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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의료계도 의견 분분…"모집 중단, 아직 늦지 않았다"vs"현실 직시하자"

    김성근 전의교협 대변인 "모집 중단 안하면 일부 대학 5배 정원 가르쳐야…교육의 질 저하 우려"

    강희경 서울의대교수비대위 "합격자 외면 어려워…수시 이월 중단하고 25학번 갭 이어 갖자"

    기사입력시간 2024-12-24 21:44
    최종업데이트 2024-12-25 08:28

    (왼쪽부터)황지영 한국의학교육학회 교수,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변인, 강희경 서울의대교수비대위원장,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

    [메디게이트뉴스 조운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계기로 숨 가쁘게 진행되는 탄핵정국 속에 의료계가 윤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을 바로잡는 ‘방법’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의학교육 정상화를 위해 2025학년도 의대 모집을 전면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미 수시 합격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이들을 외면할 수 없는 만큼 현실적으로 2025학년도는 모집 정원을 최소화하고 2026학년도 모집 정원을 절반으로 줄여야 한다는 절충안이 맞부딪혔다.

    24일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더불어민주당 보건의료특별위원회가 주관한 ‘내란극복 국정안정을 위한 의학교육 정상화 토론회’에서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조정을 두고 열띤 토론이 진행됐다.

    이날 오주환 서울의대 교수는 서울의대가 실시한 ‘2024 보건의료인력 추계연구 결과’를 공개하며 “의료시스템 효율이 즉시 개선되기 시작해 의대정원 증원이 없을 경우에도 2042년까지 의사 수는 부족하지 않다”고 밝혔다.

    오 교수는 “추계 결과를 토대로 당장 의대 정원 확대는 급하지 않고, 2027학년도부터 적용하는 게 합리적이다. 그 전 시기인 2024~2026년 사이 3년 이란 시간 동안 국민이 원하는 의료시스템 개선의 상을 확정하는 것을 우선 진행하고, 그 결과에 따라 필요한 의사 수를 새로 추계하는 것이 합리적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오 교수는 “갑작스러운 의대정원 확대를 선언하고 집행해 버린 지금은 탄핵된 대통령과 정부가 근거라고 주장한 연구자들이 동의하지 않을 만큼 비과학적이고, 계엄선포만큼 즉흥적인 조치였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그는 “그럼에도 2025학년도 입학생 규모는 이미 확정됐고, 돌이키기엔 합격 취소라는 사회적 물의가 발생한다. 게다가 동맹휴학한 24학번 학생들이 전원 복학 시 250%, 절반 복학 시 200%, 아무도 복학하지 않을 시 150% 등 수련 규모가 커진다. 어떤 상황이 된다해도 의학교육은 파행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물론 최근 민주당에서 강선우 의원이 전학년도 걸쳐 의대증원 규모를 조정·감원 가능하도록 한 법안을 발의했지만 오 교수는 새로운 법안이 통과된 지 6~12개월이 지나야 효력이 발생해 2026학년도 신입생 모집에 영향을 주는 효과는 없을 개연성이 크다고 봤다.

    이에 오 교수는 “2025학년도는 이미 뽑은 학생을 제외하고 줄일 수 있는대로 줄여야 한다. 문제는 2026학년도인데, 그때 모집을 중단하는 것은 재수생과 수험생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것일 것이다. 다같이 피해를 나눠갖지 않으면 불가능하다고 보고, 2026학년도는 기존 3000여명의 절반인 1500명안이 타당하다고 본다”고 제안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이날 토론자로는 참여하지 않았던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의 의견처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모집을 중단시켜야 한다는 측과 오 교수처럼 2025학년도 의대 정원 모집 중단 대신 2026학년도 의대 정원을 줄이는 방법이 필요하다는 측으로 갈렸다.

