해 마취·수술 계획을 다시 검토해야 했던 사례가 있었다. 또 고위험 약물을 투여하던 환자의 심전도를 자동판독은 정상으로 판독했지만, 전문의 판독에서 오래된 심근경색 소견이 확인돼 정밀검사를 받고 약물을 즉시 조정한 사례도 있었다.
"심전도? 그림자를 보고 코끼리를 추정하는 검사"
부정맥 전문의의 경험은 심전도 판독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차 원장은 심전도라는 검사의 성격에서 답을 찾았다. 차 원장은 "심전도는 진짜 쉬운데 진짜 어려운 검사"라고 표현했다.
부정맥은 심장내과 펠로우를 마친 뒤 다시 시작하는 세부 전공으로, 시술까지 하는 국내 전문의는 많아야 100~200명 수준이라고 차 원장은 추산했다. 심전도 해석을 두고 의사들끼리 단톡방에서 전문의의 의견을 묻는 일이 흔한 것도 검사의 난도를 보여준다.
그는 "심전도는 심장을 직접 보는 검사가 아니다. 천을 가려놓고 그림자를 보면서 저 코끼리가 무슨 병에 걸렸을지 추정하는 것과 같다"며 "비특이적 소견이 워낙 많아 임상적으로 해석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정맥 시술을 하다 보면 심전도에서 추정했던 것을 심장 안에서 직접 확인하게 된다. 그림자를 보고 내린 판단을 실제와 맞춰볼 기회가 쌓이는 셈"이라며 "그래도 심전도만으로는 알 수 없다고 말해야 할 때가 많다. 그만큼 어려운 검사이고, 그래서 한 번 더 보는 일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검사 수가 8000원이라는 벽, 그럼에도 환자 안전을 위해"
전문의 판독을 확대하려면 비용 문제도 풀어야 한다. 심전도 수가는 약 8000원 선이고 판독 비용은 검사 수가에 이미 포함돼 있다. 별도로 전문 판독에 수가를 붙일 구조가 마련돼 있지 않다.
차 원장은 "이론적으로는 심장내과, 부정맥 전문의가 봐야 한다고 말하면서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며 "미국에서는 심전도 한 번 찍는 데 10만~20만원에 이르는데 우리나라도 수가 개선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다만 그는 환자 안전에 대한 요구가 커지면서 원격 판독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차 원장은 "흉통 환자에게 심전도를 찍었다는 사실이 의료기관에 면책이 되기도 하고 발목을 잡기도 한다"며 "검사 시행 여부뿐 아니라 결과를 어떻게 해석하고 후속 조치했는지에 대한 부담이 있어 갈수록 전문의 판독 수요가 생기고 있다"고 밝혔다.
차 원장은 "심전도 수가 8000원 안에서 일차 분류가 이뤄지고 전문의가 사인까지 한다. 말이 안 되는 구조를 만들려고 하는 셈"이라면서도 "그럼에도 이 구조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원격 판독을 이어가보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차 원장은 AEC가 현장 의료진을 대체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거듭 강조했다. 차 원장은 "센터에서 원격 판독이 함께하면 더 정확한 판독, 더 좋은 진료가 가능하다"며 "현장 의료진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함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동료의사들에게도 "정상이 나와도 불안하고 비정상이 나와도 불안한 것이 심전도다. 잘못 보면 더욱 그렇다"며 "이제는 마음 편히 찍고 아는 만큼 보고 에티아 심전도 판독서비스를 통해 한 번 더 도와드리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