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황재희 기자] "우리나라 패혈증 사망률은 지나치게 높다. 2015년 발생한 메르스 사건으로 인한 사망률은 20%였지만 패혈증으로 인한 사망률은 40%에 육박한다."
"패혈증 환자가 죽음의 문턱에서 올 수 있는 U턴 차선은 중환자실인데, 우리나라 중환자실 여건은 아주 민망한 수준이다. 중환자실의 질만 높아져도 1년에 수천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
국민의 35%만 알고 있는 패혈증은 감염에 의한 전신적인 염증반응이 발생해 면역반응이 제대로 조절되지 않아 주요 장기가 손상되는 것으로, 조기에 발견하고 치료하지 않으면 사망에 이른다.
세계 최고의 의료기술을 자랑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패혈증의 사망률은 다소 의문스러울 수 있는데, 그 이유가 바로 병원의 중환자실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한중환자의학회 임채만 회장은 1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박인숙 의원(바른정당)과 대한중환자의학회가 개최한 '우리나라 패혈증의 실태와 대책 마련을 위한 국회 토론회'에서 패혈증 환자의 높은 사망률을 언급하며, 열악한 중환자실 여건을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패혈증은 2015년 대한중환자의학회지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패혈증의 사망률은 38.9%로, 이는 선진국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며, 최근 5년간 18~60세 인구 4만 6895명이 패혈증에 걸렸고, 이 중 1만 2470명이 사망했다. 연 2694명이 사망하고 있는 상황.
임채만 회장은 "건강보험자료 연구결과를 보면, 15개 지역의 패혈증 사망률은 천차만별"이라면서 "A지역은 사망률이 36%이지만, B지역은 두 배에 달한다. 또한 지역과 더불어 종별 의료기관의 패혈증 사망률 또한 차이가 매우 심한데, 상급종합병원은 37%, 종합병원은 55%, 병원은 82%에 달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임 회장은 "종별 의료기관의 차이는 중환자실 전담전문의사의 유무에 따른 것인데, 병원급이 80%이상인 것은 병원에 전담전문의가 아예 없기 때문"이라면서 "간호 인력도 마찬가지다. 간호사 1명이 환자 2~3명을 보는 간호등급을 1등급 받은 병원에서의 사망률은 27%에 불과하지만, 간호사 1명이 8명을 보면 79%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어느 병원에 가느냐에 따라 '죽느냐, 사느냐'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만, 중환자실에 대한 정부의 지원이 없어 이를 개선하기가 쉽지 않다는 주장이다.
임채만 회장은 "우리나라 중환자실 인력은 세계10위 경제 대국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하다. 중환자실 수가는 턱없이 낮고, 인력지원도 없다. 전담전문의사와 충분한 간호사가 필요하지만 그렇게 하기 어렵다"면서 "당장 선진국 수준으로 요구하는 것은 아니지만, 의료의 질과 자원의 효율을 담보할 수 있을 만큼은 필요하다"고 말했다.
패널로 참석한 대한중환자의학회 서지영 부회장도 "패혈증은 빨리 발견하고, 제대로 치료해야 하는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전문 인력이다. 우리나라 중환자실 인력은 다른 나라에 비해 열악하다. 일본과 호주는 중환자실에 전담전문의사가 24시간 상주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우리나라는 없어도 무관하게 돼있다"면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데이터에 따르면 전담전문의와 간호사 숫자는 패혈증 환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고 나온다"고 강조했다.
서지영 부회장은 "학회에서는 중환자실을 등급화해 이에 따른 시설, 장비 및 인력 기준을 재정비해 이에 따른 수가의 현실화를 제안한다"면서 "가능한 정부 내 패혈증 전담 부서를 지정해 학회와 정부, 병원협회가 함께 참여해 패혈증을 관리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이날 토론회에서는 중환자실 여건개선과 함께 필요성이 요구된 것은 패혈증 자료 구축이었다.
중환자의학회 측은 '패혈증 등록사업'을 실시해 65%의 국민이 모르고 있는 패혈증에 대해 정확한 현황을 조사하고, 치료 결과 등 실태파악을 우선적으로 진행해 이를 토대로 앞으로 패혈증 관리에 대한 정책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병원협회 서진수 보험위원장은 "패혈증은 진단이 모호한 측면이 있으며,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증례가 일정하지 않아 한 두 병원의 사례로만은 연구가 힘들다"면서 "모든 자료를 모아 연구를 하는 것이 필요한데, 정부 차원의 플랫폼 지원이 절실하다. 사실 이런 현황을 보고하는 의무만 병원에 지우는 것은 행정인력 소모에 불과하다. 정부 차원이 플랫폼과 인센티브가 있어야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도 향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복지부 질병정책과 강민규 과장은 "그동안 패혈증 관련 정책이 미비했던 이유는 의료법에 따른 적정인력은 의료자원정책과에서, 수가 문제는 건강보험국에서 소관 하는 등 여러 부서로 나뉘어 중요한 아젠다로 설정이 어려웠던 것 같다"면서 "복지부도 패혈증에 대한 감염관리와 인식개선, 데이터 자료 구축, 전문 인력 유지, 전담부서 지정 등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강민규 과장은 "패혈증 관련 정책 방향은 강제와 규제 중심으로 가면 안된다고 생각한다”면서 “관련 전문가인 학회와 국회, 시민단체 등과 함께 정책을 결정해야 한다. 앞으로 중요한 아젠다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