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이지원 기자]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이 국회 통과를 앞둔 가운데, 필수의료 보호를 명분으로 한 형사 특례 도입에 대해 위헌성 우려가 제기됐다.
법무법인 히포크라테스 박호균 변호사는 14일 '의료인 형사 기소 제한 특례 입법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긴급 토론회에서 '의료사고 피해구제법의 위헌성과 환자 안전 문제'를 주제로 발표했다.
이날 박 변호사는 이번 의료분쟁조정법 개정안의 핵심인 형사 특례 조항과 관련해 "돌이킬 수 없는 심각한 중상해와 사망 사건에 대해서 손해배상금 지급을 조건으로 공소 제기를 불허하는 것을 도입한 것"이라며 "굉장히 획기적"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식물 상태와 같은 중상해, 사망 사건이 발생했는데 필수의료 행위라고 해서 면죄부를 주는 것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개정안에 포함된 12대 중과실 체계를 언급하며 "의료 행위는 굉장히 무궁무진하고 끊임없이 발전하는데, 이를 12개의 과실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며 "이런 시도는 전 세계적으로도 어려워서 못 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음주 상태에서 진료나 수술을 했는데 중상해나 사망이 발생한 경우도 12대 과실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며 "이처럼 빈틈이 많은 상태에서 제도를 설계한 것은 신중했어야 한다"고 부연했다.
의료사고심의위원회 신설에 대해서는 "법원이 아니라 위원회가 과실 여부를 판단하고, 그 기간에는 수사를 하지 말라는 구조"라며 "행정 영역에서 사실상 판단을 끝내는 것은 경솔한 측면이 있다"고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개정안이 필수의료 위기 해법으로 적절한지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사법 리스크가 있다는 근거가 충분한지 봐야 하는데, 제가 볼 때는 좀 부족하다"며 "객관적 자료가 부족한 상태에서 법적 기준을 완화하면 윤리·법률적 기준이 하향될 수 있고, 오히려 의료사고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필수의료 위기의 근본 원인은 정부와 국회의 방치에서 시작됐다며,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형사 면책만 추진하는 데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박 변호사는 "20여년 동안 의료의 과도한 영리화, 비급여 중심 구조가 방치된 결과"라며 "비급여 진료를 하면 더 편하게 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고, 이런 상황에서 필수의료 인력이 빠져나갔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의료사고에 대한 책임과 제재 방식과 관련해선 전문가 중심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그는 반복적인 의료사고로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에 대해 "면허를 취소하는 것이 과하다면 임의적으로라도 정지나 취소를 할 수 있는 장치는 필요하다"며 "이 판단을 의료계 전문가 집단에 맡기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했다.
대불제도 폐지에 대해서는 "운영상 문제를 개선해야 할 단계인데 폐지하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며 "손해배상 확정까지 수년이 걸리는 현실에서 제도 공백이 발생할 수 있고, 피해자 보호 취지에 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박 변호사는 "민사·형사·행정이 복합적으로 얽힌 문제임에도 충분한 논의 없이 추진된 측면이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충분히 듣지 않고 과속한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