    먼저 황지영 한국의학교육학회 교수는 ”의대 25학번에 합격한 학생들이 갑자기 모집 정지로 입학이 취소되는 것을 두려워하지만, 입학을 해도 문제다. 이렇게 많은 인원을 성과 바탕의 교육을 시킬 수 있는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며 ”입학하는 순간 겉도는 학생들이 많이 나올 수 있다. 현재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운영해도 30%는 학업 부진 학생이 온다. 그 학생들을 지도 교수들이 붙어 한 명, 한 명 지도해 끌고가는데 그게 안 된다는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무엇보다 가장 잘 안 되는 것은 임상실습 교육이다. 대학병원들은 학생 교육을 위해 병원을 설계한 것이 아니다. 그 지역의 환자, 인프라를 고려해 병상 수를 결정했고, 임상 교수를 채용해 놓은 상황이라서 기본적으로 매우 부족하다“며 ”의대 정원이 증원되기 전에도 임상 실습이 충분히 이뤄지지 못하는 의대가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황 교수는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25학번 신입생이 3월에 등교하게 된다면 정부의 의대 증원 2000명 정치에 의해 입학한 학생이라는 프레임이 붙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교육부 장관이 한국의학교육평가원에 지방 소재 의대들은 교수와 시설이 부족하니 평가 인증 기준을 낮춰서 차등 적용할 수 있게 하자는 법안이 발의된 적 있다. 이런 분위기라면 우리 국민이 지방 의료 자체를 믿지 못하는 상태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황 교수는 ”개인적으로 가장 피해를 적게하는 방법은 당장 올해 의대 입시를 중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의협 회장 선거에도 출마한 강희경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장은 ”향후 교육이 제대로 안 될 것으로 생각해서 중단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제대로 된 교육을 하려면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면서도 오 교수와 마찬가지로 이미 합격자가 발표된 상황에서 2025학년도 모집을 중단하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강 비대위원장은 ”의대 수시에 합격한 사람 중에 입학을 포기한 인원을 정시로 이월하지 않는 방법, 정시 모집 인원을 최대한 줄이는 방법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결정은 교육부와 대학 총장이 내릴 수 있는 결정이다“라고 말했다.

    또 25학번 학생들에 대해서 강 위원장은 ”25학번은 ‘갭 이어(gap year)’ 등을 이용해 수업 시작을 좀 늦게 하거나, 군대를 먼저 보내거나, 복수 전공을 허용해 본과 1년을 더 늦게 들어오는 방법이 필요하다“며 ”단 충분한 실습은 보장돼야 하기에 삼성서울, 서울아산처럼 충분한 실습 수용량을 가진 병원에 학생들을 배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하은진 서울대병원 중환자의학과 교수는 ”사회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우리가 모두 나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방식으로 합의하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무조건적인 모집 정지, 원점 재검토는 현 상태에서 불가능하다는 것이 현실적이다“라며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수시 합격증은 받았지만 등록을 하지 않은 인원을 줄이는 것, 늘어난 학생 수를 분산시키는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2025학년도에 입학하는 정원 일부는 휴학한 학생 일부가 재수해서 상위권 의대로 입학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휴학해서 군대가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 인원을 파악해서 그들이 바라는 방식의 수업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도록 하고, 1년에 배출되는 의사 수를 조절하도록 하면서 내부 자율성은 보장되도록 교육이 진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면 김성근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 대변인(가톨릭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은 “많은 국민들은 이미 한 달 전에 수능도 봤고 이미 수시 합격자 발표도 하고 입시가 거의 끝나가는 마당에 왜 의료계는 아직까지 2025학년도 정원을 가지고 얘기하냐고 질문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김 대변인은 “그에 대한 대답을 하면, 의료계는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니다라는 생각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2025학년도 정원을 그대로 1500명 늘린 상태에서 혹시라도 내년에 학생들이 복귀해서 7500명이 수업을 한다면 산술적으로 보면 2.5배이다. 일부 학교는 5배가 넘는 학생들을 가르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 대변인은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기 위해서는 2025학년도 정원도 끝까지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사직 전공의 대표로 참석한 류옥하다 전 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대표는 “2024년 의료 대란에 누구의 잘잘못을 일단 떠나서 한 전공의의 그냥 유감과 사과 이야기를 하고 싶다”며 “계엄이 선포된 날 죽을 위기가 지나갔다고 느꼈다. 그때 뇌리를 스친 생각이 이때 내가 느낀 죽음에 대한 공포의 감정이 환자들이 2월에 느꼈을 감정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며 눈물을 훔쳤다.

    류옥 전 인턴대표는 “제가 죽을 위기에 처해서야 비로소 남의 어려움에 공감했다는 사실에 부끄러웠다. 환자들이 지난 2월 전공의들이 갑작스럽게 사직하면서 구급차가 받아주지 않고, 수술이 지연되면서 느꼈을 죽음의 위기가 공감됐다”며 “사직 전공의로서 한번은 사과를 하고 싶었다. 이것을 짚고 넘어가지 않으면 우리가 감히 어떻게 한편이 되자고 연대하자고 말할 수 있겠나 생각했다”고 환자를 향해 사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