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최미연 칼럼니스트·변호사] 부당하거나 위법한 행정처분을 받은 당사자가 처분을 다투고자 하는 경우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다툴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처분을 받은 이후의 절차, 즉 사후 구제절차이다. 이하에서는 확정된 내용의 처분서를 받기 이전 단계에서 해당 처분을 다툴 수 있는 사전 구제절차를 소개하고자 한다.
처분청은 행정처분을 하는 경우, 행정절차법상 의견제출 절차를 생략할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행정절차법에 따라 사전통지 절차를 거친다. 처분청은 처분하기 약 1~2개월 전에 처분이 예정돼 있음을 알리고, 처분을 받을 당사자에게 처분에 관한 의견을 일정 기간 내에 제출하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 이는 처분서를 송달하기 전 당사자의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이 상당한 이유가 있을 경우 그러한 점을 반영해 처분 내용을 확정하기 위한 절차라고 볼 수 있다. 즉 당사자가 사전통지서를 살펴보았는데 처분 내역 중 부당하게 포함된 내용이 있는 등 사실관계가 달리 기재돼 있거나, 법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의견제출 절차를 통해 처분의 내용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의견제출 기간은 일반적으로 사전통지서를 받은 후 약 14일 정도 주어진다. 처분을 받게 될 당사자 입장에서 구체적인 소명 등 자료 제출을 준비하는데 시간이 더 걸릴 경우 이 기간을 연장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물론 이러한 당사자의 요청에 처분청이 기간을 반드시 연장해줄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사자가 타당한 이유로 제출 기간 연장을 요청할 경우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명백히 잘못된 처분을 할 경우, 처분청 입장에서도 이를 사후에 직권취소 해야 하는 등의 부담을 가지기 때문이다.
다만, 여기서 유의할 점은 의견제출 절차의 취지가 처분을 받을 당사자로 하여금 처분에 대한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줌으로써 절차적 적법성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이다. 처분청 입장에서는 일단 사전통지를 통해 이러한 의견제출의 기회를 주면 될 뿐이고, 당사자가 제출한 의견에 따라 처분 내용을 변경할 의무를 부담하지는 않는다.
법원의 입장 역시 처분 이전에 의견제출 절차를 거치는 것은 의견제출의 기회를 보장하는 것에 의미가 있다. 제출된 의견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거나 처분 확정시 당사자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해당 처분이 위법하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시하고 있다. 최근 대구고등법원도 처분을 받을 당사자가 의견을 제출한 당일 바로 처분청으로부터 처분서를 수령한 사안에서, 처분청이 당사자의 의견서를 충분히 검토하지 않았다고 인정하기 부족하고, 처분서에 기재된 의견 검토내용이 의견서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점 등에 비추어 당사자에게 의견제출 기회를 충분히 보장했다고 보아 절차적 위법이 없다고 판단한 바 있다.
또 다른 사전 구제절차로는 청문절차가 존재한다. 특히 의사·치과의사 등 의료에 대해 의료법 제65조 제1항에 따라 면허를 취소하는 경우에는 같은 법 제84조 및 행정절차법 제22조에 따라 청문절차를 필수적으로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이는 단지 서면으로 의견을 제출하는 것이 아니라 당사자에게 처분청의 처분담당자와 대면해 직접 의견을 개진할 기회를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청문의 경우, 처분을 받을 당사자 본인은 물론 당사자 본인이 선임한 변호인과 함께 출석해 사실관계 및 처분의 정도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소명자료를 첨부하여 처분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다.
실제로 의료인 면허취소처분의 경우 문제되는 법적 쟁점으로 다음과 같은 경우가 생길 수 있다. 의료법 제8조 제4호는 의료법 같은 의료관련 법령을 위반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했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의료법 제65조 제1항 제1호에 따라 면허가 필요적으로 취소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경우 의료 관련 법령(의료법, 약사법, 고의적 요양급여 부당청구로 인한 사기 등) 중 하나의 규정만을 위반해 징역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받은 경우에는 동 규정에 따라 면허 취소대상이 되는 것이 명백하지만, 수개의 죄가 성립하는 경우는 판단하기 어려워지므로 법적인 부분을 잘 살펴야 한다.
예를 들어, 의사 C가 리베이트 쌍벌제 시행 이전인 2010년 1월경과 쌍벌제 시행 이후인 2013년 1월에 각각 리베이트를 수수한 경우 쌍벌제 시행 이전에는 형법상 배임수재죄, 쌍벌제 시행 이후에는 배임수재죄 및 의료법위반죄가 성립할 수 있다. 이 때 쌍벌제 시행 이후의 배임 수재죄와 의료법 위반죄는 동일한 1개 행위에 대해 법적 평가만을 달리한다. 상대적으로 형량이 낮은 의료법 위반죄는 배임 수재죄에 흡수되고, 형량이 중한 배임 수재죄로 판단받게 된다(상상적 경합관계). 따라서 이 경우는 쌍벌제 시행 이전의 배임수재죄와 쌍벌제 시행 이후의 배임수재죄, 즉 별개인 2개의 죄가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해 법원은 최종적으로 배임수재죄 형량의 1/2을 가중한 범위에서 형을 정한다(경합범 가중).
재판부가 형량을 정하면서 여러 가지 양형요소를 고려해 의사 C에게 금고 이상의 형인 징역 6월,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한 경우, 언뜻 보면 여러 죄명 중 의료법위반죄가 있었으니, 의료법 제8조 제4호에 해당해 필요적으로 면허가 취소돼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때 의료법 규정이 형법상 모든 범죄가 아니라 의료 관련 법령위반으로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에만 면허취소 사유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 이 사례에서 의사 C에게 처음 성립했던 죄 중 의료법위반죄는 배임수재죄에 흡수돼 징역형의 선택여부가 아예 판단되지 않았으므로 의료법위반에 대해 금고 이상의 형이 선고됐다고 보기 어렵다. 결국 면허취소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경우 만약 당사자가 처분청으로부터 면허취소 처분이 예정돼 있다는 사전통지를 받게 되면, 청문절차를 통해 면허취소 사유가 아니라 면허정지 사유에 해당한다는 의견을 제출해야 한다. 실제로 형사판결과 관련해 처분이 내려지는 경우 이러한 법리적인 부분이 문제되는 경우가 있다. 처분을 받을 당사자 입장에서 이러한 부분을 간과해 청문절차를 소홀히 한다면 처분의 내용에 있어 면허정지와 면허취소라는 큰 차이가 발생되므로 반드시 이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