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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 정식 교육과정 없는 상태에서 합법화는 시기상조...대리수술을 당연시하는 것

    [의대생 인턴기자의 생각] "저비용 고효율 병원경영 방식, 병원계와 정부 해결나서야"

    기사입력시간 2021-08-20 08:22
    최종업데이트 2022-01-25 10:54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메디게이트뉴스 최지민 인턴기자·고려의대 예1] PA(Physician Assistant, 진료보조인력)는 의사 업무의 일부를 위임받아 환자를 진료하는 간호사를 지칭한다. 이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유래한 용어로, 해당 국가에서는 PA 간호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과정이 2~3년 정도의 박사 과정 수준으로 편성돼 있으며, 면허를 취득해야만 PA 자격을 얻을 수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에는 PA 간호사라는 명칭만 따왔을 뿐 PA 간호사 양성을 위한 교육과정이 따로 존재하지는 않는다. 즉, 우리나라에서의 PA 간호사는 원칙상 불법이다.

    그러나 많은 2·3차 병원에서는 인력난 해결을 위해 PA 간호사를 암암리에 고용하고 있다. 이들은 임상경력 보통 3년 이상의 간호사 중 발탁하며 의사 대신 환자에게 처방하거나 침습적 시술을 시행한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는 PA의 업무범위 명확화를 위해 논의하고 있으며, 9월 관련 공청회를 진행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미국과 같은 정식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PA 제도를 합법화하는 것은 많은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PA 제도 합법화, 무엇이 문제일까

    의료법상 의사는 의료와 보건지도를 임무로 하고 질병, 장애, 상해 진단 및 치료를 업무로 하는 직업이다. 이에 반해 간호사는 환자를 간호하고 의사 진료를 보조하는 직업이다. 의사를 양성하는 의과대학과 간호사를 양성하는 간호대학은 각각 이러한 의사와 간호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교육과정을 제공한다. 그러므로 의사와 간호사는 상호 밀접하고 협력적인 관계에 있다고 하더라도 맡은 업무가 다르다.

    PA 간호사는 수술에 대해 보고 배운 경험이 많다고 하더라도 전공의가 거쳐온 정식적인 교육과정을 통해 필요한 지식을 이해한 상태에서 업무에 임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수술을 통해 얻은 지식 역시 분명 가치 있는 것이지만, 6년간 의료지식과 술기에 관해 교육을 받은 전공의에 비해 PA 간호사가 몸의 전반적인 기전이나 병리, 치료 방법에 대해 더 구체적으로 인지하고 있는 상태라고 말할 수 없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PA 간호사 합법화와 관련해 일어나고 있는 움직임은 ‘경력이 많은 간호사’를 PA 간호사로 인정하고 자격을 부여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PA 간호사를 합법화한다면 이들에게는 일반 간호사에 비해 환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는 수술에 대한 책임과 업무까지 부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의학 지식과 술기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교육이 필요하다. 정식적인 교육과정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것은 시기상조다. 현재 상황에서 PA 간호사를 합법화하는 것은 대리수술을 당연시하는 것과 다름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그 경우 부담은 고스란히 환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현재 PA 간호사가 고용되고 있는 원인은

    PA 간호사가 고용된 이유로 먼저 의료계 저수가 문제를 들 수 있다. 수술을 통해 받을 수 있는 비용이 현재 책정된 의료수가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과들이 존재한다. 이를 보전하기 위해서는 인건비를 절약해야 하는데, 의사를 고용하는 것보다 PA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이 저렴하기 때문에 병원에서는 PA 간호사를 고용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급병원에 환자가 지나치게 많다는 점도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1·2차 병원에서 치료할 수 있는 환자들이 상급병원에 몰리고 있으며, 그로 인해 3차병원의 업무량이 지나치게 증가했다. 특히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MRI 급여화로 인해 늦은 시간까지 MRI에 대한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경우가 존재했으며, 병원들에서는 경영 이익 추구를 위해 병상 수를 확대하고 있어 문제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특히 빅5병원에서는 경증 외래 환자들이 방문하는 경우도 잦은 것으로 파악되며, 이는 병원 업무량이 가중되는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또한 2016년 전공의 특별법 시행 이전에는 전공의들이 현 PA 간호사들의 업무를 상당 부분 담당했으나, 법 시행 이후 전공의를 주당 80시간 이상 근무시키지 못한다는 제약 조건 탓에 병원에서는 최대의 이익을 남기고자 PA 간호사들을 불법적으로 고용해 그 자리를 메우고 있다.

    PA 제도, 대안은?

    우선적으로 저비용 고효율을 도모하는 병원 경영 방식을 개선하기 위한 병원계와 정부의 역할이 필요하다. PA 간호사들이 불법적으로 고용된 데에는 병원의 경영자들이 저렴한 비용으로 업무를 처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자격이 있는 사람이 적당한 업무량의 진료를 볼 수 있도록 적정 수의 의사를 배치해야 한다. 이에는 현재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에 지나치게 쏠리는 현상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1차병원에서 3차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문제를 해결하고 1차, 2차, 3차병원에 환자들이 적절히 나눠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1차에서 2차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경우에 대한 인센티브를 줘서 3차병원에 지나치게 많은 환자가 쏠리는 현상을 해결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학병원의 업무량을 감소시켜 PA 간호사가 필요하지 않도록 의료체계를 마련하고 환자를 적절히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