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게이트뉴스 박민식 기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여∙야 의원들이 정부의 의대정원 확대 계획이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고 있지 않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2일 국회방송 ‘정관용의 정책토론’에 출연해 “(정부의 필수∙지역의료 강화와 의대정원 확대에 대해) 기본적 방향에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근거 데이터가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발표한 것에 대해 우려가 앞선다”고 했다.
조 의원은 “솔직히 말해서 현장에 대한 자료가 없다. 지역별 의사와 병원에 대한 수요, 공급 관련 정확한 근거 데이터가 없고 과학적 분석이 안 돼있다. (이런 상황에서) 늘려야 된다, 줄여야 된다 결론을 내릴 수 없다”며 “검증을 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도 조 의원의 의견에 동의하며 보건의료인력의 공급을 데이터에 기반해 조절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했다.
신 의원은 “의사를 몇 명 늘려야 할지, 늘릴 수 있다면 언젠가는 줄여야 할텐데 그런 문제를 다룰 체계적인 기전이 없는 상태다. 지금은 (의대정원 확대 규모는) 부르는 게 값”이라며 “이런 식으론 향후 건강보험 재정과 보건의료체계가 붕괴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보건의료 분야 전체 인력에 대한 심의위원회가 있어서 체계적 연구를 하며 의사가 정말 부족하다면 얼마나 늘려야 하고 언제 줄여야 하는지 근거를 생산하면서 정책을 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근거 없는 의대정원 확대는 부작용 우려…"의대정원 확대 반드시 필요" 반론도
이 같은 두 의원들의 의견에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 우봉식 원장도 공감을 표했다.
우 원장은 “1990년대에 정치적 결정에 의해 40명 내외의 미니의대 9개가 신설됐었다”며 “제대로 된 분석없이 인구도 적은 지방에 대학을 인허가 해줬고, 결국 수도권으로 대학병원이 옮겨가는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런 전철을 다시 밟아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네덜란드, 호주 등 주요 선진국들에는 의료인력에 관해서만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기구들이 있고 직원만 수백명”이라며 “(의대정원은) 의사를 늘렸을 때 비용이 얼마나 발생할 것인지, 과별로 어떤 필요성이 있는지 등을 신중하게 과학적으로 검토해서 결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반면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정형선 교수는 필수의료∙지역의료를 살리기 위해선 의대정원 확대가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의사가 부족하다는) 데이터는 차고 넘친다. OECD가 정답이란 건 아니지만, 인구 1000명 당 의사수는 OECD 평균이 3.7명인데 우리나라는 한의사를 제외하면 2.1명에 그친다. 인구 10만명 당 의대 졸업생 수도 OECD 평균은 14명인 반면 우리난 한의사를 빼면 6명”이라며 “그러다 보니 소아과 오픈런 등의 현상이 나온다”고 했다.
이어 “지금 지역에선 공중보건의사가 없어서 지역의료가 제공이 안 되고 있고, 대형병원에 가면 의사 한 명이 외래환자 100~150명을 보면서 3분 진료를 하고 있다”며 “이 모든 현상의 기저에는 의사 부족 문제가 있다. 이번 기회에 의대정원을 늘리지 않는 한 백약이 무효할 것”이라고 했다.
필수의료∙지역의료 살리려면 수가 인상하고 법적 처벌 부담 줄여야
패널들은 필수의료∙지역의료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으로는 수가 인상과 법적 처벌 위험 완화를 꼽았다.
신현영 의원은 “필수의료 의사 확보를 위해선 지역수가, 공공정책수가 등을 통해 지방과 필수과에 가는 의사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수익 압박없이 소신껏 진료할 수 있게 하는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조명희 의원은 “필수의료 수가를 올리려고 해도 현재 수가를 결정하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위원회 위원 중 20명이 수요자인 구조이다 보니, 건정심에서 반대해서 안 되고 있다”며 건정심 구조 개혁의 필요성도 주장했다.
우봉식 원장은 의료정책연구원이 실시한 의사 대상 설문조사 결과를 근거로 “(필수의료 기피하는 이유 중) 가장 많은게 관련 분야 수가가 낮아서고 다음으로 많은 게 형사처벌이다. 의사 1인당 형사기소 되는 게 일본에 비해 265배, 실제 처벌 받은 건 7배나 된다”며 의사들이 법적처벌 우려에서 벗어나 진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형선 교수는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면서도 현행 제도 하에서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과거에도 비슷한 정책들을 폈지만 한계가 있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에서 2~3배 받으며 일하는 동료 의사를 보며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을 극복할 정도로 수가를 올려주기는 어렵다”며 “매년 전체적으로 수가를 올리는 현행 환산지수계약방식을 포기하고 필수의료 분야를 집중적으로 올려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