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개 국립대병원에 근무하는 PA(진료지원인력)가 632명에 달하고, 지난해에 비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기관들이 의사를 채용하지 않고 PA에게 처방, 수술 등 무면허 의료행위를 시키고 있는 게 현실이지만 정부는 뒷짐만 지고 있는 실정이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정진후(정의당) 의원이 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 기준으로 국립대병원 13곳에 근무하는 PA 인력은 모두 632명으로 집계됐다.
2014년 581명이던 국립대병원 PA가 1년 새 51명(9%)이나 늘어난 것이다.
사립대병원과 병의원에서 근무중인 PA까지 감안하면 수천명이 의사 업무를 지원 내지 대신하고 있는 셈이다.
PA를 한 명 이상 보유한 진료과는 모두 39개과였다.
병원별로는 서울대병원이 분당병원을 포함해 255명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부산대병원이 분원을 포함해 130명, 전북대병원이 55명이었다.
PA인력을 가장 많이 채용한 진료과는 외과로 140명에 이르렀다.
내과가 65명으로 2위, 흉부외과가 65명, 비뇨기과가 42명, 산부인과가 41명, 마취통증의학과가 39명, 정형외과가 34명, 이비인후과가 20명, 안과가 20명이었다.
PA는 의사의 의료행위를 보조하는 인력이다.
예를 들면 의사의 지시에 따라 처방을 입력하고, 환자 상처부위 소독, 수술 및 시술 보조, 시술 및 항암치료 동의서 받기 등이 주된 업무다.
하지만 PA 업무는 이런 게 전부가 아니다.
교수나 전공의를 대신해 직접 처방을 하고, 응급실에서 환자들을 진료하는 사례도 있다.
유능한(?) PA는 치료방향을 결정하기도 한다고 한다.
모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전공의 A씨는 "몇몇 과에서는 PA가 수술 후 봉합을 하고 있다"면서 "응급실에서 상처를 봉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일부 대형병원에서는 PA가 처음부터 집도한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라고 밝혔다.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이런 이유 때문에 'PA'를 'UA(Unlicensed Assistant, 무면허진료보조인력)'라고 정의하고 있으며, PA의 무면허의료행위를 근절해야 한다고 줄곧 요구하고 있다.
2012년 4월 당시 대한전공의협의회 김일호 회장의 PA 고발 사건은 유명한 일화다.
김일호 전 회장은 제주 H병원에서 PA가 직접 창상치료를 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 자신의 몸에 직접 상처를 내 해당 병원을 찾아갔다.
그 때 창상 치료를 한 것은 의사가 아닌 PA였고, 대한전공의협의회는 제주 H병원을 고발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송명제 회장은 "의사 대신 UA를 채용하면 병원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겠지만 환자에게 위해를 끼칠 가능성이 높고, 전문의 자리는 점차 무면허자로 채워질 것"이라면서 "결국 우리나라 의료 발전에 걸림돌이 되고, 환자의 건강권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014년 3월 의정 협의를 통해 전공의 주당 80시간 근무시간상한제의 대안으로 정부가 추진하던 PA 합법화를 전면 보류하기로 합의한 바 있지만 병원협회, 간호협회 등은 합법화를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조승국 평가·수련이사는 "정부시범사업이 시작된 호스피탈리스트 도입이 시급하다"면서 "정부는 '싸고 좋은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호스피탈리스트 수가 도입 및 정책개발을 통해 환자와 의사 모두에게 득이 되는 의료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진후 의원은 "국립대병원들이 의료법 상 근거가 없는 불법적인 PA인력을 운영하는 것은 일부 진료과의 전공의 부족이 원인 중 하나이지만, 병원이 편의에 의해 운영하는 측면도 있다"면서 "의료사고 발생시 법적보호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